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대청봉 가는 길입니까”
“네, 설악산 대청봉 갑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세 시간 언저리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엄청 빠르시네요. 옆지기가 동행하는데 3시간이면 준족인데요”
옆지기가 낮선 산행과 대화에 끼어든다.
“보이지 않는 줄에 끌려갑답니다.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따라가요
설악산 대청봉 가는 길, 버스 옆자리 산객과 나눈 대화이다.
10월 둘째날, 추석 임시휴일에 설악산 대청봉을 오른다.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남설악 오색탐방소이다.
시작과 끝은이 같은 곳은 싫어하지만 느긋한 산행을 즐기고 싶다.
마음은 한계령에서 시작하여 오색으로 하산하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이젠 풍경을 보면서 설악의 가을을 맛보고 싶다.
버스는 동서울에서 오전 7시30분에 출발한다.
승객 대부분은 설악산 등산객이다.
장수대에서 두 명을 내려주고 버스는 고불고불 이어진 가파른길을 힘들게 오른다.
한계령이 다가오자 안개가 산봉우리를 감싸며 돌아가는 모습이 몽환적이다.
설악산에 들어선 분위기를 칠형제봉과 흘림골 골짜기를 보면서 체감한다.
설악산 대다수 들머리는 한계령, 승객 절반 이상이 하차하고 10여명이 남는다.
흘림골에서 몇 명이 내리고 오색등산로에서 모두 내린다
수 많은 산객들이 대청봉을 향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부모와 함께 오르는 어린이들이 참 대견하다.
산행채비를 하고 대청봉으로 출발, 대학생 청춘들이 앞선다.
역시나 젊은친구들 발걸을 따르는 것은 힘이 부친다.
오색이나 한계령에서 설악산 가는 길은 워밍업 시간이 없다.
바로 가파른 오르막을 맞이한다.
산행에 맞게 신체리듬 조절시간이 없어 힘겹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부터 헉헉 거린다.
버스에서 대화를 나눈 산객이 앞서며 ”벌써 쉽니까? 산행 10분 지나는데요“
”그러게요. 오늘따라 힘이 든데요. 먼저 가세요“
가파른 오르막 너덜길은 대청봉까지 이어진다.
7부능선을 통과하면서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젠 걸을만 하다. 살 것 같다.“
”대청봉으로 고고~“
계단 끝에 고운 설악산 단풍이 산객을 반갑게 맞는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설악산 자연의 소리가 음악 선율처럼 부드럽다.
드디어 하늘이 보인다.
파란색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가을날의 멋진 풍경을 그린다.
고사목과 하늘, 건너편 남설악이 눈부시게 곱다.
길가에 핀 투구꽃이 어찌 이리 고운지 글로는 표현이 어렵다.
대청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 많은 사람들이 대청봉 정상석에 줄지어 대기한다.
엄청난 인파, 긴 줄을 보면서 정상석 사진을 포기한다.
언저리에서 찍으면 만족한다.
수 없이 다닌 설악산 대청봉이다.
대청봉은 8월 초순 바람꽃과 금강초롱 등 여름꽃이 환상적인 곳이다.
올해는 대청봉 바람꽃을 지나쳐 뒤늦게 찾은 것이다.
지금은 바람꽃은 씨앗만 남기고 내년을 기약한다.
그런데 그 자리에 하얀 꽃송이가 딱 두 송이 보인다.
청명한 설악산 대청봉, 속초 앞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공룡능선의 울퉁불퉁한 암릉, 내설악과 외설악이 조망된ᄃᆞ.
건너편에 하얀 미모를 자랑하는 조각미인 울산바위가 깔끔하게 보인다.
설악산에 올라 이런 조망은 처음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운무가 없는 설악산이 아름답다.
설악, 설악이 참으로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