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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바람의 꽁트] (25) 직업이야기3 / 너, 기자 맞아? 3
2005/06/28 00:00
입력 조회수 : 681
안철민차장은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인간성도 삭막해졌다. 특히 안기자가 속한 편집부는 특성상 외근을 하지 않는다. 초년병 수습기자 시절 6개월간 경찰서를 돈 것 말고는 줄곳 외근을 하지 않고 편집국에서 내근만 하였다.
안기자는 처음에 편집부가 가장 좋은 부서로 알고 지원을 하였다. 편집국장이 29기중에서 편집부 지망자 손들어보라는 말에 안기자가 자원했다. 편집부로 발령받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고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까지 하였다.
그때 안기자는 신문사의 꽃은 편집부로 알았던 것이다. 안기자는 공채시험 보러 오기 전에 미리 아는 선배한테 찾아가서 신문기자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던 적이 있다. 그때 선배가 하는 말이 신문사에서 가장 시간이 많고 대우받는 부서는 편집부라는 것이었다. 안기자는 그말을 믿었다.
안기자는 다른 친구들이 편집부 좋은줄 몰라서 손을 들지 않은것이라고 생각했다. 안기자 혼자 손을 들자 국장이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좀 이상한 녀석 다봤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국장은 안기자에게 나중에 다른부서로 가고 싶을때는 언제든지 얘기하면 들어주겠다는 말까지 덫붙였다.
그날 이후로 안기자는 편집부기자 붙박이가 되었다. 편집부가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부서라는 것은 일년도 안가서 알게 되었다. 안기자는 그때부터 외근부서로 가고 싶다고 국장한테 이야기를 해보았으나 아직까지도 편집부를 떠자지 못하고 있다.
안기자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한번 편집부에 배치되면 빠져나가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편집부는 업무에 숙련도가 오래걸리는 부서였다. 안기자는 처음에 지방판을 짰다. 지방판 일년만에 티브이면을 짰다. 티브이면 6개월만에 연예면을 맡았다.
안기자는 신문사 경력 3년째부터 야근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야근을 10년째 하고 있는 것이다. 야근을 하면은 근무체제가 완전히 달라진다. 안기자가 근무하는 편집 야근조는 3교대로 돌아간다. A조 B조 C조로 구성되어 교대로 근무를 한다. A조가 하루는 정상근무를 한다. 정상근무를 하는 날은 아침10시에 출근하여 초판이 나오는 저녁 7시안팎까지 근무를 한다.
이튿날은 야근을 한다. 야근을 하는 날은 저녁5시쯤에 출근을 해서 밤을 꼬박 새면서 신문을 만든다. 초판이후에 나온 기사들을 가지고 밤새도록 계속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판 인쇄가 완전히 끝날때까지 근무를 한다. 그러면 새벽 4시가 된다. 안기자는 야근을 하면서 신문을 보통 5번을 만든다.
저녁때 가장 먼저 나온 신문은 초판이라고 한다. 초판은 보통 저녁 6시 30분 전후에 나온다. 그러니까 그다음날짜 신문을 전날 저녁 6시 반에 만들어 시중에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판은 배달이 가장 멀고 어려운 지역에 보내진다. 물론 다음날 아침에 조간으로 배달되는 것이다.
초판은 서울시내 가판대와 원거리지방에 배달된다. 그래서 밤 9시 넘어야 끝나는 프로야구는 들어가지 않는다. 지방 독자들이 왜 아침신문에 프로야구가 실리지 않느냐고 항의전화를 하곤 하는데 바로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A조가 야근을 하고 난 뒤에는 하루 쉰다. 그렇게 3교대가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는 것이다.
A조가 정상근무때는 B조가 야근을 하고 C조는 비번이 된다. A조가 야근때는 B조가 쉬고 C조가 정상근무를 한다. A조가 비번일때는 B조가 정상근무를 하고 C조가 야근을 한다. 일년열두달을 이렇게 돌아간다.
안기자는 처음 야근조에 들어갔을 때 도저히 적응이 안되었다. 정확하게 사흘에 한번씩 야근을 하니까 야근 다음날이 사흘에 한번씩은 꼭 쉬는 것이었다. 쉬는 것이 너무 자주 돌아오니까 회사에 다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일주일에 토요일 포함해서 3일정도를 꼭 쉬는 것이었다.
사실은 밤샘 야근을 하고 쉬는 것인데 꼭 회사를 결근하고 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안기자는 이렇게 많이 회사 안나가고 월급주는 회사도 다있나 싶었다. 그러나 야근이 힘들다는 실상을 아는데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였다 .
초상집에서 하루 밤샘만 해도 그이튿날 하루종일 비몽사몽일 정도로 몸이 피곤하고 눈이 감기는 것만 보아도 야근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중노동이다. 부모님이 사망을 하야 장례식을 치루기까지 사흘밤을 내리 쉬는 상주가 나중에 몸살이 나는데 야근을 밤먹듯이 한다는 것은 말해 무엇하랴.
안기자는 야근 3년째가 되자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 올빼미 체질이 된 것이다. 야근을 한 다음날 낮에 하루종일 집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사흘돌이로 하다 보니 밤낮이 뒤바뀐 것이다. 안기자는 야근을 하고 새벽4시에 집에 오면 그때부터 잠자리에 든다. 잠을 자더라도 낮에 자는 것은 절대로 깊은 잠을 못잔다. 야근자들은 이것을 가면이라고 한다.
눈은 감고 있으되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다. 멀쩡하게 해가 중천에 떠있는 대명천지인데 어떻게 깊은 잠을 잘수가 있나. 해떨어지는 밤에 자고 해뜨는 낮에 활동하는 것은 자연의 생리법칙인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뒤집어 사는 생활은 정상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안기자는 낮에 12시간을 누워있어도 밤에 제대로 자는 6시간보다도 더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당깨 3년이면 풍월을 읽듯이 야근 3년만에 야근 오래하면 골병든다는 말을 몸소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야근자들끼리 전해 내려오는 말이 있다.
총각은 야근을 하면 기가 다 빠져나가니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라는 것이다. 야근을 하면서 늦결혼을 하면은 양기가 다빠져나가서 자식을 낳기 힘들고 자식을 낳더라도 음기가 충만하여 아들보다는 딸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말이쉽지 현실은 달랐다. 밥먹듯이 야근하고 낮에는 하루종일 퍼질러 잠이나 자는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애인을 사귀고 데이트를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들다. 아침에 퇴근하고 저녁에 출근하는 사람을 어떻게 정상적인 사람으로 볼수 있겠는가.
다행이 안기자는 신문사 들어와서 1년만에 결혼을 하였다. 안기자는 결혼해서 첫아들을 낳았고 두 번째는 딸을 낳았다. 안기자의 아들은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안기자는 아들을 맨정신으로 본적이 별로 없다.
야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아들이 잠을 자고 있다. 정상근무때 술을 마시고 밤늦게 들어가면 또 아들이 자고 있다. 아들이 학교에 갈 때는 아빠가 자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아빠가 깨어있는 것을 보지 못한 아들녀석이 학교에서 그림을 그렸다. 아들녀석이 그린 그림은 아빠의 자는 모습과 술병이었다. 아들이 본 것은 아빠의 자는 모습과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온것뿐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집에다 전화를 했다. 혹시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다. 안기자는 아들이 술병과 자는 모습을 그렸다는 말을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나서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아빠로서의 해야할 몫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8월17일00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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