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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바람의 꽁트] (3) 가슴만 쳐다보는 남자 또 한여자
2004/12/19 00:00
입력 조회수 : 671
정확히 아침 8시. 상계동 전철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두 남녀가 있다. 가장 붐비는 러시아워시간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두사람은 인상한번 찌푸리는 법이 없이 승강장에 진입하는 전철을 기다린다.
전철이 멈춰서고 문이열리면 누가먼저랄것도 없이 번개처럼 잽싼 동작으로 객실로 밀고 들어간다. 그러나 이 두사람의 표정을 유심히 보면 참으로 신기하게도 웃기는 짜장면같다.
남자는 여자만 찾아서 두눈을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린다. 언제나 그렇다. 그러다가 먹이를 발견한 승냥이처럼 두눈을 고정시킨채 한동안 꿈쩍을 하지 않는다. 그러기는 여자도 마찬가지다. 웬지모르게 무언가에 굶주린 맹수처럼 시선을 요리조리 사방으로 굴려본다. 그러다가 역시 두눈을 고정시킨다.
무엇이 이렇게 두청춘 남녀의 시선을 붙들어놓을까? 다름아닌 사람이다. 남자는 여자의 가슴을 찾는 버릇이 있다. 괴벽이라고 할정도로 이상한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남자가 여자의 가슴을 쳐다보는 버릇이 있다면 여자는 남자의 하체를 찾는 버릇이다. 두남녀의 괴벽은 서로 쌍벽을 이룰정도다. 그럼 그 두사람이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모습일까 짐작이 갈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가슴에 시선을 묻고 여자는 남자의 하체에 시선을 두는 것이다. 남자가 물어본다. "아가씨 왜 그렇게 아랫도리를 쳐다보쇼" "그냥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것입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여자가 태연하게 대답을 한다. 대답을 하면서도 여자는 여전히 남자의 아랫도리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참으로 희한한 버릇이 아닐수 없다. 여자도 물어본다.
"왜 그렇게 제 가슴을 보고 있나요. 혹시 제옷에 무엇이 묻었나요?" "아니요. 제가 입냄새가 좀 심해서 마주보고 말할수가 없거든요. 별다른 뜻은 없으니 부담갖지 마세요" 남자가 대답을 하면서도 여자의 가슴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그것은 그냥 바라본다기 보다는 꿰뚫어 관통하듯이 두눈을 아예 고정시키고 꼼짝을 않는 것이다. 이렇게 이상야릇한 버릇을 가진 두 남녀는 언제부터인가 서로의 숨은 뜻을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사람은 서로에 대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데 참으로 세상은 알수없는 것이 두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사람들이 또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남자가 한여자를 바라본다. 여자가 눈치를 채고 부끄러운 마음에 기겁을 하고 다른 칸으로 도망치듯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또한여자. 이여자는 자신을 봐주는 것이 자랑스러운듯 패션쇼를 하는 행동을 한다. 가슴을 쫙펴고 더 크게 보이려고 남자의 시선에 가까이 대면서 클로즈업시킨다.
그런 날은 두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말없이 통하는 것이다. 두사람은 아무리 복잡한 러시아워안에서라지만 서로 붙어서 간다. 생각해 보시라 보는 사람과 시선을 받는 사람 둘이가 말없이 서로 뜻이 통하여 연극을 하듯 그모양 그포즈로 같이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연의 일치인지.
여자의 숨은 마음을 누가알랴. 괴상한 버릇을 가진 여자가 한남자를 바라보다 드디어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남자 역시 여자의 시선을 의식하고 더욱 더 적극적으로 여자앞에 자신의 아랫부분을 가까이 끌어댄다.
그런날은 두사람이 마치 환상의 커플처럼공생하듯 붙어서 간다. 텔레파시라고나 할까.
말없이 통하는 짝을 언제나 찾을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두사람이 그렇게 러시아워 시간에 이리밀리고 저리밀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철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여자의 가슴만 바라보는 남자. 남자의 아래만 쳐다보는 여자. 두사람은 또다른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리라도 한것처럼 가슴이 뜨끔한다.
다름아닌 여자의 뒷부분만 보는 남자다. 고개를 푹숙이고 있다가 여자가 돌아서기만 하면 어김없이 바라보는 남자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사람이란 희한한 동물이다. 다름아닌 뒤만 바라보고 있는데도 어찌 알았는지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는것이다. 그러면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죄라도 지은것처럼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 여자는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러나 잠시후에 다시 텔레파시가 오는지 고개를 돌리는 여자. 또 두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친다. 또다른 부류의 여자가 있다. 다름아닌 남자를 정면으로 노려보는 여자다.
전철의 앞자리에 앉아서 두눈을 똑바로 뜨고 남자의 얼굴을 노려본다. 그러면 십중팔구 남자들은 얼굴이 뜨거운지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리고 만다. 여자는 다시 다른 남자의 얼굴을 응시한다. 그러면 그남자도 다시 고개를 돌린다.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반응하는 것이 재미있는 표정으로 계속 이남자 저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이런 남녀들을 변태라고 할수있을까.
전철을 타보면 알수있다. 자신들의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고개를 숙이거나 조는체를 하거나 신문을 보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당신의 시선을 어디에 두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사람이 모두 대답을 못하고 얼버무리고 말것이다. 어디에 둬야 좋을지 생각해본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선을 가슴에 두건 아래두리에 두건 뒤통수에 두건 변태라고 몰아부칠수는 없을것이다.
이런 사람도 있다. 여자가 러시아워에 전철을 탔다. 복잡해서 이리저리 밀리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수가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여자의 몸쪽으로 자꾸만 밀착시키는 남자가 있었다. 다름아닌 유부남이었다. 여자는 그남자의 속보이는 행동을 눈치챘다. 여자의 반응은 신경질적이고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자꾸 몸을 웅크리면서 다른 쪽으로 늑대같은 남자를 피해서 발을 옮겼다. 그러나 그남자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계속 몸을 요리조리 밀고 헤치면서 따라 들어오는 것이었다. 여자는 성질이 나고 분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여자의 앙심. 남자가 바짝 달라붙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남자가 다시 몸을 밀착시켜온다. 여자의 날카로운 하이힐이 번쩍 들리는가 싶더니 남자의 발등을 사정없이 내려찍은 것이었다. 남자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었다.
멋진 여자의 멋진 복수라고 해야 할까. 여자는 그날 한건 올린듯한 자부심과 승리감에 젖어서 속으로 노래가 절로 나왔다. 무심코 오고 가는 사람들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전철안에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전철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수가 없다.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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