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4) 시한부 소년시인 김민식 (1)
시한부 소년시인 김민식군.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좌절하지 않고 시를 쓴다. 충청도 칠갑산 자락의 오지마을 방구석에 틀어박혀 지치지도 않고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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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디스트로피라는 불치병과 싸우며 벌써 몇년째 시를 쓰고 있다 그러나 손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켜져 있다고 해도 자판을 두드릴 힘조차 버겁다. 마음이야 앞으로 계속 시를 쓰고 싶지만 과연 몇 년이나 더쓸수 있을지 알수가 없다. 풀벌레 울음소리 참새 토끼 노루 뛰어노는 아름다운 칠갑산의 대자연을 마음속에 다 품고 갈수 있으면 좋으련만.
[새해아침 커다란 해가 떠올라 세상은 빛으로 충만하다/ 햇빛을 받아안고 싶어 아버지를 졸라 툇마루에 나와 앉았다// 앞산을 오래오래 바라보려 끝까지 눈을 뜬다// 소나무들이 유난히 푸르다/ 나도 나무들 곁으로 가 서고 싶다] (김민식 시 새해아침. 대자연을 품어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가득 담겨있다.)
이제 겨우 18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희망으로 넘쳐야 할 꽃다운 나이다. 또래의 친구들은 무거운 책가방에 도시락 두 개를 싸들고 학교에가 밤늦도록 대입공부에 매달려야 할 고3. 아무리 공부가 힘들어도 미래의 장미빛꿈이 있기에 가장 행복할 때다. 그러나 민식은 학교에 갈수가 없다. 몸을 움직일수 없기 때문이다.
민식이도 처음에는 다른 아이와 다를바 없는 건강한 아이였다. 집에서 7km나 떨어져 있는 초등학교를 거뜬히 걸어 다녔다. 그런 민식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닥쳐올줄이야. 민식이가 초등학교 4학년때 새학기 교과서를 받아들고 여느날과 같이 집으로 걸어오다가 그만 트럭에 받히고 말았다.
할머니가 놀라서 민식이를 부둥켜안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트럭에 다친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의사말이 트럭에 다친 것은 인대가 조금 늘어난 정도라며 오히려 다른곳에 이상이 있으니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다.
할머니는 혹시 그럴 리가 하면서 다른 병원에 가보았지만 가는 곳마다 알수 없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놀란 가족들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까지 올라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되돌아오는 말은 한결같았다. 병명조차 생소한 근디스트로피. 태어날땐 멀쩡하다가 서너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점점 근육이 소멸·마비된다. 보통 20세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는 무서운 병. 아직까지 전세계 어느곳에도 치료법이 없다. 민식이의 경우는 그중에서도 가장 악성이라고 한다.
"그말을 듣고 처음엔 손이 떨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왜 하필 내가 이런 무서운 병에 걸려 죽어야 하나 몸부림도 쳐봤어요"
그러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김민식군. 좋아하는 시를 쓸수 있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많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활짝 웃는다. 담담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는 민식이에게 삶의 초연함이 배어있는 듯하다. 민식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식의 어머니마저 자궁암으로 쓰러졌다. 다행이 수술경과가 좋아 지금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민식의 아버지가 소작하던 농토마져 신설도로 구역으로 수용되는 바람에 생계까지 막막해졌다. 민식의 나이 이제 겨우 18살. 의사의 말대로 20살을 넘기지 못한다면 앞으로 남은 생명이 고작 2년남짓. 그러나 민식은 오히려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고생해온 할머니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의젓함을 보인다.
민식이는 스스로 앉지도 눕지도 못한다. 혼자 힘으로는 한발짝도 움직일수가 없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힘조차 달려 몇자 적으려면 온몸을 다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컴퓨터가 툭하면 망가진다.
키보드 자판을 잘못 만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켜고 싶어도 몸이 말을 안듣는다. 누가 옆에서 거들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몸을 조금만 움직이려도 힘이들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식사를 할때도 마찬가지. 밥상위에 팔을 받치고 다른팔로 밥숫가락든 팔꿈치를 떠받치며 몇번이고 곡예하듯 손을 올려 식사를 한다. 그것도 가장 가벼운 플라스틱 숫가락이다. 밥숫가락을 입에 넣으려면 팔을 몇번씩 흔들어 반동을 주어야 한다.
그는 시를 통해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육신을 뛰어넘어 바깥세상으로 마음껏 날고 비상한다.
