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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 개의 소품] 이야기 하나 (8)
2005/06/23 00:00
입력 조회수 : 661
◇까만색 반부츠-누군가를 대신한 사랑 (8)
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약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조금 전까지 괜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저는 다소 반가운 마음이
들어 급히 옷을 갈아입고 당신을 맞이했습니다.
불쑥 찾아와 휴식시간을 뺐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매우 어색한 듯 거실을 서성이는 당신의 손에는 작은 종이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무엇을 선물하려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겨 눈길이 저절로 봉투에 모아졌습니다. 그러자 당신은 멋쩍은 웃음과 함께 봉투에서 CD를 한 장 꺼냈습니다.
빈손으로 오기가 뭐해서 한 장 골라 봤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제랄드 졸링이네요?
알고 계시는군요?
아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좋아하는 가수예요.
다행이군요.
그렇지 않아도 이사하는 도중에 CD가 망가져서 새로 구입하려던 참이었는데 잘 됐네요.
저는 곧바로 포장을 뜯어 음악을 틀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서인지 술기운이 돌아서인지 제랄드 졸링의 노래는 더욱 매혹적인 선율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혼자 한 잔 마시고 있었는데, 같이 하시겠어요?
좋습니다.
제가 먹던 그대로 대접할 수는 없었기에 저는 육포와 치즈 등으로 간단하게 술상을 보았습니다.
부족한대로 안주는 준비가 되었지만 얼려놓은 얼음이 없어서 술은 스트레이트로 마셔야 했습니다.
술이 그다지 센 편이 아닌데다가 당신이 오기 전에 이미 석 잔이나 마셨던 저는 위스키 스트레이트 몇 잔에 금방 취기가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취기가 오르면 평상시에 잘 자제하던 것을 깜빡하는 수가 있습니다. 저도 그 날 그런 실수를 했지요. 절대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묻고 말았으니까요.
유 이사님...
그때 저는 이미 혀가 상당히 꼬부라진 상태였습니다.
두고두고 궁금했던 것인데요... 그 날... 그러니까 이사님이 노숙자의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났던 그 날 말이에요.
그때 저는 당신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는 것을 빨리 눈치 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성적 사고는 이미 독한 위스키에 상당부분 잠식당한 상태였기에 저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백산
수정일 2002년8월10일 10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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