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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로 들어서며
2006/02/01 00:00
입력 조회수 : 788
마흔살이 되면?...
주위에 마흔이 넘은 아줌마들을 보면서 내가 마흔살이 된다면? 하고
막연하게 불혹을 기다렸던때가 있었는데 이제 그 마흔을 넘어서
인생에 있어서 오후로 들어섰다.
학창시절부터 눈이 안좋아 안경을 끼고 렌즈를 착용하며 내 인생의 황금기같은
시절은 인공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다 보냈다.
늦게 까지 책을보고 일을 해야 할땐 렌즈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과 눈의 트러블로 인해
해야 할 일도 억지로 접어버려야 할때도 있었고 그래서 난 내 아이가
나를 닮아 눈이 나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딸애는
남편이 눈이 좋아선지 아직까지는 눈때문에 걱정을 하는 일은 없다.
라식수술....
언젠가부터 지방에서도 많이 시술하고 보편화 되기 시작한 라식수술을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안과에 전화를 했는데 상대편에선 눈의 조건을
묻기전에 나이부터 물어왔다.
그러면서 마흔살이 넘은 사람은 웬만하면 수술을 않고 그냥 사는게
좋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할 만큼
늙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긴 예전 우리들의 엄마들 세대같으면 여자가 마흔살이 넘으면 정말
나이가 많다고 하고 일찍 결혼한 사람은 아이를 결혼까지 시킬나이지만
난 아직 내 나이가 많다는것을 한번도 생각 못하고 살아왔다.
인생의 내리막길...
요즘은 평균 수명이 늘어 팔십세까지는 산다고 하니 마흔살이 넘어선
나이는 인생에 있어서 오후에 들어서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오전엔 잠시 찌푸둥하고 구름이 끼였다가도 오후가 되면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이는 시간을 기대할수가 있지만 오후엔 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들이닥치면
저녁으로 접어드는 어둠뿐이다.
그렇게 시간으로 정해진 오전과 오후처럼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의
오후도 젊음을 믿고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던 때보다는 그동안에 꿈꿔오고
계획한 일들을 잘 다듬고 관리하며 유지해나가야 할 나이인것 같다.
재산관리도 그렇고 특히나 건강관리에 대해선....
그런 마음에서 며칠전 20여년을 착용하던 렌즈를 빼버리고
라식수술을 했다.
결정은 했지만 수술날짜를 받아놓고는 잘한일인가 싶어 밤잠을 설쳐가며
초조해했는데 막상 수술을 받고나니 새로이 태어난 느낌이다.
그때의 그 기분을 누가 알까?...
수술후 안대를 풀고 세상을 보니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어쩜 그렇게
맑고 눈부시던지?....
안경도 렌즈도 다 벗은 내 두눈으로 세상을 그렇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바라본적이
있었는가 싶어 눈물이 날것 같았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내내 새로이 태어나는 기분으로 설레었다.
자꾸 눈으로 손이 가고 안경을 쓸어올리는 어색한 손동작도 자꾸 하게 되어
내 두손을 쑥스럽게 만들었다.
추운겨울 동안 앙상했던 나목들이 이제 막 연녹색의 순수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새롭게 눈을 뜬 내 인생의 오후는 이미 보내 버린 오전의 세월보다도
더 아름답고 의미있게 보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앞으론 더 좋은 모습과 좋은 풍경들만 바라보며
살고싶다.
내 인생의 오전으로 보낸 시간들이 연녹색이었다면 이제 앞으로 살아갈 내 오후의
인생은 연한 커피색같은 브라운을 띤 편안한 색조로 물들여가고 싶다.
자운영
2003년 03월23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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