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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684부대 시리즈] (20) 흔들리는 일심동체 훈련
2005/02/26 00:00
입력 조회수 : 680
아무리 듣기 좋은 말도 한두번이지 세번 이상 들으면 식상한다는 말이 있다. 군대에서 예를 들어보자.
완전군장에 장거리 행군을 하다 보면 지치고 힘들어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인솔장교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앞으로 3백M만 더 가면 십분간 휴식이다' 라는 식의 용기를 주는 한마디가 기운을 차리게 한다.
그런데 막상 3백M를 가도 휴식은 안하고 계속 행군을 하라면 낙심 천만한다. 조금만 더가면 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이를 악물고 갔는데 막상 와서는 쉰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번은 그런대로 봐줄수 있다. 처음이니까.
그러나 그때 또 빨리 빨리 행군을 외치면서 '앞으로 3백미터만 더 가면 이번에는 진짜 십분간 휴식이다' 라고 외친다면 어떨까. 아마 속으로는 불평을 하면서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행군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또 약속한 3백미터를 가고도 휴식을 안주고 계속 행군을 재촉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아마도 맥이 탁 풀릴 것이다. 약속한 휴식을 두 번씩이나 어겼기 때문이다.
그런 부대원들의 마음을 알바 없다는 듯 인솔장교가 다시 "3백미터만 더가면 이번에는 내가 책임지고 확실히 10분간 휴식을 주겠다'고 외친다면? 거의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두 번씩이나 속았으니까 쉬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마지막 한번 더 속아보자는 생각으로 행군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 번째도 또 휴식을 주지 않고 계속 행군을 외친다면 그때는 완전히 믿지 않을 것이다.
인솔 장교가 이번에는 진짜라며 조금만 더 행군하면 휴식을 주겠다고 아무리 약속을 해도 행군하는 사병들은 '미친 개가 떠들어대는 개소리' 쯤으로 들을 것이다.
그만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방을 혹하게 할수도 있지만 결국은 거짓말이 신뢰를 무너뜨리고 조직을 망친다. 그래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684 부대는 어떤가. 3개월만 버티면 작전 명령을 내리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믿고 훈련병들은 죽어라고 훈련을 받았다.
그들이 모든 고통을 이겨 내고 죽음의 훈련을 받아낼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약속 때문이었다. 정부로 부터의 약속. 그런데 그 약속을 정부는 어겼다.
한달 두달 아니 일년 이년이 가도 상급기관으로부터의 약속했던 작전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684 부대원들은 그래서 지쳤다. 이때부터 그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대원들이 흔들리면 사기가 떨어진다. 아무리 훈련을 받아도 이들을 필요로 하는 상급 기관이 불러주지 않으니 이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더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들어와 생사 고락을 같이 하던 피보다 진한 동료들이 하나씩 둘씩 목숨을 잃는 것을 이들은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 봤다.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어쩌면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모습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684 훈련병들은 했을지도 모른다.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칫 잘못 하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목숨이 달아나는 위험천만한 훈련을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 하란 말인가. 훈련병들의 마음속엔 이미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의문과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명령만 하달 되면 단숨에 주석궁에 잠입하여 임무를 완수하고 새 삶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죽을 각오로 받았던 부대원들의 일심동체 훈련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이시리즈는 계속 됩니다.
<미디어칸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04.30
[
김명수기자
people365@par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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