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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38) 이야기 둘 (10)
2006/01/13 00:00
입력 조회수 : 743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10
이게 무슨 소리지? 갑자기 중국에는 왜? 그러고 보니 다인의 목소리가 많이 떨리는 것 같다. 울고 있는 건가?
-제 남동생이... 남동생 성호가...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 같데요...
목소리가 점점 심하게 떨리더니 결국은 낮게 흐느끼고 만다. 그리고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 듯 잠시 정적이 이어진다. 그래, 그녀는 다섯 살 아래의 남동생이 있다고 말 한적이 있다. 간혹 내가 물어도 자세히 얘기하는 것을 꺼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중국에 있는 부모와 가끔 통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뭔가 큰 병을 앓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돈도 필요했을 테고...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워낙 급해서 어쩔 수가 없네요. 죄송해요.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려면... 지금 당장 출발해야 될 것 같아요. 진석씨의 허락을 받고 가야 하는 건데... 정말 죄송해요. 다녀와서 따로 용서를 구할게요. 그럼...
이것으로 음성메일 내용이 끝나는 줄 알았더니 약간의 시간을 두고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온다.
-그런데... 진석씨 식사가 걱정이네요. 사먹는 음식은 살로 가지 않는다던데... 거듭 죄송해요. 그곳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되도록 빨리 돌아올게요. 그럼... 12월 15일 오후 2시 35분에 수신된 메시지입니다...
동생이 곧 죽게 생겼다면서 내 걱정은... 당연히 가야 될 일인데 미안하다는 말도 몇 번씩이나 거듭하고...
100일 이벤트를 준비하다가 맥이 빠져버리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이벤트 회사에 아직 전화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신용카드로 결제라도 덜컥 해버렸으면 위약금을 물어야 했을 테니까. 나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며 다음 메시지를 틀어보았다.
-저예요, 다인... 주말이라 표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마침 예약 취소 된 표가 한 장 있어서 구입했어요. 아까는 자꾸 눈물이 나와서 말도 제대로 못했어요. 이제는 조금 가라앉는 것 같네요. 통화가 안 되는 걸 보니 아직도 방송 중이신 모양이군요. 전화 통화라도 하고 가면 불편한 마음이 조금 덜 할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진석씨... 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가볍게 한숨 내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아니에요.
뭔가 분명히 중요한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인데 그냥 얼버무리고 만다.
-제가 없으니 식사는 어차피 사서 드셔야겠지만, 빨래는 그대로 모아두세요. 괜히 빨래방 같은 곳에 맡기지 마시고요. 모아두시면 제가 돌아가는 데로 깨끗하게 빨아드릴게요. 속옷은 진석씨 방의 플라스틱 수납장에, 집에서 입으시는 운동복은 작은 방 서랍장 아래 칸에, 외출복은 밤색 장롱에 있는 것 아시죠? 어제 모두 빨아 두었으니 저 돌아올 때까지 충분히 지내실만 할 거예요. 공중전환데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더 길게 얘기 못 하겠네요. 저 그럼, 다녀올게요. 그동안 잘 지내세요. 12월 15일 오후 5시 7분에 수신된...
어린애 다루듯 하는 잔소리는 여전하다. 하긴 그녀가 없으면 양말 한 짝 제대로 찾아 신지 못하는 위인이 바로 나니까... 그런데 아까는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 둔 것일까? 혹시 돈 부탁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큰일을 치르려면 돈이 필요 할 텐데...
백산
수정일 2003년 03월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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