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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44) 가재는 게편인 세상
2004/11/21 00:00 입력 조회수 :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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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건 못했건 무조건 가재는 게편? 그것이 통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 아닐까 싶다. 잘한일이야 웃어주고 칭찬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땐 문제가 된다. 나쁜일도 게편이라고 덮어주고 가려주면 다른 한쪽은 억울하기 때문이다.

어느 직장인이 출근길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가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총알 질주. 보행자 신호등으로 바뀌는 바람에 차가 횡단보도앞에서 멈췄다.

그때 현수막이 보였다. 오토바이와 택시 충돌사건 목격자를 찾는 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는 오토바이 운전자. 택시는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것이다. 현수막을 본 승객은 혼잣말로 한마디 했다.

"사고를 당한 사람만 억울해서 어쩌나. 가해자는 양심도 없지. 사고를 내고 달아나면 마음이 편할까? 나같으면 죄책감에 잠도 못잘텐데"

그러자 택시기사가 말을 받았다. "어어! 저기 현수막에 걸린 교통사고 내가 봤는데. 그때 내가 현장에 있었어요. 다친 사람만 억울하지 할수 있나 뭐"

승객은 그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운전사에게 쏘아붙였다. "아니 아저씨, 그럼 왜 신고를 안했습니까? 지금이라도 신고를 하시지요?"

운전사는 승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쳐다보는 눈길속에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내뱉는 소리가 걸작이었다.

"내가 왜 신고를 합니까. 내가 쥐약먹었어요? 같은 택시기사끼리 신고하기도 꺼림칙하지만 누가 잘못했다고 딱 찍어서 증언하기도 피곤하니까"

승객은 할말을 잃었다. 가재는 게편이라는 말이 여기서도 통한셈이다. 승객은 이런 운전사 한사람 때문에 나머지 정직한 모든 운전사의 이미지가 도매급으로 나쁘게 인식된다고 생각했다.

승객은 운전자를 설득해 보았다. "아저씨, 그래도 피해자는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고 신고를 하시면 어떻습니까. 만약 내가족이 사고를 당했다면 그때는 입장이 달라지겠지요"

그러나 운전자는 한수 더떴다. "그런 소리 마세요. 어찌 내가 그런 일을 당합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그리고 오토바이나 택시나 교통신호 제대로 안지키는 거 똑같다구요. 이말은 정말 양심이 켕겨서 안할려고 했는데"
 
점심시간 식사를 하면서 들려준 후배의 말이 떠올라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했다. 참으로 알수 없는 세상. 요지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명수

2000/05/23 20:08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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