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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 (274) 속세로 나온 약사스님
2006/05/22 00:00 입력 조회수 :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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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 (274) 속세로 나온 약사스님

경기도 가평군 상천에 자리 잡은 이색 한방 전통찻집 ‘문화탐방’. 복잡한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시원하게 뚫린 경춘가도를 달려 그곳에 가면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스님과는 너무도 다른 약사스님 최영임씨를 만날 수 있다.

▲     ©피플코리아
그리고 스님이 직접 담은 2,700여종의 희귀, 건강술과 100여가지의 다양한 건강 한방차를 만날 수 있다.

약사스님은 승복과 어울리지 않게 수십년째 전 세계를 돌며 약초와 희귀식물을 수집하여 희귀, 건강주를 담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나오는 나무열매, 뿌리, 풀과 세계 40여개국의 희귀식물로 담은 2,700여종의 건강술을 찻집 실내에 진열하여 전시하고 있다.

찻집 실내의 사방 벽에는 약사스님의 30년 세월이 녹아있는 건강술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다. 넓은 실내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땅속에 묻어놓은 것까지 합하면 트럭 2톤 분량이 넘는다고 한다. 승복 입은 스님이 왜 그토록 건강술에 빠져 들었을까.

처음에는 꽃꽂이를 하고 남은 국화꽃이 아까워 평소 약주를 좋아하는 부친에게 꽃술을 담가 드린 것이 건강술을 담그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전통차를 접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로 우연이었다. 여행 때마다 준비해간 전통차를 맛본 주위 사람들로부터 몸이 금방 따뜻해지고 피로가 풀린다는 말을 듣고 전통차 개발을 계속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승복을 입기전 평소 약주를 좋아했던 부친에 대한 효심으로 건강주를 담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가고 안 계신 부친에 대한 그리움을 건강주에 담는다. 만약 부친이 계셨다면 빈병만이 남았을 많은 세월속에 어느덧 오며가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수집가인줄 알고 동물 박제피, 멸종되고 없는 동물의 뼈와 이빨, 희귀한 약초들을 선물로 받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건강주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규모가 됐다. 지금은 오히려 학생들이 찾아와 관찰 수업장으로 이용해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기공치료를 하는 스님. 언제부턴가 스님은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 때문에 하루 2시간 자는 잠도 잘 못 잔다고 한다.

▲     © 피플코리아
“나를 버리고 환자를 고칩니다. 환자를 고치려면 그 순간만큼은 제가 없어야 돼요.”

산삼을 수없이 캐 봤어도 환자나 필요하다 싶은 사람에게 먹였을 뿐 정작 자신의 입에는 단 한 뿌리도 못 넣어 봤다고 한다.

내성적이면서도 활달한 성격으로 한번 약속하면 다리가 부러져도 갈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다. 밖에 있는 모든 건강술과 차도 손수 채취해서 담은 것이다.

병원에서 포기하거나 힘든 환자들, 병명을 모르는 환자들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와서 고쳐 나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혹사로 무리가 온다.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오른쪽 다리가 거의 마비상태. 밀려오는 환자들을 보다 보면 하루 종일 화장실을 안 갈 때도 있다고 한다. 하루에 물을 열 컵도 더 마시면서 화장실을 안 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스님의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

비결은 바로 여성 환자들한테 기를 통해서 대신 화장실을 가게 하는데, 그런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그를 보고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을 많이 초월했다고 남들이 말한다.

차를 몰다가 도로가 꽉 막혀 있을 때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자신은 자리를 떠날 수 없으니까 옆자리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대신 화장실에 갔다 오라고 하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른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환자는 스님의 치료를 받고 나서 50년 쓴 안경을 벗었다고 한다. 또한 전혀 쓰지 못하던 손이 올라가고 지금은 멀쩡하다고 한다.

약초 찾아 전국을 헤매기를 수십년.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게 위험한 일도 많이 겪는다. 몸에 이로운지 해로운지 직접 실험하다가 독초를 먹고 정신을 잃기도 했다.

한번은 산속에서 정신없이 헤매다 보니 어느덧 해는 지고 길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무릎까지 빠졌다.


▲     © 피플코리아

큰 나무에 기대어 날이 새기를 기다렸는데 날이 새고 아침이 와도 눈이 그치기는커녕 계속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고, 사흘 만에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업혀서 내려왔다.
 
병원에서 동상이 심한 발을 잘라내지 않으면 죽는다고 해서, 죽어도 안 자르겠다고 하고 스스로의 민간요법으로 나았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이 오른쪽 발뒤꿈치에 남아있다.

그런가 하면 간첩으로 오인 받아 죽을 뻔한 적도 있다. 새벽에 산으로 약초를 캐러 갔는데 갑자기 “손들어, 움직이면 발포한다.”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완전무장한 군인 수십명이 자신을 노려보며 총구로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쏘지 말아요.” 소리 질렀다. 간첩이 출몰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완전무장 군인 수십명이 출동하여 벌어진 해프닝이다.

