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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정리를 하며
2005/04/04 00:00
입력 조회수 : 688
이제는 계절이 지나버린 옷가지들을 정리하려 서랍장을 여니 매년 한번도 입지 않고
늘 계절과 계절을 지내면서 장롱에서 서랍장으로 서랍장에서 장롱으로 옮겨 다니는
옷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눈에 들어온다.
철이 바뀌면 늘 계절별로 옷을 정리해 두지만 그 계절에 입어야만 하는 옷을 한번도
입지 않은 채 서랍 깊이 넣어두곤 먼지만 묻힌 채 다시 철이 바뀌면 장롱으로 개켜 넣고하는 주인 잃은 옷들..
매년 그런 생각을 하지만 올해도 옷을 정리하며 우선 몇 년째 한번도 안 입은 옷들을
꺼내 버릴 요량으로 한쪽구석으로 밀어두었다.
남편 옷, 아이 옷, 내 옷...
세 식구인데 늘 서랍이 비좁은건 왜인지?
그렇다고 남들보다 옷이 많은것도 아닌데..
그러고 보면 정말 출근할 때 입는 옷 외엔 별로 옷도 없는데 서랍은 모두 꽉꽉 차버리니...
한창 크는 때라 부쩍부쩍 커버리는 딸애의 옷들은 하루살이처럼 한철살이 옷들이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도 그렇고... 한철만 입고 나면 길이가 짧아져 얻어 입은 옷처럼
딸랑 칠부가 되어버리니 아이가 크고 나선 좋은 옷을 사기가 꺼려진다.
그래도 다행인것이 사촌동생들이 여럿 있으니 딸애가 입던 옷들은 고스란히 물려서
입을수 있다는거다.
이쪽 저쪽 서랍장마다 담긴 옷들을 꺼내어 각각 있을 자리로 보내고 나니 처음에
버릴려고 꺼내두었던 잘 안 입게 되는 옷들에 손이간다.
반팔 티셔츠, 스웨터, 남방, 정장등... 살땐 무슨 마음으로 샀는지 서너번 정도밖에
안 입었을 듯싶은 옷 들이 나를 보고 비웃고 있는 것 같다.
"이건 그냥 둬버릴까? 여름에 집에서 그냥 막 입게 두어야지..." 하면서 하나하나 다시
끌어들이고 보니 또 작년처럼 버릴 옷이 없이 모두 서랍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왜? 안되는건지? 친정이나 시댁에 가면 안 입는 옷들과 안 쓰는 물건들은 제발좀
지저분하게 두지 말고 버리라고 하면서도 정작 난 아무것도 버리질 못하고 산다.
날잡아 서랍을 정리하려고 마음 먹을땐 큰맘먹고 이번에는 버릴 것은 안 입는 것은
모두 버리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서랍정리가 끝나버릴 즈음이면 여전히 나 역시
아무것도 버리질 못하니 말이다.
오늘도 난 철지난 옷들을 정리하며 결국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애꿎은 쇼핑가방만
하나 찢어먹어 버렸다..
사는게 뭔지.... 나만 그런 건지...아니면 다른 주부들도 그러고 사는 건지....
자운영
2002년 05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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