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432) 고령화시대 건강파수꾼… 이상일 서울시120다산콜센터봉사단장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상일(48) 박사는 하는 일이 참 많은 사람이다. 큰사랑노인전문병원 원장. 방송인. 프리랜서작가. (주)레드힐스연구소 소장. 노인전문가. 행동과학전문가.
또 한 2007년 1월부터 2년 넘도록 서울시120다산콜센터봉사단장을 맡아 단원들과 함께 매달 한두차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커뮤니케이션과 자율성(autonomy)입니다. 첫째 커뮤니케이션이 고립되면 큰일나죠. 다음은 내 맘대로 움직이고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자율성입니다. 몸이 아프면 이걸 못해요. 이 두 가지가 안 되면 괴롭고 고통스럽죠”
그는 이 두 가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관리의료서비스라면서 노인전문병원 15년 노하우를 살려 이제는 관리의료서비스를 병행하는 복지의료서비스로 전환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10월 1일 발표한 영리의료법인 골자가 바로 이 내용입니다. 여기에 대응해서 앞으로 방향을 맞춰 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노인의학쪽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노인 신경정신과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의사가 되는 길은 의외로 험난했다. 중․고․대학때 악필로 고생이 심했다. 의대 예과 1학년 때 글씨체가 나빠서 불이익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한다.
답안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악필이라는 이유로 F를 맞은 적도 있다. 작은 눈 때문에 수업시간에 존다고 오해를 받아 얼굴로 분필이 날라오는 수모도 겪었다. 그런 그를 컴퓨터가 살려주었다. 1990년대부터 컴퓨터 워드로 고질적인 악필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노인병원을 운영하면서 1만여명의 임종을 지켜봤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 분들을 하늘나라로 좋게 보내느냐가 주 업무가 되었다.
“15년째 1만여명의 임종을 지켜봤으니 장의사가 된 기분이죠. 덕분에 수련의과정을 8년이나 했어요. 신경정신과 4년에 내과 2년반, 응급의학 6개월 기타 등등…”
120다산콜센터봉사활동은 2007년 1월 20일 단장 위촉을 받고부터 했다. 구(區)마다 두 번씩 50군데나 돌며 어려운 사람들 현지파악해서 봉사활동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느라 2년반동안 서울시내를 두 바퀴 돌았다.
현지답사하고 다산콜센터 봉사단 통솔이 주 업무로 단원 50여명을 이끌고 토요일을 잡아서 월 1~2회씩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쌀도 사다주고 집안 청소도 해주고 고장 수리까지 해주는 일을 2년 넘게 해오고 있다. 의료봉사도 물론 하고…
다산콜센터활동을 하면서 좀더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그는 봉사활동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한 노인이 들려준 이야기를 가슴깊이 새겨두고 있다고 했다.
“힘들게 사시는 그 분이 ‘그래도 내 맘대로 움직이고 밥 먹고 다니니까 행복하시답니다. 다산120콜센터가 커뮤니케이션의 허브역할을 해주니까 고맙고 사는 맛이 난대요”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는 그 노인의 ‘말씀’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가슴깊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다.
다산 120콜센터가 바로 그런 일을 한다. 서울시 관련 민원이나 궁금한 사항을 전문상담원이 365일 24시간 안내 ․ 상담하는 서비스센터다.
독거노인이나 어려운 사람들이 적적할 때 심심하다고 전화(02-120)하면 콜센터에서 상담원을 연결해준다.
이상일 단장은 요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약자, 독거노인, 백수, 백조 등 ‘사회적 배려군’을 위한 새로운 IT 솔루션을 한국 MS사와 현재 협의중이다. 서울시측과 MS사의 중간에서 양쪽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성격이 느긋해졌어요. 아둥바둥 욕심낸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많이 덜어냈다고나 할까…”
그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장은 답답하고 돌파구가 없어
보이지만 욕심을 덜어내고 좀더 참고 시간을 기다리면 그렇게 나쁘게 풀리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매사를 간단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복잡하게 생각해도 별 해답이 없으니까… 가만히만 있어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되는 사례가 많으니까…
‘아! 미치겠다’‘죽겠다’고 하면 일이 더 안 풀리고 극단적인 생각으로 빠져들기 쉽다는 것이다. 홧김에 술을 마시고 사고가 난다거나 욱하는 마음에 자살시도를 한다거나…
“병원에서 죽어가는 분들을 보면 평범하게 살다가 갑자기 땅값이 뛰었거나 보상을 받았거나 다른 유형으로 일시에 부자가 된 경우가 많아요. 그게 화근이 되어 가족들 간에 부모님 유산을 빨리 물려받기 위해서 온갖 해프닝이 다 벌어지지요”
일주일에 한번씩은 육탄전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밤에 자식들이 부모를 몰래 납치해서 병원 밖으로 빼돌리는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
“다음날이면 인감떼는 부서에서 전화가 와요. 나중에 보니까 노인네 지장이 찍혀있고 재산양도각서 문서가 작성되어 있어요. 멀쩡한 노인 손 붙잡고 은행 끌고 가서 보증을 세워요”
그래놓고 당사자가 눈을 감으면 형제간에 집안싸움으로 번진다. 이 원장한테 출두요구서가 날아오고 법정에 ‘환자증인’으로 불려나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놓는다.
사이좋게 골고루 나눠가져도 충분할 유산을 서로 차지하려고 동생이 형을 고소하고 그 난리를 피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괴롭다.
병원에서 죽어가는 부모를 두고 형제간에 재산싸움이 법정다툼으로 번져 몇 년 끌다보면 유산도 쪼그라들고 서로 앙숙이 되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종가집 어른을 병원에 모셨는데 재산이 많은 분이었어요. 문중 자손들이 와서 ‘얼마나 사실까요?’묻고 돌아가기 무섭게 계속 몰려와 다합치면 관광버스 한대는 되겠더라고요. 가족대표가 왔다가서 상황설명을 해주면 될 일을 따로따로 와서 서로 쉬쉬하는 거예요”
후손들이 찾아와서 말은 안해도 어서빨리 돌아가시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차마 못할 짓이다. 유산을 독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꼴불견이다.
“얼마 못 사시는 건 눈으로 봐도 알거예요. 그런데도 그 안달을 해요. 그런 사례를 하도 많이 보다 보니까 제 마음이 이제는 담담해졌어요”
해외 다국적 제약회사 평가에 의하면 이상일 원장은 노인의학쪽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일본에 콘텐츠 수출까지 했다. 2008년 6월 8일에는 일본 동경에서 열린 국제 항노화학회에 초청을 받고 가서 우리말로 강의를 했다. 커뮤니케이션과 안티에이징을 주제로 한 그의 일본강의는 즉석에서 영어와 일본어로 동시통역되어 소개되었다.
그는 의사로뿐만 아니라 행동과학 연구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하는 일이 많다보니 방송에도 얼굴을 자주 내밀고 있다.
큰사랑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하면서 갈수록 심해지는 고령화시대 건강파수꾼으로 아리수 홍보대사와 강남구의사회 홍보이사 등을 맡아 의료분야 대국민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람들은 온갖 쓸데없는 걱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중의 90%는 노여움과 걱정으로 낭비하는 시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고 낭비한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고 하고 많은 것을 가지려고 애를 쓴다. 불편한 현실에 비관하고, 살아가는 현실을 마치 지옥처럼 생각한다.
사랑하고 살아가기에도 너무 짧은 삶이다. 복잡한 일은 바보처럼 잊고 살자. 사람은 잊어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1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본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복잡하게 살아가는 세상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단순하게 잊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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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 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2009년 10월23일 14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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