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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
2005/09/14 00:00
입력 조회수 : 677
얼마전 딸애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가을운동회를 했다.
이제 6학년이니 초등학생으로서는 마지막 행사인 가을운동회날은 날씨까지도 너무
좋아 티없이 맑고 푸른 전형적인 가을날씨였다.
초등6년동안 매년 운동회가 있었지만 직장을 다닌다는 핑계로 그저 오전에 잠깐
가서 딸애얼굴보고 간단하게 점심만 챙겨주곤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곤 해서 딸애는
운동회날 끝날때까지 같이 있어주며 옷도 챙겨주고 먹을것도 챙겨주는 친구들의
엄마들을 부러워 했는데 이번 운동회날은 아주 큰맘먹고 휴가를 내어 딸애의 마지막
가을 운동회에 같이 동참을 했다.
행운인지 딸애가 전교 어린이 부회장직을 맡고있으니 아무리 직장을 다니는 엄마라
해도 얼굴한번 안내밀면 딸애의 입장이 난처할거 같기도 해서 이른아침부터 선생님을
도와 학교의 행사도 같이 진행하고 또 딸애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현관에 서서
내빈들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정말 흐뭇했다.
누구에게나 자기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표현을 할만큼 자기자식이
제일 예뻐 보이는거지만 그날 한복을 곱게 입은 딸애의 모습은 정말 눈이 부시게
예뻤다.
어쩜! 내가 낳았지만 정말이쁘구나!!! 싶은 마음에 난 딸애에게 수줍어 하지말고
용기있게 똑바로 서서 내빈들게 인사를 하라고 당부를 했지만 여전히 수줍어
얼굴도 잘 못드는 딸애는 그저 빙그레웃으며 자꾸 고개를 숙였다.
그날 오후에 있은 5,6학년 여학생들의 부채춤에서도 딸애는 제일 앞줄에 서서
인지 가장 빛이났고 눈이부시도록 예뻤다.
남편도 딸애의 예쁜모습을 담기위해 열심히 사진기셔터를 눌러댔지만 옆에서
계시던 교감선생님께서 슬쩍 부르시더니 "딸애 저렇게 예쁘게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시집가면 남에자식이야" 하신다.
아이가 딸애 하나뿐이지만 아직도 아들이 더 낫다고 아들을 낳고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사실 딸애를 보면 열 아들 부럽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사는데
주위에서는 아직도 아들타령이다.
아이가 몇이냐고 물었을 때 "딸애 하나인데요" 하면 모두들 기막힌 표정으로
"에이, 나중에 어쩔려구 딸하나만 두었어?" 한다.
나중에? 노후에?
아들을 키우면 노후에 나이들면 호강받고 살수있을까? 정말?
나도 이제 중년이 되었고 내가 부모님밑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살 때 중년이었던
부모님은 이젠 모두 연로하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계신다.
하지만 내가 이루고 사는 가정 때문에 사실 부모님을 돌아보기가 힘이든다.
그건 여자라서가 아니고 남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든다.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내가 받고 자란 사랑만큼 내 부모님께
돌려드린다는 것은 정말 말 뿐인것같다.
나에게는 시어머님이고 남편에게는 어머님이신 분이 계시지만 남편이 아들로서
시어머님께 해드릴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가 않다
오히려 어머님을 위해서는 아들보다는 며느리인 내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아들, 그리고 딸...
항상 주위에서 딸하나 키우다 덜렁 시집보내고 나면 노후에 어떻게살거냐고
하지만 그래도 난 아들하나 보다는 딸하나가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내가 딸하나를 키워서가 아니라 부모에게는 나이가 들수록 아들보다는
딸이 더 친구같고 속마음도 같이 나눌수 있고 그런 것 같아서다.
아들은 키울때엔 좋지만 결혼을 시켜놓으면 며느리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들 것
같기도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가족실태가 그러하니까...
나는 요즘 딸애를 보며 정말 뿌듯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이젠 키가 나보다도 더 커버려 같이서면 내가 더 작아 "내가 엄마보다 키가 크네?" 하는
딸애를 보면 아직도 저앨 내가 낳았나 싶은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산다.
그런데 자식에대한 그런 애틋한 생각은 부모라면 누구나 그런가보다
내가 이렇게 중년이 되었어도 친정엄마는 나만 보면 늘 어린아이 같아
마음쓰이고 안스럽다고 하시니까...
자운영
2002년 10월21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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