또 한번은 더덕 캐러 갔다가 지뢰를 밟아 죽을 뻔 했다. 깊은 산에 가다가 더덕 순이 보이기에 너무 좋아서 정신없이 다가가는데 발에 철커덕 뭔가 걸려 ‘아차 지뢰구나’라고 직감했다. 순간 “죽었구나” 생각에 다리가 덜덜 떨리고 마비가 왔다. 그때가 낮 2시.

위험에 빠진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야호” “심봤다”등 고함을 지르자 그 소리를 듣고 할아버지가 왔다. 사람을 데려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내려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시간이 왜 그리 길었던지 며칠 같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군인들이 와서 지뢰를 걷어내고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지뢰를 밟은 순간에는 제발 여기서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다시는 절대로 산에 올라오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 했는데, 지뢰를 걷어낸 순간 약이 올라 쏜살같이 달려가서 더덕을 캐왔다. 그 더덕으로 더덕주를 담가 실내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     © 피플코리아
한번은 캄보디아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산에 핀 꽃밭이 너무 멋있어 안가겠다는 조종사를 설득해서 사진만 찍고 오겠다고 했다.
 
도착해서 내리려는 순간 총알이 빗발치는 바람에 착륙도 못하고 얼떨결에 경비행기에 올라타지도 못하고 대롱대롱 매달려서 도망을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화려했던 꽃밭이 바로 양귀비 밭이었다.

스님이 담가 보관하고 있는 술중에는 백사주도 있다. 한방 치료에는 사주가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모두 땅꾼들이 잡아온 것으로 그 자리서 먹어 없어질 걸 그대로 보존하고 싶기도 하고 산교육도 할 겸 사주를 담가 보관하고 있단다.

호랑이 뼈로 담근 술도 있고 호랑이 생식기와 코브라 생식기도 있다. 희귀 동물 생식기로 담근 술만 해도 자그마치 18가지나 된다.

30년전인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속세를 떠나 출가를 한 약사스님은 산속에서 속세의 일들을 벗어버리고 참선의 길을 걷고 싶었다. 그러면서 번민도 많았다. 다시 속세와 부딪혀 보았지만 역시 자신의 길은 승려의 길임을 깨닫고 새롭게 정진했다.

한동안 토굴에서 공부하며 터득한 기공치료로 간혹 스님들에게 치료를 해주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들 몸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딱히 언제부터 기공치료를 했는지 정확히 꼬집을 수는 없지만 가족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마사지해주듯 손을 놀렸던 것이 오늘날 아픔을 겪는 많은 인연들이 찾아오게 되었다.

약사스님의 신비한 기공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은 국경이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미국 등 외국에서도 찾아와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     © 피플코리아
일본문화진흥회에서 주는 국제의학특별훈장을 받아 특수한 분야의 치료법을 외국으로부터 인증 받기도 한 약사스님은 일본에 있는 병원으로 직접 출강도 나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도 온다. 보험이 안 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몸이 아파 오면 거의 무료로 치료해준다. 외국에서 한국 욕하는 것이 싫어서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고 한다.

“환자한테 그래요. 아프다, 아프다 하면 더 아파요. 기가 죽으면 사람은 못써요. 병원에서 3개월밖에 못산다고 한 암 환자가 이곳에 와서 2년째 쌩쌩해요. 여기서 기공치료 두 번 하고 나서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아보니까 암세포가 확 줄었어요.”

별명이 MRI. 척 보기만 하면 병을 짚어낸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병원의사, 한방의사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스님과 인연이 닿아 치료를 받고 싶다면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하루 두 시간 정도밖에 못잘 정도로 바빠 전화 예약 없이 그냥 찾는다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하루에 60~70명의 환자를 보다 보니 너무 지쳤어요. 사람들이 몸이 아프니까 안면 몰수하고 서로 먼저 왔다고 싸우기도 해요. 이제는 아주 심한 중환자나 보고 조용한 암자에서 좀 쉬고 싶어요. 사람이 무서워요. 새벽 5시에 와서 기다려요. 그러니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약사스님은 속세를 떠나야만 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산속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기도하는 수행만이 수행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속세의 욕심 많은 곳에서 욕심을 비우고 힘들고 어려워하는 사람들과 동참하며 길을 터주는 생활을 해왔다.

찻집 곳곳에 쌓여있는 것들은 물욕으로 모아진 것들이 아니라 약초연구를 위해 한두점 모이 시작한 것이 이렇듯 가득 메우게 되었다. 몇 십억을 주겠다며 팔라고 해도 팔지 않았던 자식같은 소장품들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약사스님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실직자 가족들이나 어려운 환자들을 비롯하여 불우이웃돕기에 쓰일 예정이다.

취미가 많다는 스님은 무엇이든 항상 배우는 자세였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전통과실주 전문가, 꽃꽂이협회회장, 기공치료 등 다양한 역할을 스스로 해내며 속세에서 실천하는 수행의 자세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기도 가평군 상천에 자리 잡은 이색 한방 전통찻집 ‘문화탐방’. 머리가 복잡하거나 일이 잘 안 풀려 따분할 때 복잡한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시원하게 뚫린 경춘가도를 달려 그곳에 가면 속세로 나온 약사스님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스님이 직접 담은 2,700여종의 희귀, 건강술과 100여가지의 다양한 건강 한방차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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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3년 07월 21일 0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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