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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판말판 인생판](3)끔찍했던 마요일
2005/04/13 00:00
입력 조회수 : 717
"내가 왜 이짓을 하는지 몰라. 정말 몰라. 내가 왜 기수가 되었는지 몰라. 정말 몰라" 주낙
마는 혼자 중얼거린다. 양볼이 불만으로 가득차다 못해 퉁퉁 부어올랐다. 특히 오늘같이 날
씨가 불량하면 말타는게 정말 싫다.
주루에서 달리다 보면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경마를 하는 토요일과 일
요일을 은어로 마요일이라고 부른다. 말을 탄지 5년째 접어든 주낙마기수. 어제는 생각만 해
도 끔찍하다. 눈이 쌓인 주로에서 토요경마를 했다. 말이 뛸때마다 말발굽에 눈덩이가 붙었
다.
말은 발굽에 붙은 눈을 털어내려고 더욱 빨리 뛰었다. 그러나 말이 빨리 뛰면 뛸수록 발굽
에 붙은 눈이 떨어져 나가기는 커녕 더욱 큰 눈덩이로 불어났다. 말그대로 말발굽에 붙은
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말이 눈사람을 만들었다면 지나친 말일까?
주낙마는 오늘도 바짝 긴장을 했다. 며칠전에 큰 눈이 와서 주로가 꽁꽁 얼어붙었다. 도저히
경주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사회측에서는 경주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마사회는 기수를 어떻게 보는 거야. 이토록 날씨가 불량한데 경주를 하라니 이건
기수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뭐야. 아이 씨이 열받네. 열받어"
낙마는 오늘같이 날씨가 최악일때는 안경을 서너개씩 사용한다. 말을 타다가 안경이 깨질
지도 모르니까 여분으로 몇개 더 준비한 것이다.
"팬들은 기수의 심정을 얼마나 알까? 기수들이 안경이 깨지는 고통을 감수 하면서까지 말을
탄다는 이 서글픈 사실을… 알긴 뭘알겠어. 기수야 죽던 말던 베팅에만 정신이 팔려 있겠
지"
주루에 나가면서 주낙마는 혼자말로 계속 중얼거렸다. 다른 기수들을 보니 모두 표정이 굳
어있다. 오늘같이 날씨가 나쁜 날은 사고가 많이 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성적보다 안전이 최고다. 절대로 떨어져선 안되지. 사고나서 병상에 누워있는 고참
들 보면 얼마나 비참한지 알수 있지. 잘나갈때 누리던 인기와 부와 명성은 낙마하는 순간에
먼지처럼 사라지고 개털이 되잖아. 기수는 말을 안타면 죽은 목숨이다. 나는 그럴수는 없지"
드디어 발주기 문이 열렸다. 얼떨결에 뛰어나갔다. 주낙마가 탄 말은 '딴따라'라는 추입마.
뒤에서 느긋하게 선행마를 따라갔다. 앞서가지도 말고 너무 뒤처지지도 않고 말무리에 파묻
혀 뛰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덜 추울것 같아서 나름대로 생각해낸 작전이다. 그러나 막
상 주로에 나서니 장난이 아니었다.
바닥이 얼음장보다 더 미끄러웠다. 모래반 소금반. 얼지 않도록 소금을 많이 뿌려놨기 때문
이다. 그래도 모래가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모래덩어리가 낙마의 얼굴을 강타했다. 앞서가는 말발굽에 튀기는 얼음모래였다.
너무 아파서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낙마가 끼고 있는 플라스틱 안경이 박살났다.
얼어붙은 모래덩어리가 얼굴에 날아든 순간 돌맹이처럼 느껴졌다. 이건 모래가 아니라 공포
감을 느낄정도로 무시무시한 흉기였다.
선행마의 뒷발에 튀기는 모래덩어리가 낙마의 얼굴에 인정사정없이 날아들었다. 주낙마는
날아드는 얼음모래를 꼼짝없이 얻어맞으면서 달려야 했다. 차라리 이대로 포기하고 그자리
서 주저앉고 싶었다. 일그러진 낙마의 얼굴.
마지막 4코너 직선주로로 들어섰다. 얼음이 녹은곳도 있고 얼어붙은 곳도 있어서 바닥이 울
퉁불퉁 했다. 평지인데도 마치 언덕을 오르내리며 달리는 기분이었다. 쉴새없이 날아드는 모
래덩어리와 싸우며 정신없이 뛰다보니 어느새 결승선에 들어와 있었다. 그때서야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린다.
"젠장 이추운 날씨에 우리는 미끄러운 주루에서 목숨걸고 뛰었는데 팬들은 뭐가 그리 좋다
고 저토록 난리들이야"
주낙마는 약이 올라서 혼자 씩씩 거렸다. 다른 기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날 35명의 기
수가 안경을 깨먹었다.
"상대방의 안경이 깨지도록 얼굴을 가격하면 살인미수라는데 우리는 경주를 하다가 깨먹었
으니 자살미수란 말인가. 거참 말되네" 주낙마는 그날 사고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는 생각이 들었 다.
"기수가 이렇게 목숨걸고 뛰는 위험한 직업인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 낙마는 그날 경주
를 한것이 아니라 한바탕 치열한 전쟁을 치른 기분이었다.
김명수/
mskim@kyunghyang.com
이시리즈는 계속됩니다.
2001.01.22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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