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박석철 기자=단풍은 낙엽으로 떨어지고 꽃철도 끝나간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계절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또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 간다. 올해의 달력도 딱 두 장 남았다.
훅 들어 온 찬바람에 북한산 계곡 단풍이 떠나며 남긴 이야기의 긴 여운을 느낀다.
단풍보려고 높은 산으로 갔는데 단풍은 사람이 보고 싶어
도심까지 내려 왔다. 10월 끝자락에 찾은 북한산 산성계곡.
쌀쌀한 날씨에 몸이 움츠러들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제 내린비로 촉촉하게 젖은 낙엽으로 덮힌 등산로가 미끄럽다.
선홍빛이 남아 있는 낙엽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제격인데
물기 머금고 있어 아무 반응이 없다.
모처럼 월요일 산행, 등산로가 한산하다.
단풍철이 끝나버린 북한산성계곡이 고요하다. 간간히 부부 동행이
눈에 띄지만 홀로산객이 많다. 길가의 마른 단풍이 사람을 맞이한다.
태고사에서 무슨행사가 있었는지 스님들이 줄지어 하산한다.
스님은 산에서 내려오고 산객은 산으로 오른다. 단풍이
높은 곳에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듯이 말이다.
노란산국이 길가에 연이어 보인다. 한 해가 넘어가는 신호탄처럼 피는 산국.
노란 산국을 보면 올해 꽃들의 마무리를 실감한다.
상강이 지나고 서리가 내렸는가, 산등성이에 핀 하얀 구절초와 쑥부쟁이 꽃잎이
사그라지고 노인처럼 주름투성이다. 단풍과 함께 꽃철도 문을 닫는다.
봄에는 봄꽃,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으로 눈을 즐겁게 했는데
나의 꽃동무도 산국으로 올해를 마감한다. 하지만 아직 눈꽃이 남아 있다.
북한산의 환상적인 단풍을 기대를 접고 등산코스를 확 줄여 대남문으로 간다.
대남문으로 가는 계곡, 곳곳에 단풍이 남아 있지만 이삭줍기 수준이다.
선홍빛의 단풍이 눈길을 잡지만 화려한 색상은 아니다. 떨어진 낙엽이
더 곱다. 물에 비친 빨간단풍이 그림이다. 대남문을 지나서 문수봉으로,
힘이 넘치는 암릉에서 이어진 골짜기가 온통 단풍이다.
단풍은 눈앞에 그림보다 멀리 보이는 단풍이 곱고 아름답다.
암벽에서 물감이 용암처럼 흘러 내린듯한 단풍물결이 장관이다.
북한산 산성입구에서 산성계곡을 타고 대남문, 문수봉을 지나서
비봉남릉의 구간이 이어진 발길이 빠르다. 혼자가면 역시 빠르다.
단풍구경 북한산 등산이지만 단풍보다 초록빛이 바랜 암릉은
겨울 이미지가 짙다. 의상능선과 북한산 백운대의 암릉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비봉남릉의 조망좋은 마당바위,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바람에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얼마전까지 선선한 바람이 이제 차갑다.
한기가 몰려 온다. 산 만큼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것도 없다.
북한산의 꽃철도 마감하고 단풍도 낙엽이 되며 또 한 해가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