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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39) 일요일밤 불법주차 해프닝
2004/11/16 00:00
입력 조회수 : 613
일요일인 14일 밤 9시. 서울 중구 한국통신 주차장 정문을 가로막은 고급차 대우 슈퍼살롱 앞에서 서너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차를 에워싸고 삿대질을 하는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차를 가리키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도대체 이차 운전자는 어디 간거야?" "아무리 양심이 없기로서니 어떻게 차를 이렇게 댈 수가 있어?"
입구를 가로막은 한 대의 얌체차량 때문에 주차장안에 있던 차량 서너대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흥분을 한 사람들은 물론 주차장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운전자들이었다. 그때 마침 건물 수위아저씨도 달려나왔다. 경비아저씨는 자신이 잠깐 화장실에 간사이에 얌체주차를 했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경비도 사태수습을 하지 못하고 어쩔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은 경찰에 신고. 3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 역시 사태수습에는 역부족이었다. 얌체주차 차량은 경기42머 XXXX. 경찰은 차적조회시스템을 통해서 차주를 찾아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전기로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국으로부터 차주 전화안내 거부를 당한 것이다. 경찰관은 어떻게 사태를 처리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태도를 지켜본 사람들은 또다시 한마디씩 던지며 웅성거렸다. "이렇게 최고급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얌체주차가 뭐야" "연락처 하나 안남겨 놓고 이렇게 민폐를 끼쳐도 되는 겁니까?"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공중도덕까지 어긴 얌체운전자에 대해 싸잡아 비난하기 시작했다. 사태수습을 하려던 경찰도 결국은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사람들이 경찰에게 이차를 견인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경찰의 말이 걸작이었다. 구청에서 직접 나와 주차위반 딱지를 붙여야 견인이 가능하단다. 그럼 경찰은 이상황에서 아무것도 할수 없단 말이 아닌가.
시간은 계속 흐르고…주차장 출입구를 가로막아 주차를 해놓고 사라진 운전자는 오지 않으니… 창문에 진한 색으로 코팅을 해놓아 차량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내부를 안보이게 하려고 창문을 온통 저렇게 진한 코팅 했나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차량주인은 결국 자기 볼일 다보고 사태발생 1시간쯤 지나서야 유유히 가족과 함께 손을 잡고 나타났다. 짚차 한 대와 승용차 두 대가 입구를 가로막은 얌체차량 때문에 무려 1시간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차장에 갇혀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일요일 밤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다 얌체주차한 중형차 한대 때문에 어이없는 낭패를 당한 것이다. 운전자가 왔으나 경찰은 아무런 제재도 하지 못했다. 주차위반 스티커를 발부받은 차량도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경찰은 운전자를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얌체운전자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피해를 본 운전자들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던지고 유유히 차를 몰고 사라졌다.
거기에서 피해를 본 어떤 사람은 자신은 일요일에 주차 한번 잘못했다 딱지를 떼었는데 이건 너무 불공평한 처사라며 혀를 찼다. 그는 어느 일요일 낮 2시경 창경원과 과학관사이 도로에 주차해 놓았다가 돌아와보니 자기차를 마장동 견인대기소로 끌고 갔다는 것이다.
견인비 4만원을 내고 차를 찾아왔는데 며칠 뒤 해당구청에서 벌금 4만원을 내라는 통보까지 받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당할때도 똑같은 일요일인데 오늘은 무슨 영문인지 아무런 손을 쓰지도 않고 그냥 보내주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렇게 철두철미한 구청 주차단속직원들이 왜 밤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그러고 보니 일방통행을 실시하는 주변의 좁은 도로에도 불구하고 주인없는 몇대의 차량이 불법주차 되어 있었다.
그는 일요일 밤 명동의 도로야 말로 불법주차 천국이라며 뼈있는 농담을 한다. 그는 오늘 얌체주차 때문에 날린 한시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명동땅에서 허비한 시간이라 더욱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혹시 고급중형차량이라서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찜찜했다. 그리고 믿었던 경찰이 그렇게 사태수습을 못할지 정말 몰랐다고 했다.
김명수
2000/05/15 12:12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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