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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판말판 인생판] (7) 황홀한 밤 어둠에 묻힌 밤
2005/11/02 00:00
입력 조회수 : 762
"아줌마, 여기 소주 한병 추가요" 배삼삼은 벌써 혀가 감겼다. 말을 잘타는 배여사가 취하면 큰일이다. 배여사가 술에 취하면 어떻게 되는지 천만원은 잘 알고 있다. 지난번에 한번 당해 봤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천만원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오늘 밤 10시에 미숙이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큰일났네. 지난번에도 미숙이와 한 약속 펑크 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둘러대나?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 나갈 구멍이 없는데 어떡하지. 이 번에 또 약속 빵꾸내면 나는 이제 죽었다" 천만원은 미숙이와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는데 배여 사는 술이 취해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저렇게 계속 술타령만 하고 있다. 말을 잘타는 여자 배삼삼. 주량이 소주 2병이다. 맥주는 배불러서 못먹을 정도. 말을 잘타면 술도 잘먹는지 모르겠다. 배여사도 알고 보면 불쌍한 여자다. 가진게 돈밖에 없는 노인의 애첩이라고 할까? 뭐 그런 식으로 살아간다. 33평 아파트도 노인이 구입해 줬다. 여자는 노인을 아빠라 부른다. 노인은 여자를 아가라고 부른다. 주위에서는 부녀지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배여사가 사는 아파트는 이를 테면 노인이 일주일에 한번 정도 와서 자고 가는 '작은 집'이다. 아버지와 딸을 가장한 '작은 집' 생활비도 노인이 대준다. 요구하면 묻지도 않고 준다. 마치 아버지가 딸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 처럼. 배삼삼 여사는 그런 식으로 이미 재산도 먹고 살 만큼은 빼돌려 놓았다. 하기사 그런 계산 없이 젊디 젊은 배여사가 나이많은 노인과 특별한 관계를 맺을리가 없지. 그렇다고 두사람 사이에 별다른 조건은 없다. 어쩌다 한번 와서 자고 가는 조건 밖에는… 벌써 몇년째 그렇게 살고 있다. 서로 간섭도 하지 않는다. 말을 잘타는 여자 배삼삼. 처음에는 노인으로 부터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승마를 시작했다. 승마를 하면 한없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핑계를 댈수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에서 하는 승 마강습. 그러나 말을 타보니 재미가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었다. 노인도 좋아했 다. 어쩌다 한번 만나면 밤이 즐거운 노인. 배삼삼은 큰 돈이 필요하면 보고 싶다는 핑계를 내 세워 노인을 아파트로 부른다. 노인은 만사 제처 놓고 득달 같이 달려 온다. 배여사는 잠자리에서 노인을 유혹한다. 돈이 필요하다고… 노인은 백발 백중 넘어간다. 필요 한 액수 이상만큼 돈을 준다. 알아서 쓰라고 아예 통장을 내준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승마를 하다가 우연히 경마도 알게 되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조금씩 빠져든 경마. 승마와 경마는 이제 그에게 가장 소중한 일이 되었다. 승마는 자신의 '매력포인트'를 유지해 주는 최상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말을 잘 타는 여자가 되었다. 경마는 큰 돈을 딸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한다. 배삼삼은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천만 원을 만났다. "아저씨, 빨리 모시고 올라가세요. 언제까지 사모님을 저렇게 놔 두실 꺼예요" 러브카페 아 줌마가 천만원에게 한쭉 눈을 흘기며 조용히 말한다. "예? 예, 예, 예, 알았습니다. 배여사님 일어나세요. 제가 모실께요" 천만원은 얼떨결에 배여사를 부축하고 아줌마가 안내하는 쪽으로 갔다. 밀실처럼 이어진 방. 러브카페서 비밀통로로 이어진 러브호텔이다. "러브카페에 러브호텔이라. 말로만 듣던 이런데가 정말 있구나. 참으로 세상은 알수 없는 요 지경 속이야" 천만원은 혼자 중얼거린다. 지난번에도 얼떨결에 이곳까지 왔는데 이번에도 또 꼼짝없이 걸려 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은근한 호기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두얼굴을 가진 이중 인격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 말을 잘 타는 여자 배삼삼은 여전히 술에 취해서 휭설수설하고 있다. 방에 들어오니 물침대 가 있다. 천만원은 당황해서 어쩔줄 모른다. "오빠야?" 배여사가 부르는 소리에 천만원은 깜짝 놀라 쳐다본다. "이런데 처음 와본 사람 처럼 왜 그래? 순진해서 그런거야, 아니면 순진한 척 하는거야?" "내가 뭘? 아이, 누님도 참. 그러고 보니 누님 술 하나도 안 취했네. 이거 속았잖아" 천만원 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설명할수 없는 야릇한 이기분. 괜히 쑥스럽다는 생각에 한손으로 머 리만 긁적거린다. 목욕탕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나오는 배여사. 33살이 아니라 22살로 보인다. 그만큼 싱싱하 다. 말을 잘 타는 여자 배삼삼. "오빠 뭐해? 거기 그냥 장승처럼 서있을 꺼야? 난 내숭 떠는 남자 제일 싫더라" "예? 예" 천만원은 얼떨결에 목욕탕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슴이 쿵쾅 거 린다. 샤워를 하고 다시 나오니 배여사가 요염한 자세로 테이블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천만원이 옆에 붙어 앉는다.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이어진다. 술잔이 오고 간다. 배여사의 눈 빛이 달라지고 있다. 말을 잘타는 여자 배삼삼.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강렬한 그 눈빛을 천만 원은 감당해 내기가 힘들다. 둘사이에 말이 없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얼굴을 마주 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 이 입맞춤으로 이어진다. "에라이 모르겠다. 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천만원이 벌떡 일어났 다. 이 시리즈는 계속 됩니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 12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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