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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바람의 꽁트] (21) 화장실 스캔들
2005/04/30 00:00
입력 조회수 : 679
전주댁은 지금도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옛추억이 있다. 그때를 회상한다. 한지붕 일곱가정. 일곱가정.스물다섯 사람들이 모여산다. 평상시도 잔칫집같이 시끌벅적이다.
새댁인 전주댁은 결혼한지 한달밖에 안된 새내기주부다. 전주댁의 시집살이는 한마디로 전쟁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나서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정도로 어수선하고 돛대기 시장같다.
새댁은 화장실이 무섭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집에 화장실은 달랑 하나밖에 없다. 아침이면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새댁은 눈을 뜨자 마자 뒤가 마려웠다. 화장실로 달려갔다. 급한 마음에 화장실문을 활짝 열었다. 아직 어스름이 깔린 새벽녁이라 설마 누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옆방에 사는 아저씨 K였다. 느긋하게 볼일을 보던 K는 느닷없는 새댁의 기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자세로 선채 어 어 어 소리를 연발했다. 바지춤도 올리지 못한채 어정쩡 서있는 K와 시선이 마주치자 전주댁은 석고상처럼 꼼짝을 할수가 없었다.
예고없던 돌발상황에 두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가 K가 사태를 수습이라도 하려는듯 헛기침을 두서너번 하더니 바지춤을 슬그머니 내리면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았다.
안녕하세요. K가 인사를 했다. 새댁도 엉겁결에 고개숙여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는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리고는 챙피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여 방안에서 혼자 킬킬거렸다.
사건은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의 악몽이 잊혀갈때쯤이었다. 새벽에 뒤가 마려웠다. 화장실로 달려갔다.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는 안도의 한숨소리가 절로 나왔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볼일을 보았다. 그런데 웬걸.
문이 덜컥 열렸다. 놀라서 기절할뻔 했다. 비명에 가까운 고함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문을 연사람은 다름아닌 K였다. 지난번과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내가 문을 열고 그가 안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K는 새댁보다 더 놀랐다. K는 마치 무슨 나쁜 일을 하다가 들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번에는 새댁이 용기를 내었다. 안녕하세요?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수고가 많습니다. K가 인사를 받았다.
그렇게 두번의 에피소드가 있고 난뒤 새댁은 머리를 굴렸다.
아침에 화장실로 달려가던 버릇을 고치기로 한것이다. 처음에는 식사를 굶었다. 아침에 대변을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굶은것이다. 내리 이틀을 굶었다. 뱃속에서는 꾸룩꾸륵 전쟁이 났지만 아침에 화장실 가는 버릇을 고칠수가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눈만 뜨면 화장실로 달려가던 버릇이 한지붕 일곱집에서 거짓말같이 고쳐진 것이다.
새댁은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전에 화장실로 달려간다. 이제는 여유가 넘쳤다. 아침에 화장실앞에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아서 좋았다. 새댁은 오늘도 평소처럼 화장실로 달려갔다. 문을 열었다. 기절할뻔 했다. K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K를 피해서 새벽이면 달려가던 습관을 고쳤는데 다시 마주친것이다. 또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번에는 내가 안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K였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거의 얼굴이 붙을 정도로 클로즈업된 것처럼 두사람 마주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마치 순서를 기다렸다 차례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새댁과 K는 화장실에서 그렇게 마주치는 해프닝을 연발했다.
새댁은 살아갈 일이 암담했다. 낮에 K와 눈길이 마주쳐도 부담스러웠다.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댁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퍼졌다. 새댁과 K가 모종의 썸씽이 있었다나 말았다나. 두눈으로 직접 목격했다는 말까지 더해져서 소문은 꼬리를 물고 돌고 돌아 새댁과 K의 귀에까지 들렸다.
시어머니가 불렀다. 너같은 며느리 못보겠으니 당장 집을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 새댁은 빌고 빌었다. 자신이 뭐가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었다. 다시는 안그러겠다고도 했다. 한번만 용서해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며느리에게 등을 돌린 시어머니의 마음은 얼음장같이 차갑고 무서웠다. 며느리는 억울하게 시댁에서 쫓겨났다. 며칠을 친정에서 두문불출했다. 눈물로 밤을 새웠다.
시댁에서 시어머니가 오셨다.남편도 왔다. 며느리 전용화장실 만들어놓았으니 이제 시댁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새댁은 눈물이 왈칵 나왔다. 화장실에서 생긴 잊을수 없는 신혼시절의 추억이었다.
김명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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