[때로는 바람같이 때로는 파도처럼 그렇게 우리는 자유로울수 있을까?/ 때로는 태양같이 때로는 밝은 달처럼 그렇게 우리는 마음이 따뜻할수 있을까?// 때로는 장미같이 때로는 들꽃처럼 그렇게 우리는 이웃을 사랑할수 있을까?/ 때로는 개미같이 때로는 매미들처럼 그렇게 우리는 노력하며 살수 있을까?] (김민식 시 때로는 들꽃처럼)
식사는 물론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까지 민식이를 챙겨주는 것은 7순이 넘은 할머니의 몫이었다. 할머니는 요즘같은 세상에 못고치는 병이 어디있느냐며 하소연도 해봤지만 이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민식이를 그냥 저렇게 놔두고 눈을 감을수도 없다며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할머니도 거동하기 힘들정도로 몸이 불편해 서울에 사는 큰아버지가 모시고 갔다.
민식이가 바깥세상에 알려진 것은 불과 4년전. 한 종교잡지에 써보낸 자신의 시와 사연이 우연히 실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뒤로 공주 소망원이라는 장애자복지원을 알게 되었고 민식이의 소식을 듣고 용기를 잃지 말라며 전국에서 격려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알려지기는 1998년 9월 경향신문 매거진 X에 실리고부터. 전국에서 격려편지가 날아들었고 연필과 학용품을 사쓰라고 용돈을 보내오기도 했다.
방송도 많이 탔다. KBS MBC SBS EBS에 이어 지역방송과 신문에서도 소개되었다. 인천방송 다큐멘터리 생명전선프로에도 나왔다.
레이디경향과 대한매일 자매지 퀸 에도 실렸다. 어떤 독지가는 연필 잡기 조차 힘들어하는 민식이에게 컴퓨터를 선물했다. 서울에서 칠갑산 자락의 오지까지 컴퓨터를 직접 차에 싣고 와서 아름다운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시를 쓰라며 격려까지 해주고 갔다.
그러나 요즘은 컴퓨터 자판 두드리기 조차 힘이 달린다. 마음먹은 대로 손이 움직이지 않아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민식이의 아타까운 사연을 듣고 어떤 사람들은 한약을 보내오기도 하고 약수물을 가지고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어떤 분은 수십년 동안 보관해온 백사와 약초를 가져오기도 했다. 멀리 해외에서 산삼을 보내오기도 하였다. 고마운 분들이다.
민식이는 평생 시집한번 내보고 싶다는 소원도 풀었다. 그동안 써온 시를 가람기획에서 시집을 내준 것이다.
'삶은 사는 것만큼 행복하고 아름답다'는 멋진 제목이 붙은 민식군의 시집은 출판 4개월만에 초판 1천권이 다나갔고 2판 2천권을 더 찍어냈다.
영화감독 심재석씨는 민식의 삶을 다큐영화로 만들기로 하였다. 영화대본은 이미혜작가가 맡았다. 시나리오 초고는 이미 완성되었다. 심감독은 제작비를 후원할 스폰서를 구하는 대로 본격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민식은 최근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출판사(두레미디어)는 시집의 판매로 얻어지는 수익금을 모두 민식군을 위해 쓰기로 했다. 민식의 시집에는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식한 듯 '사는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사는 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수 있다면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노래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는 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수 있다면 나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수 있는 눈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는 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수 있다면 나는 많은것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의 삶이 시한부일지라도 이겨낼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는 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수 있다면 나는 많은 것을 소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의 인생이 여기서 끝날지라도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식 시 '사는 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
햇살처럼 투명한 언어로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는 민식의 시는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자칫 무덤덤 해질수 있는 삶의 고귀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민식은 자신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시집을 전해줄 생각이다.
정상인도 살아가기 힘든 험난한 세상에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밝고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천재시인 민식군. 그런 민식이가 세상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이 되어준다. 전국의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오는 편지가 그동안 수백통이다. 목포의 여중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민식군이 실린 기사를 읽어주었다며 학생들이 단체로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격려편지가 대부분이지만 민식이의 사연을 듣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힘을 얻는다며 오히려 고맙다는 내용도 있다. 제주도에서는 물론 멀리 해외교포들로부터도 용기 잃지 말고 굳건히 살아가라며 민식이가 장하고 대견스럽다는 내용의 격려편지가 날아온다.
