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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바람의 꽁트] (22) 입싼여자 값싼여자
2005/05/13 00:00
입력 조회수 : 662
올해 나이 서른다섯의 김말자는 초등학교 6학년의 딸을 둔 학부모다. 말자는 며칠전 반상회에 갔다가 수모를 당했다. 자신의 딸인 영하가 문제아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말자는 그소리를 듣는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제 겨우 13살인 철부지 어린아이의 앞길을 막아도 유분수지 어떻게 문제아라는 말을 쓸수가 있나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었다. 진앙지는 바로 위층에 사는 주애엄마 박마리였다. 주애와 영하는 같은 반이다. 사연은 이렇다.
주애엄마는 주변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영하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험담을 하고 다녔다.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제멋대로 떠들고 다니는 것이었다. 심지어 전체학생회장인 남학생과 연애를 하고 다닌다는 말까지 했다.
영하가 먼저 남학생을 유인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하와 남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연애만 하고 다닌다고 학교내에 소문이 쫘악 퍼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남자애가 선물로 반지를 사줬다면서 꼭 두눈으로 본것처럼 말을 하고 다녔다. 말자는 그소리를 아주 뒤늦게 들었다. 이미 주변에 소문이 퍼질대로 퍼진뒤에서야 우연히 들었던 것이다. 말자가 역시 자신의 딸인 영하와 같은반 남자애인 주상이 엄마 이민자집에 놀러갔을 때였다. 그런데 거기서 민자가 주애엄마에게 들은 얘기를 전해주는 것이었다.
마리는 그말을 듣는 순간 너무 충격적이라 온몸이 부루루 떨렸다. 마리는 도대체 무슨 심뽀로 그인간이 우리딸을 그렇게 비난하고 다니는지 알수가 없었다. 마리는 세상 살다 보니 별 미친 인간도 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애엄마는 툭하면 민자에게 달려가 영아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러면 민자는 들은 얘기를 모조리 말자에게 전달해주는 것이었다. 말자는 속이 상하고 분해서 이를 득득 갈았다. 어디 한번 두고보라며 오기를 품었다. 그런데 반상회에서 바로 일이 터진 것이다. 마리는 거기서도 말자가 있건 말건 상관않고 영하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았다.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마치 공개성토라도 하는 것처럼 험담을 했다.
말자는 너무 화가 나고 분해서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아니 이인간이 듣자듣자 하니까 너무하네. 당신 나하고 무슨 억화심정이 있다고 이러는 거야. 당신 왜 없는 말 마구 지어내서 주둥아리 놀리고 있어?" 말자가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머리를 쥐어뜯을 태세로 거세게 나오자 마리는 주춤했다. 그러나 마리는 자신이 한번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수가 없었다. 마리는 자신은 결코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이야기를 하기시작했다.
마리는 "영하가 남자애와 연애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겼다. 마리는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뿐인데 뭐가 잘못이냐면서 되레 큰소리를 쳤다. "야 이인간아. 네가 봤냐 봤어?"말자가 삿대질을 하면서 따지듯 물었다. "못믿겠으면 직접 학교가서 확인을 해보면 될것 아니야?" 마리도 물러서지 않고 대들었다.
두사람은 나중에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하면서 몸싸움으로 번졌다. 다른사람들이 뜯어말려서 싸움은 겨우 진정되었다. 말자는 언젠가 오늘의 수모를 열배 백배로 되돌려 주고 말리라고 이를 갈았다.
며칠후 말자네 집에 민자가 놀러왔다. 민자는 또 마리가 한말을 전해주는 것이었다. 마리가 영하에 대해 나쁜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데는 엉큼한 속셈이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전체학생회장인 남학생이 영하를 좋아하는것에 대한 질투심이었다. 마리가 그렇게 무모한 험담을 늘어놓고 다니는 것은 자신의 딸인 주애를 제쳐두고 남학생이 말자의 딸인 영하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시샘때문이었다.
마리는 말자가 민자네 집에 가는것 조차도 질투를 냈다. 일종의 경쟁심이 작용한 것이다. 마리는 자신의 딸이 말자의 딸보다 더 공부잘하고 더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자체때문에 구겨진 자존심을 그런식으로 풀려고 했다. 마리는 두사람앞에서 자신은 돈이 많다는둥 하면서 자기자랑을 한없이 늘어놓기도 했다.
마리는 남잘되는것 못보고 배아파하는 그런 여자였다. 마리는 툭하면 주위사람들하고 싸움질을 하고 다니는 그런 여자였다. 여기가서 이말하고 저기가서 저말하는 입이 싼 여자로 소문이 났다. 마리는 주애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한마디 하면은 그것을 열배로 확대하고 부풀려서 헛소문을 만들어낸다.
영하얘기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됐다. 마리가 집에 돌아와서 "엄마 내가 좋아하는 남학생을 영하가 좋아한다. 남학생도 나보다 영하를 훨씬 좋아한다. 난 영하가 미워. 영하가 없으면 남학생도 나를 좋아할텐데" 마리는 그말을 듣고 소문을 만들어낸것이다.
그다음부터 마리는 주애에게 영하에 대한 것을 매일 물었다. 영하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입이 근질거려서 곧바로 남학생의 엄마인 민자에게 달려가는 것이었다. 거기서 열배이상 더 사실에서 보태서 영하를 질나쁘고 싹수없는 아이라고 험담하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남학생의 귀에 들어가서 자기딸을 더 좋아할수 있게 되기를 열망하는 마음에서 그런 식으로 민자에게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말자는 마리의 그런 속셈을 알고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왔다. 남편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자문을 구했다. 남편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딱 한마디 했다. "입싼여자 셋이 모이면 방구들이 들썩거리는 것 당신 모르나? 당신도 입싼여자 소리듣기 싫으면 그집에 발길끊어라. 알았나?" 그뒤로 말자는 주애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여자를 만나면 오히려 우리아이에 대한 정보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주애엄마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싸울것을 각오하고 험담을 해대는데 오히려 고맙다고 나오니 맥이 탁풀렸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자 주애엄마의 입싼 버릇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런 주애엄마를 보고 해가 서쪽에서 떴다면서 의아해했다.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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