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쮸쮸
2005/02/05 00:00
입력 조회수 : 613
난 왜 똥오줌을 못가리는걸까
사실 난 자유로왔었다
넓은곳으로 이사 올 때만해도 좋았었다
내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베란다로 나가보면 전망도 좋았다
아파트 앞에서 남쪽으로 휘어진 6차선 도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옆으로 기찻길이 따라간다
도로의 가로등은 어둠이라는 친구가 오면 별처럼 찬란해진다
이따금 지나가는 기차는 집앞에서 남쪽으로 허리를 휜다
외눈박이 기차의 커다린 눈동자는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발한다
인간을 잔뜩먹은 괴물 두마리가 하나는 남으로 하나는 북으로
교차해 지나간다
사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그리고 매일매일 새롭게 변화하는 아름다운 숲도 보인다
난 이곳에서 쮸쮸라고 불리운다
얼마전 깜순이가 왔었다
윤기가 흐르는 까만 모피코트를 입고 있었다
세상에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엄마 생각으로 밤새 울어대더니
사흘만에 쫓겨났다
깜순이가 왔다가니
첫사랑 생각이 더났다
얼마전 아저씨가 장가를 보내준 것이다
멀리 청주에 있는 아저씨친구네 집에 며칠 있게 되었다
새끼를 낳게 해달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다
거기서 나와같은 영국계의 예쁜 여자 요크셔를 만난 것이다
그녀는 비단같은 긴털옷을 입고 있었고 보석같은 눈동자를 자랑하였다
콧날은 오똑하며 윤기가 흘렀다
연상의 여인이었다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처음봤다
가슴이 뛰었다
그녀도 날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었다
나는 누나라고 불렀다
우리는 만나자 마자 금방 친해져
방안 이곳저곳을 뛰어 다녔다 한참뛰어 노는데
누나가 옥상으로 올라가자고 했다
이곳은 아파트가 아니었다
달이 몹시 밝은 밤
누나는 내몸을 살펴주었다
나는 누나와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나의 몸이 아름답고 나를 닮은 아기를 갖고 싶다고
그리고 사랑을 하자고
누나의 몸은 달빛에 반사되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내몸에서 빨간 새살이 돋았다 곧 살이 뼈가되는 화학반응을 느꼈다
발열반응이었다
그녀는 내뼈를 소유하였다
소유하고 있으면서 더 소유하려 안간힘을 썼고 난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이렇게 우리는 밤새 줄다리기를 하였다
그녀의 탄성이 밤의 적막을 깼다
멀리서 기차소리가 들렸다
기차소리는 더욱 빨라졌다
그녀의 탄성과 기차소리가 뒤섞인다
기차는 터널을 지난다 그녀의 가쁜 숨소리가 밤하늘에 퍼진다
한차례의 기적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한참후 그녀의 호흡이 터널을 빠져 나온다
바람이 시원했다
까만하늘과 달과 별이 그날따라 더욱 이름다왔다
그것이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그녀와의 사랑은 잠깐이었다
그후 한차례 더 만나긴 했지만
그녀와는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지금은 펭귄인형을 사랑한다
왜냐면 펭귄은 늘 내곁에 있으면서도 나를 소유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난 구속되었다
똥오줌을 못가린다고 아줌마가 날 매어 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들도 구속되어 있기는 나와 다를 바 없다
돈이라는 끈과 법과 질서 그리고 도덕이라는 사슬에 매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깜순이는 어디서 무얼 할까
그녀는 우리와는 종족이 다르다 축구강국인 한국토종이다
그들은 무엇이든 잘 먹는다
덩치도 크다
아마도 잘은 몰라도
지금쯤 들판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아무데나 똥오줌을 갈겨도 될 것이다
우리같은 애완견은 따스한 잠자리와 편안함이 보장되어 있지만
내키는 대로 똥오줌을 갈겼다간 쫓겨나기 쉽상이다
그들은 마음껏 자유의 들판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다 때가되면 인간의 몸보신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유와 야성 그리고 희생정신을 부러워 한다
하지만 요크셔가 사는 방법은 다르다
오직 비단같은 털과 아담한 몸매로
주인 어른께 이쁘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편안함과 안락함을 보장받는다
특히 똥오줌을 잘 가려야 이쁨을 받는데
난 절제가 잘 되지 않기에 수시로 구속된다
그래도 난 아무데나 갈길 것이다
그게 내 유일한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짖을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내 삶의 확인이기 때문이다
왈! 왈! 왈!...........
김동주
2002년 6월22일 1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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