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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16) 공중화장실에 변소가 없다?
2004/10/24 00:00
입력 조회수 : 612
전철역. 출근길 러시아워를 이루는 전철을 타는 것은 전쟁이다. 오죽하면 지옥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몸과 몸이 서로 부딪치는 고통을 감수하는 정도는 이미 각오가 되어있다. 하지만 도저히 사람의 인내심으로 견디지 못할 것이 딱 하나 있다. 생리현상. 복잡한 전철안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설사라도 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누구나 한두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복잡한 전철을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거기에 한술더떠 설사라니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차라리 내리고 싶다. 그렇지만 워낙 승객이 많아 몸을 제대로 움직일수가 없다.
전철이 빨리 섰으면 좋겠다. 드디어 달리던 전동차가 속력을 줄인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번에 정차하는 역은 광화문, 광화문 전철역입니다. 내리실분은 미리 미리 출입문 쪽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영어로도 나온다. "This stop is 광화문, 광화문 station. 샬라샬라" 급한마음에 아무소리도 안들린다.
제발 빨리 정차나 했으면 좋겠다. 아이구 미치겠다는 말이 속으로 절로 나온다. 더 이상은 못참겠다. 전철이 선다. 사람이 걸려서 나올수가 없다. 겨우 겨우 전철을 빠져나왔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화장실이 없다. 도저히 더 이상 참아낼 자신은 없다.
할수없다. 급한김에 전철표를 끊는 창구로 달려간다. 직원에게 물어본다. 그러나 직원은 대답대신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킨다. 옆을 보니 작은 안내쪽지가 있다. 그만큼 화장실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수 있다. 묻는 사람마다 일일이 대답을 해주기가 귀찮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쪽지를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화장실을 찾을수가 없다.
도대체 화장실은 어디에 있단 말이오? 나도 모르게 다시 직원에게 다가가 큰소리로 물었다. 직원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쪽으로 가서 통로를 지나 어쩌구 저쩌구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못알아 듣겠다. 도대체 광화문 전철역내에 화장실이 있기는 있나요? 다시 한번 짜증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지하철 직원도 당황해서 말꼬리를 흐린다. 광화문쪽에는 없고 길게 이어진 통로를 지나 세종문화회관 어디쯤에 있다는 것이다. 아니 차라리 이근처에는 없다고 말이나 빨리 하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울도심 한복판 광화문 전철역에 화장실이 어디 숨었단 말이냐며 혼자 속으로 끙끙거리다가 결국은 찾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교보빌딩이 근처에 있어서 그곳을 이용하라는 속셈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나마 이른아침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는 교보빌딩도 문을 닫기 때문에 이용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다.
생리적 상황이 워낙 다급해서 아무 정신이 없었다. 차라리 다른 전철역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싶었다. 체면을 따질때가 아니었다. 지하철을 타려고 개찰구 안으로 들어갔다. 전철을 타고 가다 뒤가 급한 김에 중간에서 내렸는데 용무는 고사하고 화장실이 있는 인접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전동차를 타고 말았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나와 같은 곤욕을 치렀을까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종로3가역에서 내리니 화장실이 바로 보였다. 간판이 보이는 순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것처럼 반가웠다. 총알처럼 달려가 볼일을 보았다.
전철승객은 물론이고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광화문역에서 화장실을 찾는 것보다 차라리 인접역으로 가는 것이 더 쉽다면 그거야 말로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생각한다. 광화문전철역엔 화장실이 없다라고. 더꼬집어서 말하면 화장실 간판은 있어도 화장실은 없다라고. 더 심하게 말하면 화장실이 있더라도 차라리 인접전철역 화장실을 찾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편하다라고.
김명수
2000/04/12 16:04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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