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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침놓기 4탄. 속보! 한국인들 외계인 돼가다
2005/03/23 00:00
입력 조회수 : 722
택시를 탄다. 아무리 소시민이라고 하지만 택시를 꼭 타야만 할 때가 있다.
삐따기는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너스레를 떤다.
“날씨 엄청 좋지요?”
“......”
썰렁하군. 그래 뭐 하루에도 수십명의 손님을 태울테니 그럴만도 하지. 손님들의 지나가는
말마다 다 대꾸해 주다보면 입이 아프고… 가뜩이나 항상 긴장하고 운전도 해야 하니까…
이해하기로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욕을 한다.
“에이~ 드러버서 못살겠어. 방금 전에 어떤 꼬마녀석들을 태웠드랬는데. 아 글쎄 짜식들이
자꾸 돈도 안내고 밍기적거리더라구. 야 임마 돈들 안내? 그랬더니...”
“그랬더니요?”
“아~ 짜식들이 ‘없어 임마야’ 그러고 어슬렁 내리고 말잖아?”
“그래서요?”
“......”
아 그랬구나. 지금 이 기사양반은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게 틀림없어. 자식 같은 꼬맹이
에게 반발 듣고 허우대만 멀쩡한 녀석들에게서 요금도 받아내지 못한 충격에 말을 잇지 못
하고 있는 게야…
우리 사회가 지금 이렇다.
요즘엔 중딩 고딩이 제일로 무섭다고 그러던데…
그래? 우리 세대만 해도 의로운 깡패들이 있었걸랑?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밤에 소주마시고
누런 코 푼 것 같은 것(?)도 들이마시고, 지네끼리 광선총으로 쏘고 놀아도(그 누런 코 푼
것 같은 것을 마시면 그렇게 된다든데… 맞나?) 그래도 다음날 학교에서는 조용했었드랬다.
치사하게 왕따나, 돈뺐거나 어른에게 인사하지 않는 법은 없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요즘은 크으~~ 가관이다. 어쩔땐 말도 안 나온다니까. 용돈 안준다고 아비를 죽이고,
별 것도 아닌 아랫도리의 기쁨을 위해 모든 인생을 걸고. 자신들만의 인생도 아니건만… 주
위사람도 같은 부류의 사람들도 싸잡힐텐데 말이지…
그네들엔, 아니 우리들엔 희망이 있는가? 실은 없어보이니까 이렇게 허망한 물음을 던진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옆의 뻐스가 무작정 앞 머리를 들이밀고 끼어들기를 시도한다.
바퀴 작은 택시의 패배. 우리의 기사양반은 약 3분 동안 욕만 한다. 저런 놈들 때문에 스트
레스를 받느니, 이래가지고 무슨 놈의 월드컵인지, 우리 법은 다 어디 갔는지, 후레자식이네,
교통경찰은 숨어있지만 말고 저런 것들을 잡아야 한다는 둥 삐따기가 알고 있는 욕은 죄다
듣는다.
삐따기는 괜히 오그라든다.
당장이라도 ‘제가 이쪽으로 가달라고 해서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라고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다. 기사양반은 또 다시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에 대해 일장 연설을
펼친다.
처음에는 뻐스가 교통지옥의 주원인이었다가 중간에는 생각 없는 대학생들에 화살을 돌리기
도 하다가 나중에는 정치인들(기사양반은 정치인들을 ‘마빡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라는
어구로 표현했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버린다.
결국 ‘살기 힘든 우리나라’의 주원인은 기사양반의 ‘마누라’로 끝을 맺긴 했다. 참으로
뜬금 없다.
기사양반은 거의 울분에 가까운 토로를 하면서도 연신 신호위반을 한다. 파란불일 때 건널
목을 건너고 좌회전 신호가 끊긴지 수초가 지났음에도 좌회전을 한다. 이게 뭐람?
기사양반의 말대로라면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중딩 고딩은 정신없이 요상망측한 짓들만 하
고, 대딩은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이며 놀기만 하고, 뻐스는 끼어들기만 하고, ‘마빡에 피
도 안마른’ 정치인들은 말도 안되는 일들을 도모하면서도 목이 풀먹인 것처럼 빳빳하기만
하고, 집에 있는 마누라는 짜고 치는 고스톱에 빠져들고, 정작 기사양반은 파란불인지 빨간
불인지도 분간하지도 않고...
예전에는 많은 분들이 삐따기와 같이 정의로웠었드랬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어른에게 자
릴 양보하지 않는 꼬맹이에게 따끔하게 혼도 내고 그러면 그 어미는 되게되게 미안해했다.
요즘은 꼬맹이가 지하철에서 소릴 지르고 앉는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어도 누구 하나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전부다 스페셜 똥침감이다. 똥침을 굉장히 심하게 맞아야 쓴다. 부들부들 떨만큼, 입에서 가
글가글 거품이 날만큼 심하게 놔야한다. 더 이상 한국인이 흉칙한 외계인이 돼가는 걸 묵과
할 수 없다.
삐따기는 TV 저편에 숨어있는 음모세력에 씨~익하고 차가운 웃음을 날린다. 첫 희생물이
바로 너다. 이놈아. 기둘리~~~
김상기
2000/04/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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