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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바람의 꽁트] (27) 직업이야기5 / 너, 기자 맞아? 5
2005/07/08 00:00
입력 조회수 : 687
편집기자가 사는 법을 지켜보노라면 꼭 도깨비같다. 낮근무할때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오후 2시까지 회사출근을 했다. 퇴근은 보통 저녁 7시전후. 첫판이 나오는 신문을 훑어보고 나서 별이상이 없으면 퇴근을 했다. 그러니까 하루 근무시간이 5시간 남짓이었다.
안기자는 처음에 하루 근무시간이 겨우 5시간밖에 안되는 이런 놀고먹는 회사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갔다. 아침밥 느긋하게 챙겨먹고도 오전 내내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점심까지 먹고 출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남편출근하는 것 보려다 목빠지는 것은 마누라다. 마누라는 남편이 다른 가장들처럼 아침먹기 바쁘게 집을 빠져나와 회사 출근하는 것을 부러워하곤 한다.
어쩌다 집에 마누라 친구라도 왔다가 집에서 잠을 자거나 속옷 입고 테레비 보는 남편을 보고는 놀라서 도망간다. 마누라 말을 빌리면 댁의 남편은 도대체 뭐하는데 이시간에 집에 계시냐고 물어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 편집기자가 왜 이렇게 근무시간이 짧을까.
그것은 신문을 제작하는 특수성에 있다고 볼수 있다. 편집기자가 회사에nbsp; 출근해서 근무하는 시간을 지켜본다면 하루에 비록 다섯시간 근무하지만 노동강도로 볼 때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샐러리맨보다 더욱 힘들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만큼 정신적인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근무시간으로만 비교할수 없는 특수성 때문에 하루 5시간 근무하고도 고생많다는 간부들의 격려까지 받는다.
편집기자가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하루 5시간만 일하고도 오히려 고생많이 한다는 대접까지 받는지 와서 며칠만 지켜본다면 "아하 그렇구나" 하고 인정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편집기자는 하루 다섯시간을 꼬박 일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하루에 진짜 신문제작에 투입되는 시간은 넉넉잡아도 불과 3시간 남짓이다.
이유를 들어본다. 신문기자들의 모든 제작시스템은 마감시간에 맞춰져 있다. 그러니까 조간 신문의 첫판인쇄가 6시30분 전후에 나온다. 그러면 역산을 해본다. 기사마감은 5시전후다.
신문에 실릴 기사가 마지막으로 편집자에게 넘어오는 시간이 5시전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프로야구 경기가 5시에 끝났다면 그기사까지 신문에 실린다. 기사마감이 끝나면 각면 담당 편집자가 자기판을 짠다.
판을 제작하는 데는 빨리는 1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걸린다. 모양을 내는 간지나 특집면은 그만큼 시간이 오래걸리고 뉴스속보가 주메뉴인 면은 10분에도 끝날 수 있다.
예를 들어보면 각신문의 1면은 10분이면 짠다. 그러나 속에 들어가는 경제 기획 부동산 등등 섹션면은 1시간도 더걸린다. 기사의 성격에 따라 디자이너가 직접 내용에 맞는 그래픽디자인도 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이다.
편집기자는 낮2시에 출근해서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문화면이나 생활면 등 간지를 맡은 편집자들은 오전에 나와서 미리 짜지만 뉴스면을 맡는 편집자들은 낮2시에 출근해도 석간이나 뒤져보고 커피도 마시면서 오전을 그냥 워밍업정도로 보낸다. 말하자면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몸을 푸는 워밍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점심도 느긋하게 먹는다. 12시에 나가서 낮 2시까지 소주까지 곁들여 성찬을 한다. 어떤때는 낮술이 과하여 얼떨떨할때도 있다. 그래도 근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왜냐구? 실전에 투입되기까지는 아직도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까.
점심먹고 2시에 들어오면 자기가 맡은 지면에 대한 기사의 윤곽이 나온다. 이를테면 1면에 머릿기사가 대통령 기자회견 발표이고 일문일답은 해설면인 3면에 들어가고 화성참사 속보는 사회면 톱기사로 한다는 등등을 대충 알수 있다.
