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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대란 농정대란
2010/04/24 00:00
입력 조회수 : 41
이 나라에 농정(農政)은 존재하는가
배추대란이 조금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인다. 하지만 이미 채소 전반으로 퍼져있는 고가(高價) 분위기는 언제쯤 수그러들 지 예견하기 어려운 것이 시장 현실이다. 기후가 문제였고 이에 따른 생산량의 감소가 원인이었다고는 하지만 엄청나게 솟구친 채소가격에는 농정실패도 한몫했다.
배추값이 1만5천원을 호가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수입대책을 내놓았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부족하면 수입하면 그만이라는 식이 농업정책의 전부이다. 수요공급을 조절하여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가장 초보적인 물가안정대책이다. 그래서 창고를 만들어 저장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헌데 정부는 보관물량 확보에 실패해 서둘러 수입대책을 내놓았다.
유통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는 한마디 언급도 못하고 있다. 아무리 생산물량이 부족해도 무려 7-800%를 넘나드는 가격 폭등이 이루어졌다면 유통상의 문제점을 확인했어야했다.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가격 폭등으로 인한 어떠한 혜택이나 이익도 부재했다. 이는 중간유통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집단의 독점적 이익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만 봉이 된 꼴이다.
정부여당에서는 가을배추와 고냉지 채소가 유통되기 시작하면 저절로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다. 문제는 배추 값만이 아니라는데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모든 채소류가 폭등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삼겹살로 상추를 싸먹어야할 지경인데도 태평스럽기 짝이없다.
아무리 토목공사가 중요하고, 채소보다 IT와 에너지가 남는 장사라 해도 먹는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진자들이야 상추가 비싸면 쌈 안싸먹어도 되는 일등급 한우로 배채우면 그만이겠지만 서민들은 하루하루 생존의 문제이다. 지난 9월 유엔식량농업기구 아태지역 총회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식량안보는 생존과 직결된 인간의 기본권적 문제'라는 말을 했다. 채소 또한 식량과 다르지 않으니 채소가격의 폭등시대를 맞아 생존의 위협으로 기본권을 훼손당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질것인가.
식량은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고 세계 5위의 식량수입국인 우리나라 또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적어도 자급자족의 농정에 혼신을 다하는 것이 원칙이지 수입을 만사형통한 정책으로 내세워서는 안된다. FTA의 확대로 인해 가장 손실이 큰 농업의 미래를 수입으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이 위험한 것은 바로 국가안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을 중간에서 조작해 빼먹은 것을 '칼질'이라고 부른단다. 유통의 투명성과 안정화를 위해 설립했다는 농산물유통공사에서도 소위 '칼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지 못했단다. 못했는지 안했는지 속을 알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돌아갔다. 채소값 폭등의 원인을 이상기후로만 볼 수 없고 유통구조상의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강력단속'이란 말 외에는 어느 누구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작금의 채소값 폭등사태가 해를 넘기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유사한 식습관과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주변국 역시 채소대란에 빠져있거나 혼란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정부가 오로지 의존하려는 듯한 수입대책이 무색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미 벌어진 일은 차치하고라도 향후에 닥쳐올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하루속히 뚜렷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양배추 수입해다 청와대 밥상에 올려놓고 '너희들도 따라해라'는 식의 대책으로는 안된다. 양배추 값이 배추값 못지않게 비싸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를 숨기려 해서도 안된다. 솔직하고 겸허하게 '이 정부에는 농정이 없다.'고 고백하고 미래지향적인 올바른 농정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식량안보에 대처하는 길이다. 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채소대란은 기후조건과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 자명하다.
<이영민/
피플코리아
논설위원
yominlee@yahoo.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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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민
yominlee@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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