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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40) 이야기 둘 (12)
2006/01/25 00:00
입력 조회수 : 715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12
나는 십만 원권 수표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스테이지로 눈길을 돌린다.
"오늘은 누가 괜찮나?"
웨이터는 표나지 않게-그 자연스러운 동작은 정말 예술이다-수표를 갈무리하며 스테이지 한 쪽을 가리킨다.
"저쪽에서 춤추고 있는 빨간 스웨터 보이십니까?"
"응."
"저희 업소에는 오늘 처음 나타난 첫물입니다."
"애들 아냐?"
"요즘 애들 건드리면 얼마나 무서운데 들여놓겠습니까? 입구에서 주민증 검사 다 거친 앱니다."
"그래, 저 애로 하지. 자네가 수단껏 불러 줘. 나는 얼굴 팔리기 전에 룸으로 들어가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부담이 돼서 나는 얼른 룸으로 향했다. 방음시설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문을 닫으니 산 속에 들어온 것처럼 조용하다.
잠시 후 술이 들어와서 한 잔 홀짝거리고 있자니 웨이터와 함께 빨간 스웨터가 들어왔다.
"안녕 하세요."
그런데 그 뒤에 한 명이 더 있다.
"어? 두 명이야?"
웨이터가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친구만 혼자 놔두기가 뭐하다고 해서..."
약간 의외이기는 했지만 빨간 스웨터가 워낙 괜찮게 생겨서 그냥 합석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나머지 한 명도 꽤 괜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적당한 기회를 봐서 보내야겠다. 여자가 둘이면 서로 눈치를 보느라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마지막에 펑크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 재미있게 노십시오."
"아저씨, 잠깐만요."
웨이터가 인사를 하고 나가려 하자 빨간 스웨터가 얼른 불러 세운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한다.
"양주는 독해서 잘 못 마시는데, 우리는 맥주로 하면 안 될까요?"
맹랑한 아가씨로군. 괜히 수줍은 척, 어색한 척 내숭을 떨고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는 애들은 대부분 선수다. 정말 초짜들은 양주를 무슨 보약인 줄 알고 마셔대기 마련이니까.
"좋을 대로하지. 필요하면 안주도 더 시키고."
맥주가 들어오고 나서도 처음에는 마시는 듯 마는 듯 유난을 떨더니 내가 웨이터 보조에게 만 원짜리 다섯 장을 집어주자 상황이 돌변했다. 아마도 내 지갑이 꽤 두둑하다는 것을 확인 한 모양이다.
때맞춰 마스터가-룸에 들어오는 악사를 보통 이렇게 부른다-부르스를 연주하자 빨간스웨터가 선수를 쳐서 춤을 신청한다.
"한 곡 추실래요?"
"좋지."
춤을 추기 시작하자 빨간 스웨터는 가슴을 유난히 밀착시켜온다. 몸으로 말하는 것은 자신 있다는 표시이다. 이 정도면 이미 끝난 게임이다. 원하는 만큼 보수만 약속하면 이 애들은 아마 둘이 함께라도 따라 나설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빨간 스웨터가 귀에 대고 속삭여온다.
"아저씨 결혼 안 했지요."
이런 질문은 안 하는 게 보통인데...
"그렇게 보였어?"
"혹시 애인도 없어요?"
대답도 안 했는데 미혼인 것을 기정 사실화 하는 게 어째 불안하다.
"애인 없냐니까요?"
"으, 응... 있어."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을 해버렸다.
"정말이요?"
"왜, 못 믿겠어?"
"그런건 아니고... 아저씨 애인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다..."
"예뻐, 착하고..."
"뭐 하는 여자예요?"
하마터면 중국 교포라고 말할 뻔 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안 가르쳐 줄 거예요?"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지?"
"TV에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니 신기해서 그래요."
우뚝!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백산
수정일 2003년 03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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