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5.01.22:56 |
[클릭이사람] (456) 길 없는 길을 헤쳐온 국내 프로복싱 여성심판 1호 신경하


“여자 심판 1호가 아니라 심판하면 신경하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 피플코리아
국내 프로 복싱사에 영원히 기록될 이름으로 신경하(41)가 있다. 국내 프로복싱 여성심판 1호로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여 길없는 길을 헤쳐온 인물이다. 2003년부터 시합을 봤으니 올해로 심판 경력 8년째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세계권투평의회(WBC), 한국권투위원회(KBC)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인접 건물 5층 그의 숍에서 만났다.

복싱에어로빅을 배우다 2002년 3월 수습심판으로 복싱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그는 2003년 3월 C급 복싱심판을 획득하면서 한국 프로복싱 여자공인심판 1호가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04년 11월 B급심판자격 획득에 이어 불과 5개월만인 2005년 4월 A급 심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처음에는 링이 무서웠어요. 조금 알아지려고 하니까 그때는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저 하나에 선수들이 왔다 갔다 하니까…”

심판도 C급이고 선수도 C급일 때는 서로 모르는 희극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4라운드 봤을 때가 챔피언급 심판을 보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심판은 못해도 욕먹고 잘해도 욕먹는 직업이죠. 빨리 끝내면 빨리 끝냈다고 아우성이니까요. 여성 심판으로서 잘하든 못하든 항상 도마 위에 있는 기분입니다”

4각의 링 안에서 두 선수가 양 손에 글러브를 낀 주먹으로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맞붙어 싸우는 복싱이야말로 살얼음판 같은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든다.

▲     ©피플코리아
“복싱은 노력의 결과물이면서 한 편으로는 운도 따르는 것 같아요. 배기석 선수도 열심히 했지만 뜻대로 안 되잖아요?”

그는 심판 1호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여성 심판 1호로만 부각되기보다는 융통성 없이 심판을 잘 보는 사람으로 이름이 남기를 바란다.

“어차피 발을 들여 놓았으니 제가 하는 일이 복싱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오면 스포츠마케팅 전공을 살려 WBC 관련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안하는 분야에 뛰어들기를 좋아하다 보니 그는 권투심판 뿐만 아니라 우드볼(골프와 게이트볼 중간 형태의 구기 스포츠), 댄스 스포츠, 에어로빅 등 다양한 심판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하는 꼴이다.

“스포츠마케팅 석사논문도 제가 처음으로 썼대요. 남들이 안하는 쪽을 하다 보니까 만만치는 않지만 연결 연결로 이어져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러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하죠”

해보고 싶은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복싱 자체의 매력에 빠져 직접 글러브를 끼고 스파링을 하기도 했다.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도 사뭇 도전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지요. 누구든지 일단 포기 안하고 저질렀으면 좋겠어요. 학생들도 걱정만 하지 말고 일을 저지르고 보라고 합니다”

▲     ©피플코리아
학생시절 꼭 해야 할 사회경험으로 그는 아르바이트를 추천한다. 등록금 마련 알바가 아니라 자기가 번 돈으로 1차 동남아에 갔다 오라고 권한다. 동남아에 가서 어렵게 사는 젊은이들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자신감을 얻어 오라고 한다.

그 다음에는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 좀 더 큰 무대를 직접 보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 오라고 한다.

동덕여자대학교대학원에서 스포츠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요즘 동덕여대, 중앙대 스포츠 강의를 나가고 있다. 서경대 박사과정 미용예술학과 강의도 맡고 있다.

“제자들이 졸업하고도 계속 연락을 많이 해와요. 그럴 때 보람을 느낍니다. 선생님을 포기 못하는 이유죠”

전공인 스포츠마케팅과 접목해서 여의도에 숍을 차려놓고 피부 관련 사업도 겸하고 있다. 전공으로 배운 지식이 그가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스케줄이 빡빡하다.

“화․수는 대학 강의 나가고 보통 때는 여의도 숍에 나와 있고 토․일은 필라테스하고 있어요”

재활치료 목적으로 만들어진 운동으로 작은 근육을 이용해서 몸의 균형을 맞추는 운동이 필라테스라고 설명한다.

심판을 잘 보려면 실제로 심판을 많이 봐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실전뿐만 아니라 링 아래에서도 관전을 많이 해봐야 유리하다. 그가 TV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이유다.

“TV에서 큰 경기를 하면 관전하면서 저도 같이 점수를 매겨요. 심판과 제 점수 차이가 어떻게 나는지 보기 위해서죠. 점수가 똑같이 나오면 뿌듯하죠”

심판 초기에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있었다. 강의와 해외 출장이 겹쳐 며칠째 잠도 못자고 파김치가 되어 컨디션이 엉망인 상태에서 심판을 봤다.

“심판을 보면서 슬립다운을 다운으로 선언했어요. 나중에는 다운을 슬립다운으로 선언했어요. 해당 선수에게 굉장히 미안한 경기였어요. 초년 심판시절에 일어난 해프닝이죠. 지금까지 그 때 실수가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     ©피플코리아
여성심판으로서 뿌듯했던 기억도 있다. 평양가서 남북 경기 심판 봤을 때는 같은 동족이라고 혼자만 무사통과하고 VIP 대접까지 받았다.

심판은 양 선수의 중앙에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펀치를 피하는 노하우도 필요하다.

“한번은 라운드 공이 울렸는데도 선수들의 난타전이 계속되었어요. 경기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두 선수 사이에 팔을 넣었다가 손을 맞고 일주일 동안 수업을 하는데 팔이 올라가지 않더라고요”

그는 최근 시들해진 한국 권투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은 보지 않는다. 한국 복싱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유명우, 장정구 선수 같이 파이팅 넘치는 스타가 나온다면 예전의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제가 짧게나마 이 나라 저 나라 기웃거려 본 결과 복싱은 시스템도 물론 중요하지만 좋은 선수, 좋은 경기가 있으면 오지마라고 해도 제 발로 찾아오는 관객들과 매스컴이 있더군요”

길 없는 길을 끊임없이 만들어나가는 프로복싱 여성심판 신경하. 당당한 WBC 국제심판으로 그는 9월13일 일본에서 열리는 WBCF 스트로급 경기에서 부심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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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 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2010년 09월11일 17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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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년 2월 22일 Copyright ⓒ 2009 피플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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