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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판말판 인생판] (22) 날아간 내돈 내놔
2006/02/11 00:00
입력 조회수 : 803
경마꾼 마촉수는 오늘 새벽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벼르고 벼른 마요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촉수는 경마로 한재산 날렸다. 그러나 경마가 인생을 살아가는 유일한 낙이다. 경마로 날린 돈을 따서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야 한다.
한때 경마를 끊겠다고 별짓을 다 해봤지만 허사였다. 돈잃고 체면깎이는 경마가 징글징글 했다. 그는 경마 때문에 이혼까지 당했다. 아내에게 버림받고 있는 재산 다 날렸으니 경마로 신세 조진 사람이다.
아내는 하필 결혼기념일날 이혼을 했다. 그것도 결혼 10주년 기념일날. 이혼하기 전에도 아내는 몇번이나 이혼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마촉수는 '다시는 경마 안하겠다'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속는 셈 치고 한발 물러서곤 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마촉수는 다시 경마장으로 갔다. 경마장에 자석이라도 붙여 놓은 것처럼 마요일만 되면 저절로 그쪽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아내는 도저히 못참겠다면서 보따리를 쌌다. 남편은 이번에도 싹싹 빌었다. "다시 경마하면 정말 개아들이다. 내가 그때는 내 손가락을 잘라 버리겠다"며 한번만 봐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아내는 다시 한번 속는 셈치고 쌌던 보따리를 풀었다.
그러나 제버릇 개못준다고 남편은 마요일에 또 경마장에 갔다. 그때가 바로 작년 이맘때. 아내는 분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아내는 이번에는 사생결단을 내고 말겠다며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내린다고 했던가.
아내는 도마와 부엌칼을 방으로 가져왔다. 도마위에 부엌칼을 올려놓고 씩씩거리면서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이 돌아왔다. 남편은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오려다 까무러칠 듯 놀랐다. 그러나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시선을 다른데로 돌렸다.
아내는 눈짓으로 도마를 쳐다보았다. 남편은 금방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30분을 꼼짝 않고 있었다. 아내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이 개자식아. 너 약속지켜. 안지키면 오늘 너 내손에 죽는다"
마촉수는 순간 머리를 굴렸다. "어쩔거나. 어쩔거나. 이위기를 어쩔거나" 하면서 식칼한번 쳐다보고 아내 한번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아내의 뇌성벽력같은 고함이 다시 터졌다. "야이 개자슥아 너 빨리 약속 안지킬래"
남편이 순간 벌떡 일어나면서 맞고함을 친다. "알았다. 남아 일언 중천금이다. 내 약속 지킬거다. 봐라 내가 다시는 경마를 안하게 이손을 잘라 버릴란다"
이렇게 해서 남편은 아내가 갔다놓은 식칼로 오른손 검지 손가락 둘째마디를 내려친다.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순간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남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아내가 눈하나 까딱안하고 지켜 보았다. '이제는 경마 하고 싶어도 못하겠네. 앞으로는 경마장에 얼씬도 하지 마라. 알았지?'
다음 마요일에 마촉수는 경마장에 가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은 온통 경마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남편은 날이 갈수록 시름 시름 앓았다. 경마를 못해서 생긴 병이었다.
그러다가 결국은 사고를 쳤다. 마요일에 경마장을 다시 간 것이다. 경마는 안하고 그냥 가서 구경만 하겠다고 마음먹고 마장엘 갔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달리는 말을 보니 우승마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보고 말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권을 샀다. 오른손으로 쓰던 글씨를 왼손으로 쓴다는 것이 달라졌을 뿐.
결과는 적중. 다만 배당이 2배로 간에 기별도 안갔다.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오른 손가락은 잘려 나갔지만 왼손으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 그리고는 마요일마다 경마장에 갔다.
그러나 결국은 가진돈 다 날리고 마누라한테 이혼을 당하고 말았다. 토끼같이 예쁜 두 딸도 아내가 데리고 가버렸다. 바로 결혼 10주년 기념일날에. 마촉수는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이 죽도록 미웠다. "그래 나같은 놈은 이혼해도 싸"
마누라는 이혼하고 갈라서면서 마촉수의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던졌다. "억울하면 돈벌어서 다시 합치면 되잖아. 언제라도 잃은돈 다 찾아오면 받아줄께"
마촉수는 그말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 "내가 비록 오늘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반드시 돈벌어서 떠나간 아내를 찾으리라". 그래서 마촉수는 다시 경마를 했다. 경마로 돈벌어서 헤어진 아내와 합칠 욕심으로.
마촉수는 마요일만 되면 경마장에서 살았다. 그러나 경마에 빠지면 빠질수록 돈만 날아갔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바로 오늘.
일요일 5경주 1천미터.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예상지를 샀다. 10년째 애독하는 예상지다. 뭔가 마음속에 확신이 왔다. 우승마가 확실하게 잡혔다.
그래 이번에 잃은돈 몽땅 찾는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빠질 구멍이 없었다. 마촉수는 기분이 좋았다.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렇게 승리를 확신하며 집을 나섰다. 드디어 5경주 스타트. 그가 찍은 2번마 신기루와5번마 지루박이 초반부터 선두를 나섰다. 그는 쾌재를 불렀다. 확실한 승리였다. 단거리경주에서는 이변이 없는한 선행마가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2번, 5번 복승식에 거금 3백만원을 다 걸었다. 전광판 배당은 무려 77배. 자그마치 2억하고도 3천만원이 넘는 거금이다. 그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게 무슨일이야. 그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뻔 했다. 그때서야 전광판의 경주거리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이구 나는 망했다" 그는 그 자리서 털석 주저않고 말았다. 1천미터가 아니라 1천8백미터 경주였던 것이다. 결승주로에 들어서면서 3번마가 무섭게 치고 나왔다. 3번마는 5번마 지루박을 따돌리더니 결국은 2번마 신기루마저 제치고 1착으로 들어온다. 2번마 2착. 3번마 3착.
마촉수가 베팅한 거액 3백만원이 휴지조각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예상지를 믿었다가 전재산을 다 날리고 말았다. 분해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세상에 이럴수가 다 있나 싶었다.
만약에 경주거리가 1천8백미터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단돈 1원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선행마가 그대로 들어올 확률은 제로였기 때문이다.
마촉수는 넋이 반쯤 나간채로 자신이 산 마권을 바라보았다. "아이고 날아간 내돈, 내돈 어쩔거나" 하면서 혼자 말로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그가 구입했던 경마예상지 회사로 달려갔다. 회사 앞에서 허공을 향해 오른손으로 삿대질을 하면서 고래고래 욕을 퍼질러 대기 시작했다.
"야이 개새끼들아 날아간 내돈 내놔"
삿대질을 할 때마다 자신이 식칼로 내려쳐 반토막이 된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 다. 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김명수/
www.people365.pe.kr
수정일 2003년 04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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