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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684부대 시리즈] (37) 고등군법회의서도 일관된 진술
2005/03/15 00:00
입력 조회수 : 699
고등군법회의가 열렸다. 고등군법회의를 통해서도 그들의 일관된 진술은 1심때와 마찬가지로 전혀 흐트러짐이 없이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자신들 때문에 생명을 잃은 이들에게 용서는 빌었지만 죄과를 추호라도 부인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남북 분단이 낳은 이념의 최대 희생물인 이들을 앞에 두고 재판관들도 연민의 정이 사무쳤지만 감정에 치우쳐 면죄부를 줄 수는 없었다.
1심에서 선고된 사형이 확인될 수밖에 달리 길이 없었다. 국선 변호인은 자신의 한계를 자책했지만 이는 변호사의 능력과는 상관없는 판결이었다.
변호인이 공작원들의 사형 장면을 착잡하게 그리며 낙담한 표정으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퇴정을 못 하고 있었다. 이 때 4인 중 한명이 변호인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 저희들은 참으로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데 왜 표정이 어두우시죠? 그간 저희들 변론하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죽더라도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고등군법회의 판결 선고가 내려진 날, 호위 헌병들과 함께 법정을 나서는 생존자 4명은 모처럼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법정에 더 이상은 서는 일이 없게 됐다는 편안함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 당사자가 아니고는 그들의 공허한 미소의 의미를 아직도 해석할 수가 없다.
그 날도 가을 하늘은 한없이 높고 파랗기만 했다. 따가운 가을 햇살이 눈이 부시는지 그들은 자신들이 타고 왔던 3/4톤 군용 트럭으로 뛰어가 올라탔다.
눈이 부실만도 하리라. 늘 쇠창살이 쳐진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쥐꼬리만한 햇볕만을 대하다가 속절없이 아무 데나 가리지 않고 내려 쬐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니 감당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 싱그러운 공기를 얼마나 더 마실 시간이 그들에게 남아있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부평초처럼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이 기구하다.
이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누구도 대답하기 어려운 의문을 남기며 그들은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그 날은 그냥 그들의 삶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 해의 연말은 이 슬픈 사형수들의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형은 사실상 확정이 되었다. 대법원에 갈 일은 없게 되었다.
군은 이 괴로운 상처를 도려내 버림으로써 이 시련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가급적 빨리 사형 집행 날짜를 잡고자 추진했다. 그래서 1972년 1월 차가운 어느 겨울 날로 사형 집행 잠정 날짜가 잡혔다.
공군본부는 국방부에 정식 승인을 얻기 전에 구두로 타진을 하였다. 그런데 누구인지는 모르나 한 해가 시작하는 상달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군 당국을 위하여 상서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명분은 그랬지만 그 불쌍한 영혼들의 명줄을 조금이나마 더 연장하여 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측은지심에서 나온 배려임을 인지상정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졌는지 모르지만 연초로 잡혀 있던 집행일자는 속절없이 늦춰지게 되었다.
<미디어칸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10.15
[
김명수기자
people365@paran.com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sshss29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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