그러면 편집자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자기가 맡은 지면에 대해 어떻게 요리를 할까 다른 신문도 참조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여유가 있다. 아직 취재기자들로부터 원고가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되면 원고가 슬슬 편집부쪽으로 넘어온다. 이때부터 편집기자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본격적인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는 실전 편집시간이다. 그러나 아직도 바쁘지는 않다. 중요기사가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4시30분. 대부분의 기사가 편집부로 넘어온다. 편집기자가 가장바쁜 시간. 숨쉬는 소리도 아까울정도로 일분 일초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시간부터 편집기자는 전쟁이다. 뼈를 깎는 대패요 수명을 갉아먹는 직업이라는 편집의 피크타임이라고 볼수 있다. 마감시간이 임박한 이때의 편집부 모습을 사정모르는 외부인사가 지켜본다면 무슨 변태집단으로 볼수도 있을 것이다.
단한줄의 좋은 제목을 달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수없는 고민을 한다.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으로 고뇌하는 편집자. 긴장을 풀려고 줄담배를 피면서 연신 연기를 뿜어내며 기발한 카피같은 제목을 뽑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편집자의 몰입은 무아지경에 이른다. 화장실에 갈시간도 없다.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이요 초긴장의 시간일뿐이다. 마감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한마디로 전쟁이다.
편집자들이 왜 이렇게 머리가 빠개지도록 고민을 할까. 그것에 대한 해답은 너무 간단하다. 편집에 완벽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완벽한 편집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민한다.
완벽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방울의 땀까지 편집에 모두 쏟아내는 것이다. 그래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마감시간.
편집기자는 자신이 설계한 자기면의 레이아웃을 가지고 제작국으로 달려간다. 편집자가 내려오기를 때맞춰 이미 조판자가 대기하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기면을 짠다.
모든 것이 끝나고 대장이 나온다. 일종의 신문이 인쇄되기 전에 각각의 면이라고 볼수 있다. 교열부가 마지막 오탈자를 잡는다. 드디어 모든 과정이 끝나고 윤전부로 넘어간다. 편집기자가 드디어 하루편집을 끝내는 시간이다. 편집자는 이때 비로소 여유를 되찾는다.
교열오케이까지 끝나고 각면대장이 윤전부로 넘어간 뒤 5분이면 신문으로 인쇄 되어 나온다. 시간은 6시30분 전후. 이름하여 초판 신문. 가장 먼저 편집기자에게 전달된다.
혹시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나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 뜨끈뜨끈한 인쇄잉크냄새가 물씬 풍기는 신문 첫판을 넘기면서 편집자는 자신이 편집한 면을 꼼꼼히 확인한다. 혹시 실수라도 한부분이 있나 없나 잡아내기도 한다.
이시간이 바로 편집자의 하루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다. 전쟁처를 방불했던 편집부에는 그날의 야근담당자가 자리를 차지한다. 정상출근조와 야근조가 교대근무를 하는 것이다.
야근조들은 첫판 이후 새벽까지 밤새 쏟아져 들어오는 뉴스로 몇번의 신문을 만들어낸다.
정상출근을 한 편집자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문을 나선다. 퇴근하는 편집자들의 손에는 그날의 신문 한부씩 들려져 있다. 삼삼오오 술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느긋하게 편집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느긋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신문을 보다가 행여 큰 실수라도 발견하면 "앗 뜨거라! 이거 큰일났다" 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순간 여유를 부리던 마음은 간데없고 밀려오는 불안감과 초조함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수 있으랴.
마시던 술잔을 내던지고 득달같이 신문사로 달려가 자신의 실수를 자진 신고하거나 아예 전화기 코드를 뽑아버리고 사건이 가라앉을 때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잠적해 버린다. 오호, 편집기자의 지울 수 없는 숙명이여!
김명수
수정일 2002년9월2일 09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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