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박석철 기자=겨울산에 매력에 반하고 호수 푸른 물빛에 취한다.
호반의 도시 춘천, 산과 물이 어울어져 멋진 도시는 힐링하지 좋은 곳이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곱다. 걷기 순한 길은 여인의 살결처럼 보드랍다.
이름도 생소한 춘천 드름산에 든다. 겨울 찬바람도 멀리 출타를 떠난듯이
고요하다. 찾는 이 드문 산이라서 낙엽덮힌 길은 흔적이 희미하다.
용산에서 출발한 춘천행 청춘열차, 옛날처럼 강길따라 이어진 구불구불하고
느리디 느린 열차가 아니다. 굽은 길을 곧게 펴서 속도가 빠르다.
예전처럼 열차여행의 낭만은 없지만 열차를 타고 떠나는 춘천행 열차는 멋스럽다.
사이다에 계란은 없지만 산친구들의 담소가 사이다이고 계란이다.
용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강촌역까지 1시간이면 족하다. 오전 10시가 이른시간이다.
허허벌판의 역광장, 산골짜기 바람이 매섭지는 않지만 겨울답게 차갑다.
울퉁불퉁한 산능선, 등선봉이 제법 날카롭게 눈에 들어온다. 등선봉에서 이어지면
춘천의 명산인 삼악산이다. 오늘 가는 목적지는 삼악산 앞 의암호 맞은편 드름산,
발음하기도 어렵다. 차라리 드림산이라고 할까보다. 강촌역에서 차로 10여분 이동하면
오모리 정미소, 산행 들머리다. 산은 조용하다. 나뭇잎이 하나도 없는 나목들
사이로 겨울바람만 신났다. 찾는이 없는 동네뒷산은 칠금봉까지 20여분
오르막이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이지만 워밍업이 없이 출발한 산행은
헐떡거리게 만든다. 중간 능선안부에서 두터운 옷을 벗고 가볍게 시작한다.
칠금봉은 표지석도 안내판도 없다. 펑퍼짐한 작은 언덕이다.
숨차게 올라 온 사람들이 쉬었다가는 곳이다. 이제 편안한 능선길이다.
산능선이 커다란 파도처럼 오르고 내리막이 반복된다. 드름산의 능선길이
잔잔한 파도같다. 칠금봉, 드름산, 의암봉까지 이어진 능선의 높낮이가
파도처럼 다가 온다. 능선의 오르막을 넘는다. 다시 이어진 능선이다.
발 아래 호수가 보인다. 의암호의 초록빛이 햇볕에 고기비늘처럼 반짝인다.
전망대에서 호수를 바라보면서 점심자리를 펼친다. 산행에서 황제의 점심,
김밥, 라면, 어묵국, 돈까스까지 밥상이 푸짐하다. 막걸리와 이슬이는
점심의 화룡정점이다.
멧돼지들이 파헤친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드름산 정상이다.
앙증스런 표지석이 산객을 반긴다. 하지만 풍광이 없어 답답하다.
산 정상은 일망무제의 조망을 기대하지만 도름산은 아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의암봉이 기다리고 있다.
긴 내리막에 이어 긴 오르막에 올라 서면 확 트인 봉우리가 의암봉이다.
풍광이 압권이다. 일단 의암호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앞에 막힘이 없이 삼악산에서 화악산까지 산너울이 출렁거린다.
의암호를 앞에 두고 사진 담기 바쁘다. 눈이 살짝 덮힌 암벽이 포토존이다.
하지만 접근이 조심스럽다. 푸른 의암호와 암벽의 싱싱한 초록빛의
소나무가 겨울철 절묘하게 어울린다. 소나무에 하얀 솜사탕까지 곁들이면
환상적인 겨울풍경이 연출될 텐데 조금은 아쉽다.
이제 하산길이다. 산이 고요하다. 하지만 자꾸만 눈이 의암봉에 머무른다.
‘조금만 더 보자/ 낯선 땅의 산과 들과 꽃// 조금만 더 듣자/
낯선땅의 물소리와 새소리‘ 나태주 시인의 ’여행길‘을 중얼거리며
내려서니 의암댐이 물빛이 푸르다. 물가에는 잔잔한 호수를 지키고 있는
인어상이 산객을 맞는다. 호수의 물도 파랗고 하늘도 파랗다.
삼악산 자락에 흰구름이 지나간다. 길지 않은 산행이지만 무탈하게
마무리지어 감사하다. 호수의 겨울바람은 더 이상 찬바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