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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바람의 꽁트] (35) 납량시리즈 2 / 간떨어진 도깨비
2005/09/13 00:00
입력 조회수 : 803
나는 시골 출신이다. 옛날에는 호랑이도 자주 출현했다는 그런 첩첩산중 마을이다. 그래서 도깨비불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아예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도깨비불은 사실 알고보면 별것도 아니다. 공동묘지에 가면 도깨비불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아주 역사가 오래된 공동묘지일수록 확률은 높아진다.
이치를 알고보면 그럴수밖에 없다. 도깨비불로 알고 있는 99%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불일뿐이다. 그냥 활활타오르는 진짜불이 아니고 유황이 흩날리면서 마찰로 생기는 불이다. 온도도 없고 느낌도 없는 그런 불이다. 일종의 야광이나 마찬가지다.
반딧불이 빛을 내기는 하지만 온도가 느껴지지 않고 진짜불도 아닌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큰 무리는 없다.그러나 아무리 별것 아닌 유황불이라 하더라도 진짜 아무도 없는 암흑의 어둠속에서 그런 도깨비불을 만나면 놀라서 뒤로 넘어질 정도다.
담이 큰 사람이라 할지라도 겁을 먹기는 마찬가지다. 으시시하고 천둥번개에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이라면 도깨비불은 더욱 휘황찬란하다.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고 흩어지는 모습이 진짜 도깨비가 춤을 추는 것만 같다.
어린시절 나는 고개 고개넘어 중학교를 다녔다. 하루는 캄캄한 밤.내가 다닌 중학교는 집에서 무려 10km나 떨어진 먼거리였다. 학교에서 집에까지는 고개를 무려 세개나 넘어야 했고 언제나 집에오면 깊은 밤이 되었다.
그런데 밤길은 항시 나에게는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이제 마지막 고개 하나만 넘으면 우리동네가 나타나는 지점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고개가 항시 문제였다. 그정도 오면 내몸은 지쳐서 힘이 빠졌다. 지금 내가 서있는 위치. 고개 중간. 날씨도 우중충하게 흐린데다 사방이 계곡으로 둘러 싸여 천지사방 구분이 안갈 정도로 어두운 밤.
그런데 무덤이 있었다. 그 무덤이 내게는 휴식처. 그자리에 누웠다. 누워서 혼자 무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집(무덤)속에 들어있는 양반아 당신하고 나하고 얘기좀 나누자고. 그리고 나혼자 떠들고 아무렇게나 지껄여 댔다. 대답은 무덤속 영혼이 했다고 치고. 마치 혼자 바둑두는 것처럼.
그런데 산 정상에서 진짜 도깨비 불이 나타났다. 한개가 아니라 무려 두개였다. 앞산에서 번쩍 뒤산에서 번쩍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다. 벌떡 일어났다. 머리끝이 나도 모르는 순간에 모두 하늘쪽으로 곤두섰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거꾸로 일어서는 만큼 겁을 먹은 것이다. 생각을 해보시라 얼마나 놀랬으면 머리카락이 거꾸로 일어설 정도인지. 피부에는 소름이 돋았다.
그런 나의 모습은 분명 내가 아니고 괴물이었다. 머리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피부엔 울퉁불퉁 소름이 솟아 있고 눈동자는 살기로 번뜩거리는 모습을 누가 사람이라고 보겠는가. 가슴속 뼈속까지 파고들어오는 공포감.
안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이쯤되면 본능적으로 나오는 공격자세. 길에서 돌을 주워 호주머니에 가득 채웠다.양손에 하나씩 꺼내 던질 준비를 하였다.
도깨비불은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드디어 거리가 코앞에 까지 왔다. 도깨비들이 얘기까지 하면서 오고 있었다. 사람사는 얘기였다. 드디어 마주쳤다. 순간 들리는 외마디 비명소리. 나도 상대도 동시에 터져나왔다. 제기랄. 도깨비가 아니잖아. 간 떨어질 뻔 했네.
광산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광부였다. 광부가 카바이트로 불을 밝힌 간드레불을 손에 들고 흔들어 대며 오는 것을 도깨비불로 착각한 것이었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 10월27일 08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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