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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2010/04/11 00:00
입력 조회수 : 55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11년째, 일부에서는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제도의 운영과 기능과 역할 그리고 유효성에 커다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제도개선의 의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지극히 제한적인 질의답변시간, 지루하기 짝이 없는 같은 내용의 반복질문, 정책질의 부재, 흠집내기와 감싸주기 등등, 십년의 세월이 지났으면 좀 나아져야하겠지만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질문자나 답변자나 청문회에 임하는 수준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청문회가 고위직으로 가는 절차라고 법까지 만들어놓았으니 열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한사람의 공직후보자가 세차례나 청문회를 거치는 것은 문제이다. 대법관과 감사원장후보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다. 후보자에 대한 핵심 질의 내용 또한 이미 인준을 거쳤던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이런 청문회가 효율성이 있는 것인지, 청문회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또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 지 의문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청문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국회인준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여야 정치권의 입장이란다. 한마디로 결과가 뻔한 청문회를 애써 개최하는 것이다. 예결산 심의는 물론 국정감사와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할 중요한 정기국회의 회기를 낭비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당연한 절차라 하겠지만 문제가 있다면 하루속히 수정 보완을 하는 것이 청문회보다 우선해야할 국회의 의무이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유무용성이나 현 제도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그동안 국민들은 수많은 청문회를 지켜보아왔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이 한계점에 다달했다는 점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좌절과 탄식과 울분을 토하게 만드는 것이 인사청문회였다. 공직후보자로 청문장에 서는 사람들 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갖춘이가 거의 없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는 격언으로 정당화할 수도 있겠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마져도 부정하려는 듯한 낯두꺼운 공직후보자도 적지 않았다.
우리사회의 지도층에는 과연 공직자로서 공무를 맡길만한 인사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제대로 갖춘 지도층 인사를 찾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 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 누구 하나 위법과 탈법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대부분이 불편부당한 것에 익숙해 있다. 걸핏하면 병역문제에 꼬리가 잡히기 일수이고 탈세며 투기에 부정한 행적까지 도대체 사회지도적 지위에 있는 계층으로 보기에 민망할 정도이다.
공직후보자를 찾기조차 아려울 정도라니 지도계층의 타락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짐작할 만하다. 일부에서는 앞은 내다보지 않고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제식구 감싸기에 다름이 아니지만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루었으니 과거가 곧 현재가 아닌가.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고 개과천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버릇 개못준다는 속담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관장하는 고위공직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도계층의 부도덕성이 부각되는 것은 현 정부에 들어서 두드러진다. 2001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 정권만큼 청문회를 통해 낙마한 인사가 많은 적이 없었다. 현 정권이 과거 정권에 비해 인사문제로 고민하고 애를 태우는 정도 또한 심하다. 근자에는 청문회가 두려워 고위직 후보를 사양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부도덕한 행적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현 정권의 인사문제를 두고 지도계층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계층을 한통속으로 몰아가는 것 또한 무리다. 다만 일련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도계층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고조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한 인사파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감성에 부적절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책임이 적지않다.
계층간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부와 권력으로의 신분상승은 누구나 바라는 꿈일 것이다. 이를 위한 필부들의 일반적인 상식과 윤리의식으로는 헌법에서 보장되는 기회의 균등과 법 앞에 평등이라는 원칙에 충실한다는 것이다. 법과 규칙은 기본이고 관습까지도 충실해야한다고 믿는 것이 필부들의 생각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덕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물며 이러한 필부들의 거울이 되어야할 고위공직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정한 경쟁을 통해 지위를 키워왔다면 당연히 분노할 것이다. 불편부당한 행위에 앞장선 자들에 의해 이끌리고 가르침을 받고 게다가 혈세까지 바쳤다면 억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들이대는 행위는 더욱 괘씸하다. 괘씸하다 못해 굴욕감마져 느끼게 한다.
현 정권의 인사파동의 원인은 인사검증시스템의 문제에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사회가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걸맞는 인사가 현 정권 주변에는 부족한 때문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아니면 이른바 코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정실에 눈이 어두워 문호를 닫아놓은 때문은 아닌 지 짚어볼 일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인사가 뒤틀어졌으니 만사가 뒤틀어졌다는 말인데 현 정권이 이 뒤틀어진 만사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다행히 총리후보의 인준은 무난할 전망이지만, 이어질 개각에서 만사형통한 인사를 가능케 하는 것이 지도계층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을 최소화시키고 사회통합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는 방책일 것이다.
<이영민/
피플코리아
논설위원
yominlee@yahoo.co.k
r>
[
이영민
yominlee@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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