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휴가철을 앞두고 절정으로 달려간다. 휴가를 맞아
설악산 바람꽃을 보며 폭염에 지친 몸과 영혼을 달래고 싶다.
국립공원 이전 설악산의 주인이였던 윤두선 씨는 “순간의 풍경이 일생을
지배한다“고 했다. 더불어 어려움이 봉착할 때 그때(시간) 그곳(공간)에서
나(인간)를 황홀하게 하였던 명장면을 떠 올리라고 했다.
결국 인간은 공간과 시간의 아름다움을 먹고 산다고 했다.
한번 본 설악산 대청봉의 바람꽃은 기억 속에 그때가 되면 나를 부른다.
설악산과 지리산은 산악인에 순례지 같은 곳이다.
한철이라도 이곳에 다녀오지 않으면 상사병이 날 정도로
산꾼들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 산이다.
또한 설악산과 지리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둘은 여러면에서 늘 비교가 된다.
먼저 육산과 골산의 대비만이 아니라 장년 기질과 청년의 기질이다.
지리산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년이라면 칼 같은 감수성에 모험과
도전을 겸비한 청춘의 기질은 설악산이다.
나는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설악‧설악산이 좋더라
고교생 시절 진교준 시인이 설악산을 1주일간 산행하고 표현한 글이다.
소청봉에서 본 안개 자욱한 내설악
설악산은 한여름도 마다하지 않고 찾는 사람이 많다.
휴가철이 시작된 7월 끄트머리에 설악으로 간다.
설악산은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내설악, 외설악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한계령과 진부령을 중심으로 남설악, 북설악으로 나눈다.
동서남북에서 사람들이 설악을 오른다. 인기코스는 설악 최고봉인 대청봉이다.
산행출발은 교통편 접근이 쉬운 한계령이다. 설악의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봉으로
가는 길이다. 여름 휴가철이지만 다행히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고
한계령에 제시간에 산꾼을 내려준다. 7월 30일 오전 10시, 비가 살짝 뿌린다.
덕분에 세상은 온통 하얀색이다. 운무 짙은 폭염의 날씨이지만 선선하다.
80년대 살아간 청춘들에 알려진 하덕규 시인이 작사하고 양희은이 노래한
<한계령>이 생각난다.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다처럼
안개 자욱한 한계령 풍경과 딱 어울린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앞 산인 흘림골 칠형제봉도 뒷 산인 산행길도 모두 하얀색일 뿐이다.
대청봉 바람꽃
오르막의 고행은 장장 두 시간을 걸어야 한계령 삼거리, 능선에 닿는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설악산 속으로 들어간다. 오르막은 아무 생각이 없다.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만이 힘든 산행임을 보여준다.
설악산은 야생화 천국이다. 꽃이 귀한 철이지만 여름꽃과 가을꽃이
동거한다. 낮은 한여름 날씨이지만 저녁은 가을날씨이다.
해가 넘어가면 쌀쌀하다. 그래서 한여름이지만 가을꽃이 피기 시작한다.
허긴 입추가 1주일 남았다. 여름꽃인 솔나리와 모싯대, 동자꽃이 핀 자리에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피고 있다.
끝청을 지나면 식생은 더욱 다양해진다. 여름과 가을의 동거이다.
중청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길은 천상화원이다. 한마디로 야생화 천국이다.
금강초롱이 고운 자태를 보여주고 바람꽃이 대청봉의 여름을 장식한다.
설악산에 한여름에 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람꽃을 만나기 위해서
폭염도 마다하지 않고 매년 찾는다. 7월부터 8월초까지 환상적인
바람꽃을 보면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소청대피소에서 본 용아장성의 멋진 풍경
소청에서 하루밤을 묶고 다시 천불동계곡을 지나서 소공원으로 간다.
소청의 백미는 일몰이다. 용의 이빨처럼 솟은 무수한 봉우리와
공룡의 등뼈처럼 생긴 공룡능선에 안개가 차곡차곡 채운다.
발아래 봉정암도 안개 속으로 숨는다. 운무쇼가 펼쳐진 것이다.
저 멀리 태양은 힘을 잃고 수평선으로 사라진 설악산의 풍경이
현란하다. 구름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 같은 착각이 든다.
하룻밤 새 날씨가 확 달라졌다. 8월을 앞둔 7월 마지막 날,
아침풍경이 다시 한여름이다. 폭염이 장난이 아닐 것 같다.
소청에서 소공원으로 가는 길, 공룡능선이 선명하게 다가 선다.
우뚝 솟은 수 많은 봉우리들이 강렬하고도 현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공룡능선을 포기하고 내려선 천불동계곡, 수 많은 폭포와
소로 이루어진 계곡물이 옥빛이다. 천개의 불상 형상을 가진 천불동계곡,
낮은 소리와 조용한 걸음으로 신흥사를 빠져 나온다.
설악산 공룡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