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5.13.13:36 |
[세상엿보기] (112) 거리에 느껴지는 불황의 늪
2007/09/19 00:00 입력 조회수 : 814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미투데이로 기사전송 다음요즘으로 기사전송

[세상엿보기] (112) 거리에 느껴지는 불황의 늪




9월하고도 벌써 13일이다. 하루 중 가장 활력이 넘쳐야 할 초가을 목요일 낮 12시 전철 4호선을 타고 미아삼거리역에서 내려 출구를 빠져나와 주변을 기웃 거리면서 실물경기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해봤다. 




전철역에서 인근 신세계백화점으로 이어지는 100여M 남짓 거리의 도로변 점포 앞 인도를 따라가다 보면 ‘거리의 만물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각종 물품을 파는 행상들이 도열하듯 길게 늘어서있다.




풀빵, 옥수수, 샌드위치 등 즉석에서 구워내는 먹을거리에서부터 양말, 등산용 칼, 모자, 청바지, 열쇠고리, 바퀴벌레처치, 무좀약까지 그야말로 그곳에 가면 '없는 거 빼고' 있을 것 다 있다.




심지어 바겐세일을 하는 번듯한 옷 가게 앞에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벌이듯 청바지를 파는 좌대를 당당히 펴놓고 지나가는 손님을 겨냥하는 배포 큰 행상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합의라도 이루어 진 듯 거리의 분위기는 대체로 평온한 모습이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열심히 밤을 깎는 중년의 아저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찰옥수수를 만지작거리는 초로의 할머니, 지나가는 행인 앞에서 빵틀을 뱅그르르 돌려 뚜껑을 열고 도너츠 크기의 풀빵을 쏟아내는 아주머니 등 모두 이 어려운 시국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부지런한 '생업전사'들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많은데 사는 사람이 없으니 생기가 넘쳐야 할 현장을 지켜보는 마음이 그리 편치가 않다. 그만큼 먹고 살기가 팍팍한 탓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어떤지 대형 출입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화려하게 진열된 1층 패션 잡화 코너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름도 특이한 외국 브랜드가 걸린 매장마다 한 두 명 씩 달라붙어 있는 직원들의 숫자보다 손님이 더 적으니 지나가기가 쑥스러울 정도다.




손님이 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판매원들이 손님의 눈치를 살피는 것인지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부담스러워 아예 먼 산 바라보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한 바퀴 휙 둘러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2층 영캐주얼코너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개점에서 폐점까지 인산인해를 이루던 그 많던 손님은 다 어디로 숨어버렸단 말인가.




3층 여성부틱, 4층 남성스포츠, 5층 생활․아동코너 역시 썰렁했다. 30% 세일표시가 붙어있는 매장도 찾아주는 손님이 없다.




단정하게 차려 입은 직원들도 손님 없는 시간이 따분한 듯 유니폼 옷매무새를 점검하기도 하고 옆 동료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악소리에 맞춰서 어깨를 살짝살짝 비틀고 흔들며 깜찍 발랄한 춤을 추는 여성 판매원도 있었다.




가장 붐벼야할 시간에 이토록 한산하니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온몸으로 느껴진다.




지하1층 식품 주방코너는 어떨까 궁금해서 내려가보니 식당코너 테이블만 3분의 1정도 손님이 들어찼을 뿐이다.




소비가 죽으면 생산도 죽는다. 생산이 죽으면 경기도 죽는다. 수요가 없으니 당연히 공급이 없을 수밖에….




햇빛 쨍쨍한 노상에서 기껏 파라솔 우산 하나 세워놓고 쪼그려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을 상대로 하루 종일 보따리 물건을 팔아봤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 것이 뻔한 행상들이 강남의 아파트값이 한달에 1억 올랐네 한평에 수천만원 하네 하는 말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6년 09월14일 15시04분. 




피플코리아 홈으로 바로가기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
 


 

 

 



[ 김명수기자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sshss2927@hanmail.net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 피플코리아(www.peoplekorea.co.kr) - copyright ⓒ 피플코리아.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 많이본기사
  • 화제의 뉴스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더보기
도봉산에 핀 산국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 피플코리아(peoplekorea.co.kr) | 서울시 정기간행물 등록: 서울특별시 아 01152호
    서울특별시 강서로 초원로 14길 1-6 나동 201호  | 대표전화 : 02-363-5521
    등록일: 2010년 2월 22일 Copyright ⓒ 2009 피플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대표 겸 발행인 : 이부영 | 편집국장: 장민
    피플코리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