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불안함도 있었다. 윤계상은 “전도연과 유지태의 에너지에 중원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중원은 힘을 주면 이상해져 버리는 캐릭터거든요.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많이 찾아간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설명한다.“잔 펀치를 계속 치자고 했어요. 처음에는 많이 풀어지자고 생각했죠. 불안해하다가 3, 4부 반응을 보고 좀 안심을 했어요. 서중원이 나쁜 놈일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 있었거든요. 불분명한 중원의 모습에 의혹이 생기면, 어떤 사람인지 호기심이 생기고, 사람들이 지켜보게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안심했어요.”윤계상은 ‘굿 와이프’에서 전도연의 남자가 됐다. 공유(남과 여), 김남길(무뢰한) 등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마다 극찬을 아끼지 않는 여배우다. 윤계상 역시 극찬을 이어갔다. “왜 전도연의 남자가 되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정말 감정을 100% 올인 하시는 분이세요. 하나의 욕심도 없이 진짜로 하시는 분. 그래서 어떤 계산 하에 연기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요.”“처음 만났을 때는 귀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정도로 무섭더라고요. 눈을 못 쳐다봤어요. 그런데 호흡을 맞추면 딱 변해요. 이번에는 정말 마음껏 누렸습니다. 다들 왜 배웠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막 무언가를 설명을 해주시지는 않아요. 그냥 함께 연기하며 느끼는 거예요. 그 분이 캐릭터에 올인하는 모습을요.”
전도연을 한결 같이 바라보는 것은 윤계상의 몫이다. 드라마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봐주던 그였다. 중원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2011)에서 “나는 이제 당신을 치료해 주기 전에 당신이 다치지 않게 지켜주고 싶어졌습니다”라고 말하던 윤필주와의 연장선상에 선다. 여심에 판타지를 선사하는 윤계상의 순애보 영역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전도연 누나가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저는 캐릭터 발로 이렇게 된 것 같아요”라고 겸손을 보인다.‘굿 와이프’가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태준은 혜경에게 분명 잘못했다. 그럼에도 부부사이였다. 태준이 잘못했다고, 중원에 대한 마음을 담은 혜경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윤계상 역시 이를 인정한다. “욕망에 사로잡히면 불륜이죠. 그런데 ‘굿 와이프’는 막장 드라마의 코드와는 다르게 간 것 같아요. 주변에 기혼자가 꽤 많은데,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있으면 참고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요. 전 아직 이해를 못해요.”그렇다면 윤계상이 중원의 입장이었을 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 “‘굿 와이프’ 속 중원처럼 급하게 가려고 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기다렸겠죠. 이혼하고, 정리하고, 시작하자고요. 지금은 현실적인 면에서는 무책임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 이하늬와 공개 연애 중인 사랑꾼 다운 대답이다.
‘굿 와이프’는 다른 면에서 성장담이기도 하다. 성장담이라고 하면 보통 청소년기나 갓 스무살이 된 친구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굿 와이프’는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혜경은 일을 통해, 중원은 마음을 깨달으며 한 발씩 앞으로 나간다.“‘굿 와이프’가 세련된 멋이 있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되면 선택을 해야 하잖아요. 본인의 행복을 택할 것인가, 책임을 지며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보면 ‘굿 와이프’에는 마냥 좋은 인물이 하나도 없어요. 좋은 척하지만, 다른 속내가 있죠. 법정도 마찬가지예요. 법의 잣대라고 하지만, 법을 어긴 사람들도 승소시키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거든요. 모순이죠. 그런 것들이 지금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어른의 성장담이 담긴 작품 속에서 윤계상도 배우로서 성장했다. 그는 “‘굿 와이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은 것 같아요. 슬럼프의 막을 내린 작품이랄까요.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시기고, 힘이 많이 빠졌던 시기가 있었어요. 제가 잘못 하는 건가, 선택이 잘못된 건가 고민이 많았어요”라고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한다.이어 “‘굿 와이프’라는 작품이 저를 잘 잡아준 것 같아요. 전도연, 유지태 선배같이 꿋꿋한 분들이 옆에 계셔서 힘을 얻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뒤돌아봤던 윤계상에게 다시 중요한 것은 앞을 향해가는 것이 되었다.“계속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노력해서 쟁취하는게 연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좋은 배우를 보며, 계속 호흡하면서 배우는 거로 생각해요. 저는 성장하는 속도가 느린 편 같아요. 하지만 퇴보하지는 않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 배운 건 잘 안 잊어버리거든요. 계속 발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 50살 정도 되면 잘 하지 않을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