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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42) 이야기 둘 (14)
2006/02/04 00:00
입력 조회수 : 733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14
체온에 맞게 데워진 오일을 뿌리고 두 손으로 골고루 문지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전해온다. 어느새 벗었는지 알몸으로 오일 맛사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절차를 모르것은 아니다. 그런데 왠지 느낌이 어색하다. 뭐라고 해야할까? 도저히 표현 할 수가 없다. 그 여자에게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을 것 같다. 왜 이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다.
"잠깐만 멈춰봐요."
아가씨를 제지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가씨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몸에 묻은 오일을 비누칠로 씻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가씨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세요?"
불안한 것도 같고 자존심이 상한 것도 같다.
"그러면 다른 아가씨 넣어 드릴게요."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 아니. 급한 약속이 있는 걸 깜빡 잊어서..."
또 한 번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자니 아가씨가 어려운 표정으로 얘기한다.
"서비스를 안 받으셔도 지불하신 요금은 돌려 받으실 수 없어요. 급하시면 빨리 해드릴 테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이거..."
나는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아가씨 손에 쥐어줬다.
"아가씨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봐요."
아가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잠시 주춤거리더니 후닥닥 옷을 걸쳐 입고 나가버렸다. 잠시 후 방을 나서니 종업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힐끔거린다. 젠장... 오늘은 되는 일이 없다.
아직 술은 깨지 않았지만 차에 다시 올랐다. 하지만 아직도 집에 갈 생각은 없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궁리를 하다보니 한 군데 생각나는 곳이 있다. 그곳은 견습작가 시절부터 다니던 오랜 단골집이다. 물론 주머니가 가벼울 때 다니던 곳이니 여자가 있는 술집은 아니고, 여 주인 혼자 경영하는 작은 카페다.
하지만 그곳 마담은 정말 아름답다. 나보다 두 살 위인데도 아직 이십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미인이다. 그리고 나이가 많다고는 해도 벌서 십 년 가까이 단골로 다니는 곳이라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어서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고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얼굴 팔릴 일도, 소름 돋을 일도 없으니 마담과 얘기를 나누며 술이나 실컷 마셔야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래된 술집 특유의 향취가 코를 톡 쏘며 반긴다. 그리고 반기는 것이 또 한가지 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유명한 작가님께서 발걸음을 하셨네?"
보통사람이라면 호들갑스럽게 들릴법한 말을 살가운 목소리로 전하는 마담의 음성이다.
마담은 시키지도 않은 차를 얼른 끓여내며 다시 한 번 반가움을 표시한다.
"한동안 숨어 지내더니 오늘은 무슨 바람에 여기까지 떠밀려 오셨나요, 김진석 작가님?"
"그만 좀 하쇼. 자꾸 그러니까 미안해지려고 그러잖아."
"미안하라고 한 말인데, 뭐. 잘 나간다고 얼굴 구경도 안 시켜주고..."
"알았어, 알았어. 그동안 못 팔아 준 거 오늘 다 팔아줄 테니 문 걸어 잠그쇼."
"왜, 이 누님이랑 연애라도 하려고?"
"그 놈의 농담은 여전하네."
"반가워서 그러지."
"그만하고 문이나 잠가."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잖고?"
"에이, 관둬. 나 진석씨 상대로 돈 벌고 싶은 사람 아냐."
"조용히 마시고 싶어서 그래."
"걱정 마. 우리 집은 요상해서 주말에 손님이 더 뜸하니까. 뭐 마실까?"
"그럼, 발렌타인이나 한 병 합시다."
"좋지. 오랜만에 진석씨 술 한 잔 마셔볼까?"
이곳에 오면 푸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십 년이 넘도록 조명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인테리어도, 언제나 변함 없는 마담의 입담도...
백산
2003년 04월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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