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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판말판 인생판] (4) 말발목이 부러져도 경마는 한다
2005/10/16 00:00
입력 조회수 : 832
“모든 것을 파헤치고 싶다” 경마장에 발을 들여놓은지 5년째 접어든 여기자 나후리. 이름이 튄다. 그는 요즘 경마장에 재미를 붙였다. 이곳에 오면 볼거리 화제거리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생각보다 날씨가 춥다. 며칠전에 내린 눈 때문에 아직도 주루사정이 안좋다. 그러나 경마는 열린다. 기수가 줄줄이 몸을 다치고 경주마의 발목이 줄줄이 부러저도 경마는 열린다. 하루 매출액이 자그마치 500억인데 요까짓 날씨가 불량하다고 해서 예정된 경마를 쉴 리가 없다. 며칠전에 폭설로 취소된 이틀간의 경마도 당초 휴장기간인 27일과 28일에 대체 시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기수들은 설연휴도 제대로 못쉬고 말과 함께 추운 주루에서 훈련을 했다. 나후리는 부리나케 마주들이 있는 관람대 6층으로 올라갔다. 마주들과 만나서 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지만 따뜻하고 훈훈한 거기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경마장이 한눈에 쑥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거이 바로 가재잡고 도랑치고가 아니고 무엇인가. 일반 경마팬들은 저렇게 밖에서 오들 오들 떨면서 있는데… “역시 마주실은 끝내 주게 좋단 말이야. 아래 내려다 보이는 관람대좀 봐. 개미새끼같이 바글바글한 저 많은 경마팬들. 아무런 난방시설도 되어있지 않은 밖에서 저렇게 떨면서도 경마를 즐기고 있잖아” 나후리 기자는 연신 궁시렁 거리면서도 경주로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일요일 9경주. 어제 경주중에 말의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가 속출했다. 그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주로가 미끄러워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현장을 잡으려고 두눈 부릅뜨고 이렇게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9경주 출발. 발주기가 열리고 14마리의 말이 일제히 튀어나간다. 2코너를 돌면서 말이 뒤엉킨다. 그러다가 한 마리가 갑자기 뒤로 빠진다. “말의 다리가 이상하다” 나후리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일제히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을 쳐다본다. “또 발목이 부러졌다” 누군가 소리친다. 2번마 ‘해피 엔드’ 이름값도 못하고 저렇게 사라지고 마는구나. 정확하게 앞다리 왼쪽 발목이 딱하고 부러진 것이다. 부러진 다리를 절뚝 거리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말이 너무 불쌍하다. 기수가 말잔등에서 뛰어 내린다. 부러진 다리가 제멋대로 흔들거린다. 기수도 뛰어내리다 어깨를 다친 모양이다. 말은 발목이 부러진 다리를 들어 올린채 그 자리에서 몇바퀴를 빙글 빙글 돌고 있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나후리 눈에서 눈물이 글썽인다. 사람도 참지 못할 정도로 아프면 그 자리에서 펄떡 펄떡 뛰지 않는가? 그런데도 주변에선 욕설이 튀어나온다. “내가 산 마권은 이대로 휴지조각이 되었단 말인가. 아이 재수 옴 붙었네. 하필이면 왜 내가 베팅한 말이 다리가 부러지고 지랄이야” 나후리는 아무리 말못하는 말이라 해도 이건 너무한다 싶었다. 경주마는 다리가 부러지면 그것으로 말인생 끝장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그대로 용도 폐기되고 만다. 경주마로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며 뛰다가 발목이 부러지는 순간 찍소리 한번 못하고 퇴출되는 경주마가 너무 불쌍하다. 그러나 아무일 없다는 듯 다음 경주가 열리고 관중들의 함성소리는 과천벌을 뒤흔든다. 기수는 다치고 말은 발목이 부러져도 경마는 열린다는 사실을 나후리는 알았다. 이시리즈는 계속됩니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1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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