[안녕!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민식이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어. 이곳은 캐나다 토론토야. 먼곳이지. 이곳에 온지 벌써 23년째 되었구나. 나는 4명의 아이를 둔 김문희 아줌마야.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고 있지. 칠갑산이라는 노래가사가 좋아서 몇번 불러봤는데 정말 칠갑산이 있더군. 가보고 싶어. 민식이도 만나보고 싶고… 매일 불평과 짜증속에 살았던 내가 어찌 부끄러웠던지 고개를 들수가 없구나. 민식이를 위로해주고 싶었지. "삶은 사는 것만큼 행복하고 아름답다" 참 좋은 말이야. 민식아, 힘들고 짜증날 때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봐. 우리가 믿는 하나님께서 위로와 힘을 주실꺼야. 나는 독실한 신앙인은 아니지만 노력하며 산단다. 민식이가 살고 있는 칠갑산, 그곳은 얼마나 공기 좋고 아름다울까?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한번 칠갑산에 가보고 싶어. 답장? 무리가 아닐까?] (토론토에서 김문희 아줌마가 민식에게 보내온 편지내용중에서)
교도소에서도 편지가 온다.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민식이가 한없이 고맙다며 남은 삶을 깨끗하게 살아가겠다는 절절한 내용을 담아 보내온다. 오히려 육신이 건강한 사람들의 용기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민식이는 정녕 우리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고 소금이 아닌가 싶다.
전국에서 날라드는 편지마다 답장을 해주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손에 힘이 없어서 자판을 두드리기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답장을 제대로 못해주다 보니 그토록 많이 오던 편지도 이제 거의 끊기고 말았다. 민식은 편지를 보내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답장대신 시를 쓴다. 전하고 싶은 말을 압축하고 압축시켜 몇자의 시속에 담는다.
민식이를 지켜보면서 비록 가진것은 없다해도 걸어다니고 움직일수만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았다. 이세상에 살아있다는 고마움으로 충만하고 뜨거운 눈물이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두볼에 흐른다.
작은 행복이 아름답다는 소중한 깨달음. 역시 이세상을 이끌어가고 변화시키는 것은 위대하고 힘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나하나는 비록 작고 보잘것 없지만 그 작은 힘들이 모여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사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동병상련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어려움을 겪어본자만이 어려움을 아는 것이다. 부모덕에 배고픈줄 모르고 자라온 자들이야 어찌 힘들고 아파하며 절망의 나락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고통을 알수가 있겠는가.
어두운 밤일수록 별은 더욱 빛나고 절망이 클수로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 또한 큰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다. 오늘의 고통의 장막을 거둬내면 내일의 밝은 태양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기에 결코 절망하지 않고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비록 우리에게 미소로 다가올 그날이 오래 걸릴지라도 결코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말자. 민식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내용을 담아 보내오는 편지들도 대부분 살아가는 삶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다.
작은 고통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따뜻한 가진것 없는 사람들.
그들의 삶이 정녕 아름다운 마음의 부자가 아닌가 싶다. 단 하루의 삶이라도 다른 사람의 한달 아니 일년같이 살아야할 민식군에겐 단 하루도 한순간도 헛되이 보낼 시간이 없다.
그래서 민식은 오직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가기 위해 지금 이순간도 절박한 심정으로 목숨걸고 시를 쓰고 있다. 몇 년만 더 살수 있다면 좋으련만. 마음은 급한데 자판을 두드릴수가 없다. 손에 힘이 없어 더 이상 시를 쓸수가 없을 것같아 안타깝다.
갈수록 몸이 약해져 뼈만 앙상하게 남은 민식이. 이제 그를 지켜보던 가족들도 눈물이 말랐다. 건네주는 과자와 음료수도 입에 넣지 못하는 민식이. 두세살바기 아이보다도 더 약할정도로 손아귀에 힘이 없다. 누워만 있어도 힘이 든다.
그러나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결코 포기나 좌절은 없다. 오늘도 혼신을 다해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는 시한부 시인 김민식군에게 기적같은 쾌유가 있기만을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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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영어로도 번역되어 2005년 03월 26일 이 코너에 클릭이사람 312번
Click this person 312 a young poet, Kim, Min-Sik who has limited life (1) 으로 실렸습니다.
4년째 접어든 클릭이사람은 글로벌 시대에 맞춰 앞으로 계속 클릭이사람에 소개되는 주인공들과의 협의에 의하여 영어로 번역되어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에게는 클릭이사람 기사를 통해 영어공부도 되고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훈훈한 사람들의 휴먼스토리를 접하는 기회가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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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0년 04월12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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