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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바람의 꽁트] (6) 이런일이 안일어난다고 자신할수 있나요
2004/12/22 00:00
입력 조회수 : 647
모든것이 술술 잘풀리기만 하던 행복한 가정이었다. 경상도 사나이 박달재. 고등학교까지 전교 1등을 도맡아 해온 수재였다. 그가 서울의 명문 S대를 합격했을때 고향의 동네에서는 플랭카드를 걸고 온마을이 환영축제를 벌렸다. 달재가 나온 고등학교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만 들어가도 대단한 일인데 S대를 그것도 장학생으로 붙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달재의 아버지는 시골의 중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어머니는 대학에 장학생으로 들어간 큰아들 달재가 그렇게 자랑스러울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어딜가도 아들자랑을 했고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났다고 칭찬을 했다. 달재는 서울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했다.
고등학생을 가르키는 과외를 해서 용돈도 벌어썼다. 달재는 방을 얻어서 자취를 했다. 과외를 해서 버는 수입이 대졸 신입사원 월급보다도 훨씬 더 많다. 달재는 고2 남학생 다섯명을 가르킨다. 일주일에 딱한번 토요일 5시간을 가르치고 한사람당 40만원씩 합해서 모두 200만원을 번다. 달재는 집에서 돈한푼 안갔다 썼다.
오히려 과외를 해서 번돈으로 집에다 얼마씩 송금을 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그런 달재가 장하고 대견스럽다. 달재는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신문사에 취직을 했다. 이세상에 더 이상 높은 것도 더이상 낮은것도 없다는 무관의 제왕 신문기자.쓸말은 쓰고 할말은 하는 신문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것이다.
달재는 수백대일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언론고시로 불리는 신문사 공채시험에 당당하게 합격을 했다. 천방지축 좌충우돌 열심히 현장을 돌면서 사건을 취재했다. 달재는 신문기자 생활 1년이 넘어갈쯤에 특종기사를 썼다. 이달의 기자상을 탔다. 달재는 기자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신문사에서도 물이 좋다는 정치부로 가게 되었다.
달재는 이세상에서 부러울것이 없는 장래가 촉망되는 일등 신랑감이었던 셈이다. 여기저기서 선이 들어왔다. 어머니가 좋은 신부감 있다면서 시골에 꼭 내려오라고 성화를 부리기도 했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달재는 신문기자가 그렇게 끝발 좋은 줄은 몰랐다. 자신만 가면 아무리 높은 국회의원이고 장관이고 꽁지를 내리고 몸을 사리는 것이었다.
달재는 신이났다. 물을 만난 고기처럼 열심히 뛰었다. 그러던 달재에게 드디어 한여자가 생겼다. 선배가 소개시켜준 여자였다. 배종숙. 명문여대 철학과 출신이었다. 달재는 여자를 보는 순간 첫눈에 들었다. 여자도 달재를 좋아했다. 주말마다 만나서 데이트를 했다. 1년만에 결혼을 했다. 아파트를 얻어서 신혼생활을 했다. 떡두꺼비같은 아들도 낳았다.
철학과를 졸업한 마누라는 신통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보면은 그사람에 대한 미래가 떠오르는 것이다. 어느누구를 보더라도 미래를 정확히 맞추는 것이다. 달재의 마누라는 심심풀이 삼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점을 봐주곤 했다.
미래를 예측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점을 보던 사람들은 과거를 척척 맞추는 신통력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기가막히게 용하다고 아름아름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졌다. 달재의 마누라는 먼앞날에 대한 예측은 솔직히 잘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달이내에 일어날 일은 정확하게 예언을 한다.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병원에서도 포기하고 집으로 가서 죽을날만을 기다리는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달재의 마누라에게 점을 본 적이 있는 한 여자가 임종을 앞둔 환자의 가족에게 용한 아마추어 점쟁이가 있으니 한번 가보라고 했다.
환자의 가족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달재 마누라를 찾아갔다. 달재마누라는 아무것도 준비된것이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에게 해줄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달재마누라는 환자 가족에게 민비귀신이 씌웠으니 잘 달래고 타일러서 귀신을 몰아내는 굿을 하면 생명을 건질수도 있을것이라고 말을 했다. 달재마누라의 입에서 마음속에 품고 있지도 않은 말이 자신도 모르게 술술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종숙이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한마디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환자가족은 그길로 곧바로 집에 달려가 굿을 했다. 신기하게도 다죽어가던 환자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살아났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환자 가족은 평생 못갚을 은혜를 입었다며 거금의 사레비를 전하려 했으나 종숙은 펄쩍 뛰면서 일원한푼도 받지 않았다.
그사건이후 종숙이에게 점을 봐달라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쪽집게 도사라고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달재 마누라는 점을 봐주기는 하지만 돈은 절대로 받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달재의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병순이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나중에는 병순을 찾는다는 전단을 뿌리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러나 영영 소식이 없었다. 행복하기만 했던 달재의 가정에 첫 불행이 닥친것이다. 달재 마누라는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었다는 것을 안다. 실종되던 하루 전날 달재 마누라는 꿈을 꿨다.
달재의 여동생인 병순이가 8차선 도로의 한가운데서 공포에 질린듯 서있고 주변으로 차들이 꼬리를 물고 질주하는 것이었다.
종숙이는 병순이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떻게 손을 쓸수가 없었다. 병순이는 오도 가도 못하고 서있었다. 종숙이는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구르다가 잠에서 깼다. 종숙이는 오늘 병순이에게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순이가 실종된것이다.
