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 박석철 기자=강원도 화천 해산(일산)은 멀고 깊다.
파로호와 평화의 댐으로 육지의 섬이 되어버린 마을, 비수구미는 아흔아홉 구미 구불구불 골짜기로 들어가 자리잡은 오지 중의 오지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하는 비수구미는 요새 트레킹 코스로 알려져 수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산행지는 해산과 비수구미 마을, 산행과 트레킹 들머리는 해산령이다.
비수구미 입구인 평화의 댐에 위치한 비목공원은 꽃피우지 못하고 산화한 젊은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탄생된 헌시로 국민가곡이 된<비목>의 발상지이다.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이 일대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세월에 밀려 사라져 가는 당시의 전우들과 방문객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다.
7월 끝자락 여름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가 꽉 막혔다. 가평휴게소를 지나면서 길이 열리고
예정보다 늦게 해산령에 도착한다. 먼저 도착한 버스가 여러대 대기, 수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북적거린다, 산행은 해산령에서 시작한다.
90여명이 산악회 버스로 왔지만 산행은 30명, 단출하게 출발한다.
해산, 일명 해가 뜨는 산이다. 산악회가 아니면 좀처럼 찾기 어려운
화천 해산은 오지산행이다. 해산터널 앞에서 희미한 산길로 접어든다.
탱볕의 7월, 길은 잡목으로 우거지고 비에 젖은 등산로는 미끄럽다.
찾는 이가 드물어서 흔적만 있는 길은 길 눈을 잘 읽어야
고생하지 않는다. 거미줄에 덩굴이 길을 가로막고 웃자란 수풀들이
수북하다. 산행이 아닌 오지탐험 수준이다.
해산터널을 지나면 만나는 해산령
오지 산 답게 길가에는 여름꽃이 한창이다. 박새, 여로가 꽃을 피우고
동자꽃에 이질풀이 한창이다. 혹시나 기대하고 눈을 두리번 거리지만
나도수정초는 보이지 않는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주 등산로에 접어들지만
이곳 역시 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역줄나무가 뒤엉켜서 길을 막아선다.
해산은 6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었다. 첫 일산을 지나면서 낙타등 같은 봉우리를
넘고 또 넘고 긴 내리막이 지루하다. 해산 정상석은 나무토막의 초라한 모습,
장소가 좁아서 여럿이 사진 찍기도 옹색하다. 절벽의 해산6봉에 들어서니
조망을 보여준다. 사방이 울창한 나무의 초록바다이다. 건너편 골짜기에
애머랄드빛의 호수가 보인다. 저 유명한 파로호인가. 날씨는 선명하지
않지만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
이제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끝없는 내리막은 급경사이다.
거기다가 물기 젖은 길은 미끄럼틀이다. 여기저기서 엉덩방아 소리가
들린다. 아이쿠~ 아이쿠~. 지루한 내리막이 끝나고 계곡탐방이다.
시원한 물소리가 땀을 씻겨준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계곡 넘기는 막판에 건널 수 없는
급류이다. 신발 벗고 그냥 들어가니 배꼽까지 빠진다.
거쎈 물살에 몸이 휘청 거린다. 떡 본짐에 제사 지낸다고
물 속으로 풍덩, 계곡은 목욕탕으로 변신한다. 명징한 물에서 한바탕
물장난 치고 갈 길을 재촉한다.
희미한 산길은 오지탐방
임도따라 가지만 끝이 아니다. 마을은 멀었다. 30여분 내려오니
비수구미 마을이 얼굴을 내민다. 이곳이 비목의 고장이다.
평화의 댐으로 수몰지구가 된 골짜기는 6.25전쟁 때 피아간 전투가 치열하여
수 많은 사상자를 남긴 곳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축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한명희 <비목>
초급장교인 한명희 소위가 입대하여 휴전선 최전방에 위치한 사단
수색중대의 초소장으로 근무했다. 어느날 한 소위가 순찰을 도는 도중
우연히 돌무덤에 묘비 대신하여 박혀 있는 비목을 발견한다.
이 돌무덤에 묻힌 병사가 한국전쟁 때 그와 같은 이 땅의 젊은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깊은 상념에 빠졌다고 한다.
6봉에서 본 파로호
그후 음대출신인 그는 전역 후 TBC방송 음악전문 PD로 근무 중,작곡가 장일남으로부터 가곡에 쓸 가사를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군복무 시절 우연히 보게 된 돌무덤 위의 비목을 떠올리며
노랫말을 지어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비목>이 되었다.
이 가곡의 가사는 노랫말 이전에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아름다운
한편의 시다. 비수구미 마을에서 <비목>을 생각하며
이장님댁에서 비빕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평화의 댐 호수를 끼고 하산을 서두른다.
지루한 길은 2km, 땡볕의 힘이 빠진 오후 6시가 넘었지만
1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는 멀고 힘들다. 평화의 댐 앞 광장에 있는 비목공원을 멀찌기
바라보며 버스에 오른다.
파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