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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8개월만에 기업체 3곳 파산
2012/12/30 00:00
입력 조회수 : 276
▲ 1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커피 판매 매장에서 경찰의 무리한 조사로 피해를 입었다는 K(43)씨가 경찰조사 과정에서 녹취한 기록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피플코리아
배임과 횡령 혐의로 8개월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던 기업인이 운영하던 기업체 3곳이 문을 닫았다.
경찰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는 완전히 파산됐다. 매달 수억원에 달하는 손실 등으로 회사는 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폐업했다.
회사가 강제폐업되고 여섯달 뒤 기업인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150여명의 직원은 떠났고 연매출 300억원에 달하던 회사 3곳은 사라졌다.
2009년 3월 경남 마산(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전자제품 생산 업체를 운영하던 K(43)씨는 생각지도 않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낯선 목소리의 남성은 자신을 '마산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소속 경찰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회사 직원 두 명이 K씨에 대해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며 "조만간 경찰서로 출석하라"고 말했다.
K씨는 전화를 받고 며칠 후 해당 경찰서로 찾아가 J경관을 만났다. J경관은 "회삿돈을 많이 빼돌린 혐의로 고발됐다"며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K씨는 "누가 고발했냐. 알아야 대답을 할 게 아니냐"고 질문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경찰이 수사할 때에는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한 K씨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곧이어 J경관의 질문을 받은 K씨는 한순간 자신이 곤란한 입장에 처해졌음을 알게 됐다.
"회사 직원 두 명이 K씨가 2008년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 8차례에 걸쳐 5억3800만원의 회사 재산에 손실을 가하고 같은해 9월 한 달 동안 3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했다"는 내용이었다.
K씨는 "무슨 이야기냐. 내 회사인데.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하자 J경관은 "굉장히 많은 건으로 고발됐다"며 고발장의 내용을 보여줬다.
J경관이 건넨 회사 직원 A씨의 고발장에는 "K씨가 납품 대금을 회사법인 계좌로 입금하지 않고 6곳의 회사를 이용해 허위계산서를 발행하는 방법 등으로 5억380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로 인해 회사를 고의적으로 부도나게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인 B씨의 고발장에는 "거래처 회사에 납품 할 부품을 가공할 자재를 구입하면서 실제 납품할 자재보다 많이 구입해 납품하고 남은 자재를 영업소 직원과 짜고 다른 곳에 매각해 이를 횡령했다"며 "또 법인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K씨는 "회사를 고의적으로 부도를 냈다니 말도 안 된다. 고의 부도를 내고 자신과 처의 재산을 처분해서 빚을 갚아 나가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부도는 커녕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는 허위 고발임이 명백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고발인들은 생산과 자재파트에서 근무하던 사람들로서 더군다나 한 사람은 불과 5개월 전 입사한 사람들인데 어떻게 회계나 경리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 부분을 고발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K씨는 조사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수차례 언급하고 질문을 던졌지만 J경관은 고발장을 건네며 "답변서를 정리해 와라"면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J경관으로부터 또 다시 전화가 왔다. '일이 많아서 다른 경찰관에게 사건을 넘겼다'는 내용이었다. 며칠이 지나 N경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건을 이관받았으니 경찰서로 찾아 오라'고 했다. N경관은 고발 내용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질문했다. K씨는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니 K씨와 K씨의 누나, 회사 경리 직원, K씨의 친구, 협력업체 회사의 통장을 가져오라고 했다.
K씨는 수시로 N경관이 요구하는 참고인들의 통장을 받아 제출했다.
경찰은 이와는 별개로 K씨, K씨와 관련된 사람들의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별도의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 와중에 고발인과 대질심문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고발인 두 명 중 한 명만 출석했다. K씨는 고발인에게 "정말 이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냐"고 했더니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있지도 않을 일을 고발하는 것은 범죄다"라고 따졌다. N경관은 고발인에게 "K씨의 말이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고발인은 "다음에 답변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K씨는 억울한 마음을 수차례 토로했지만 자신의 호소를 받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2008년 10월 회사 3곳은 생산중단에 들어갔다. 2009년 3월 경찰조사가 시작되고 4개월 뒤인 그 해 6월 나머지 회사 두 곳을 포함한 3개 회사가 모두 강제폐업됐다.
수주가 중단된 상태에서 2009년 4월부터 경찰조사가 시작돼 좋지 않은 소문과 범죄자로 매도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경찰조사로 인해 거래 회사 관계자들과 주변 지인, 친인척들이 조사를 받게 되면서 불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2006년 12월 기준 M사의 매출은 152억원, D사의 매출은 80억원, J사의 매출은 61억원이었고 3개사 자산총액은 248억원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였다.
장기간에 걸친 경찰조사와 회사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동시에 겪게 된 그는 하반신 마비 증세까지 겹쳐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조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그 해 7월 병원에서 척추 부위에 혹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을 마친 후에도 K씨는 목발에 의지한 채 경찰서를 오가며 조사를 받았고 자신의 무고함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경찰은 K씨를 업무상횡령 및 배임 혐의로 조사를 벌였고 그 해 10월 업무상횡령 혐의는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 배임 혐의는 참고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기소 처분과 함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K씨는 "수술로 인해 현재까지 양쪽 다리의 감각이 무뎌지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며 억울함과 죄가 없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경찰조사에 임했지만 고통만 남았다"며 분한 마음을 삭히지 못했다.
그는 "무고함을 항변하기 위해 경찰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경찰에서 무고함을 증명했다고 생각했지만 제출한 모든 증거자료는 묵살됐고 일방적으로 범죄자로 전락시켰다"며 "더이상 경찰조사에 대해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강한 불신을 보였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치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상황에 처한 K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2009년 12월28일 사건이 송치된 창원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3일간 조사를 진행한 후 그 해 12월30일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결정을 K씨에게 통보했다.
며칠 뒤 검찰에서 발송한 불기소결정서를 받은 K씨는 경찰이 검찰에 제출한 증거자료에서 황당한 내용을 확인했다.
경찰은 K씨가 20억원에 달하는 돈을 가수금 명목으로 입금한 내역이 있다는 부분을 제외시키고 고발 내용대로 K씨를 배임과 횡령 혐의로 송치했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K씨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회사에 넣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찰이 배임과 횡령 혐의로, 그것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는 "경찰조사가 진행된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인생의 모든 것이 부서져 버렸다"며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물론이고 사람에 대한 불신마저 생겨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긴 조사를 하면서 어떻게 단 하나의 증거도 채택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한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N경관은 "고발된 내용의 사안이 방대하고 계좌를 추적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리고 이 사건 외에도 다른 사건을 조사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또 "K씨가 조사를 받을 당시 허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K씨가 원하는 시간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최대한의 편의를 봐줬다"며 "K씨가 이제와서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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