종숙이는 틀림없이 교통사고가 나서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종숙이는 그말을 차마 집안 식구들에게 얘기를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행여나 소식이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행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달재의 처남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중태에 빠졌다. 처음에는 살아날 가망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무려 10시간이나 걸려 양다리를 절단하는 대수술끝에 목숨만은 건질수 있었다.
건강했던 처남은 하루아침에 반신불수가 되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처남이 교통사고를 당한지 꼭 한달만에 처남댁이 쓰러졌다. 남편간호하느라 자신의 몸에 무리가 간 것이었다. 결국 처남댁은 영영 일어나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갔다.
종숙이는 자신의 남동생이 교통사고가 난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운명은 알고도 어쩌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의 동생이 교통사고가 나는 순간에 종숙이는 머리속에 헛깨비가 보였다. 낮에 잠깐 졸음이 오는 가 했는데 동생이 차밑에서 일어나려다 푹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종숙이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친정집에 전화를 해봤다. 그랬더니 방금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종숙이는 자신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숙이는 올케가 죽을것이라는 것도 그런식으로 미리 알았다.
종숙이는 복권도 일등짜리가 무엇이 될찌 정확하게 번호를 알아맞출수 있다. 그러나 알면 뭐하나. 그번호를 찾을수가 없는데. 어디 어느 가판대에 일등짜리 복권이 있는지 찾는 다는 것이 당첨번호를 알아맞추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다.
종숙이는 그런식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자신에게 느낌으로던지 아니면 꿈으로던지 미리 전달이 오는 것이다. 이런것이 신들림인지 모른다. 달재는 잇따라 불행이 닥치는 것은 아무래도 운명의 여신이 행복한 우리가정을 질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재는 불과 1년도 안돼서 여동생이 행방불명되고 처남이 반신불수 되고 처남댁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달재는 행복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달재는 겁이 났다. 자신만만하고 실패를 모르던 달재는 점점 산다는 것이 두렵고 겁이 났다.
달재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되고 나서 생병이 나서 눕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달재의 아버지는 작은아버지의 보증을 서줬다가 저당잡힌 집을 날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홧병으로 입원을 하였고 실성을 하여 천직으로 알던 교직을 내놓고 실직자가 되었다. 달재는 이제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에 견딜수가 없었다.
달재는 전생에 무슨 큰죄가 있었던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재의 마누라는 자신이 입만 열면 무슨 일이 터지는 것이 너무 무섭고 겁이 났다. 종숙이는 자신이 신들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내림인가. 신의 딸인가. 신어머니인가. 종숙이는 자신이 전생에 무당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고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종숙이는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어서 빨리 잠을 자려고 누운것이다. 종숙이가 또 꿈속에서 못볼것을 봤다. 남편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흰옷을 입고 훨훨 손을 흔들면서 얼굴에 가득 웃음을 머금고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종숙이는 손을 내밀어 남편을 붙잡으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꿈을 깼다. 종숙이는 꿈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종숙이는 틀림없이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종숙이는 겁이 덜컥 났다. 종숙이는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면서 오늘 남편에게 회사에 가지말고 하루 휴가를 내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남편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 어디 아픈거 아니야" 남편은 되레 엉뚱한 말을 하는 아내가 걱정스러웠다. 남편은 아내의 양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후 아무일도 없을테니 걱정 붇들어매시라고 큰소리 땅땅치고 당당한 모습으로 출근을 했다.
그러나 종숙이는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종숙이는 하루종일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방안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안절부절 못했다. 종숙이는 제발 남편이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저녁이 되었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 선배와 술한잔 하고 들어오겠다고 한다. 종숙이는 일단 남편의 목소리라도 들어서 마음이 놓였다. 아직은 무사했기 때문이다. 달재는 평소에 온화하고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은 달재를 스마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날 달재는 평소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선배와 술자리를 함께한 달재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선배는 그런 달재의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달재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각지도 않던 얘기를 서슴없이 꺼내는 것이었다. 선배는 달재가 그렇게 말잘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주위사람으로부터 정을 떼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런 모습을 하는 달재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선배는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그렇게 소름끼치는 기분을 느낀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달재와 선배는 그렇게 술을 마시고 불길하게 헤어졌다. 이튿날 선배는 알았다. 달재가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가다가 택시안에서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겼으나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말을 듣고 선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제 밤에 술을 마시던 달재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선배는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달재의 마지막 모습이 바로 어제 일어난 일처럼 눈에 생생하다. 선배는 지금도 그때일을 생각하면 전신에 소름이 끼친다.
달재의 마누라는 남편에게 무슨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해서 잠도 오지 않아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마누라는 겁이나서 전화를 받을수가 없었다.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마누라가 수화기를 든다. 수화기를 든 손이 벌벌 떨린다.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말씀하세요"
"여기 경찰인데요"
마누라는 심장이 멈추는것 같았다.
"박달재씨가 병원에 있습니다"
"살아있습니까?"
"안됐습니다"
마누라는 맥이 빠졌다.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은 것이다. 그렇게 회사에 가지말라고 말렸는데. 이세상에 영원한 행복은 있을수 없는 것이다. 달재의 마누라는 아이를 시댁에 맡겼다. 그리고는 무당이 되었다. 배종숙이라는 이름은 이제 세상에서 사라졌다.
신의 딸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신내림을 받아 신들린 신의딸이 되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찾아 막아주는 무당의 길로 나선 것이다.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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