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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2005/11/12 00:00
입력 조회수 : 727
방학을 맞으면서 딸애가 혼자 보내는 것이 안스러워 딸애와 나이가 동갑인 둘째 시누이의
딸을 오게해서 같이 방학을 보내게 했다.
그런데 나이도 같고 같은 학년이지만 딸애보다 많이 성숙한 조카는 웬일인지 딸애와
잘 어울리질 못했다.
딸애역시 사촌이면서도 서로 서먹 서먹하게 지내고 오히려 같이 보내는 것을
불편해 하는 눈치였다.
일주일에 한번씩 주말엔 스키장으로 주말스키를 타러 가는데 조카도 슬기와 같이
남편을 따라 스키를 타러 보내는데 스키장에서도 역시 둘다 물에 기름돌 듯
잘 친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릴때는 안그랬는데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서로에게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
아이가 하나라서 늘 집에서 끼고 살았고 학원이나 학습지 보다는 남편과 함께
영화관을 많이 갔고 자주 여행을 다니고 오히려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도 딸애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생활에 익숙해서 인지 아직
세상물정을 잘 알지 못하는데 반해 조카는 밑으로 동생이 둘이나 되어서인지
딸애보다도 훨씬 어른스럽고 생각하는 것도 딸애이상으로 조숙하니 당연히
아직 어린애 같은 딸애와 말이 통할 리 없었다.
그런 저런 성격차이와 다르게 자란 습관 때문인지 처음부터 많이 힘들어하던
딸애는 오히려 혼자 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말을 몇번 했지만 그래도 남편과
나는 딸애를 다독거려 초등학교의 마지막 방학기간을 조카와 같이 공부도하고
스키도 같이 타러다니게 하려고 애를썼는데 두 번째 스키를 타고와선 처음보다도
더 많이 실망한 눈치였다.
덩치는 딸애보다 훨씬 큰 조카지만 눈물이 많아서 잘울고 묻는말엔 대답도 안하고 하는
조카와 딸애는 늦은밤 스키장에서 돌아와서도 서로 말도 안하고 못마땅하게
하루를 보내더니 다음날 저녁준비를 하는 내내 두 아이들이 딸애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무슨일이 있는건지 혹시 싸우는 건가 싶어 슬쩍 문을 열어보니 딸애는 침대위에
걸터앉아 울고 있고 조카는 방바닥에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가도 계속 울고 있는 딸애한테 도대체 무슨일이냐고 물었지만 딸애는
아무말도 없이 계속 울고 조카가 그동안 둘사이에 쌓인 오해가 있어서 풀고있다고
했다.
딸애의 방문을 닫으며 아이가 울고 있다고 눈짓을 하니 쇼파에 앉아 신문을 보던
남편도 그냥 두라고 둘이서 해결하게 놔두라고 한다.
그런시간이 한참 지나고 저녁밥을 먹는 식탁에서 조카와 딸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친하게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웃으며 밥을 먹었다.
늘 불편한 얼굴로 징징거리던 조카도 근래에 본적이 없는 밝은 표정이었다.
그날밤 남편은 조카와 딸애 둘이서 서로에게 쌓인 오해를 풀고 타협을 본 모양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불편한 관계를 슬기롭게 처리한 딸애를 보고 아주 기특하다고 했다.
아직도 방학이 많이 남아있고 이번주말도 또 스키장엘 갈텐데 저런 서먹한 기분으로
또 어떻게 보내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슬기가 먼저 조카한테
손을 내밀은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자운영
2003년 01월8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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