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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증서
2005/04/01 00:00
입력 조회수 : 750
연초에 남편은 '"우리 보험 들어 있는게 얼마나 되는지 정리좀 해놔봐"
하며 느닷없는 말을 했다.
"보험은 왜?" 하니 남편은
"아니 그냥... 도대체 어떤 종류의 보험인지 보상약관은 어떻게 되는지
나도 대충은 알아야하잖아, 살면서 갑작스럽게 무슨 일 나면 그때그때 알수있게 말이야..."
한다.
사실 보험을 가입한지가 오래되었지만 한번도 보험에 대해서 관심이 없던 남편으로
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그러지? 어디가 아픈가? 갑자기 사람 맘이 변하면 이상해진다는데"...
남자 나이 마흔 넘으면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아지는 나이라던데.."
그러고 보니 남편의 얼굴이 예전보다 많이 수척해지고 소화력도 떨어지고
체중도 자꾸 준다며 병원을 드나들며 초음파도 찍고 약도 타 가지고 오고
하는 것 같아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날 서랍을 뒤져 보험증권과 약관등을 챙겨서 아예 한눈에 알 수 있게 보험파일을
하나 만들었다.
남편의 암 보험과 내 암 보험 아이의 상해보험 그리고 운전자보험, 교통안전 보험과
장학보험, 부모님들의 119안전보험까지 언제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 보험증권만
해도 열 개가 넘었다.
결혼을 하고도 몇 년 동안은 정말 보험이란건 들게 못된다는 생각에 보험설계사들이
아무리 찾아와도 콧방귀도 안뀌고 하던 내가 살면서 그래도 미래를 위한 보험하나
정도는 들어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건 내가 늘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자주
드나들면서 였다.
병원에 가면 웬 환자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무슨 무슨병 정말 병명도 희귀하고
특히나 젊은 여자들이 암에 걸려 남편과 어린아이를 남겨두고 죽어가는 모습을
볼땐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암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죽게되는 사람은 죽더라도 남아있는 가족과 그리고 투병생활을
할 때 보험에 가입을 해있다면 적어도 원 없이 치료라도 받아볼 수 있고 설사
죽더라도 남은 가족들이라도 따뜻하게 살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것저것 교통보험이니 암 보험이니 하는 것들을 남편의 동의 없이 하나하나
들어나갔고 그렇게 들은 보험들이 벌써 10년이 가까워진다.
처음엔 남편도 펄펄뛰며 무슨 보험을 드느냐고 했지만 살아가는 데는 지금 당장은
조금 부담이 되고 또 나중에도 병 없이 사고 없이 편안하게 살다 간다면 내가 들은
보험료를 손해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누가 아프던 사고가 나던 간에 정신적으로
나마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사는동안 아무 사고 없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뒷정리하고 생을 마감할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운이 어디 있으랴만 사람의
앞날은 정말 아무도 내다볼수 없고 미래란 항상 닥쳐야만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진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수 있고 꼭 보험에들은 보상금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조금 덜 슬프게 죽을수 있다면 그것 역시도 좋은일이 아닐까?...
남편의 요구에 보험파일을 만들고 그것을 언제 무슨 일이 생기던 간에 누구나 손쉽게
꺼내어 처리 될수 있도록 가족이 아는 장소에 놓아두고 나니 나도 모르게 갑자기
부자가 된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사실 10년후, 아니면 20년후가 되면 화페의 가치가 없어 지금 불입되는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무슨 마음으로 보험증권을 보자고 했는지는 몰라도 그 날밤 남편도 마음 편히
잠을 청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자운영
2002년 04월 29일
[
피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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