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8.06.12:33 |

[세상 엿보기] (105)  ‘무심천 할아버지’의 기구한 사연




SBS가 지난 7월 27일(목) 방영한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무심천 할아버지’ 편은 충청북도 청주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무심천 다리 밑에 사는 할아버지를 다룬 내용이었다.




길거리에 방치된 노숙자나 다름없는 남루한 옷차림, 길게 자라 제멋대로 헝클어진 턱수염, 연필조차 쥐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떨리는 왼손에 실어증까지… TV 속에 비친 할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도 비참했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다리 밑에 잠자리로 보이는 비닐천막과 초라하기 짝이 없는 살림살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쌓아 올린 수십 개의 돌탑과 정체모를 글귀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 자세히 보니 모두 부모와 관련된 글로 할아버지의 응어리진 사연을 말해주는 듯 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무심천에서 홀홀단신 고립되어 외롭게 지내는 할아버지는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SBS 취재팀은 무심천 할아버지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지난겨울, 다리 밑에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현장은 흔적만 남아있을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늦은 시각까지 기다렸지만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총 4명의 PD가 할아버지의 행방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끝내 알 수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후 올 여름 수해 때문에 할아버지가 피해를 입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PD가 무심천을 다시 찾았을 때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토록 애타게 찾던 할아버지는 그곳에 그대로 계셨지만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가족을 만나 할아버지의 사연을 들으니 할아버지는 10여 년 전 가족들과 헤어져 살게 되면서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리게 되었고 그 사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할아버지는 종종 자신을 찾아와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는 동네 꼬마 아이들이 너무도 고맙다.




취재팀은 할아버지와 필담을 나누며 기구한 사연을 조금씩 듣게 된다. 필담을 나누던 중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감정이 북받친 할아버지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갑자기 일어나 물속으로 뛰어가 큰 소리로 흐느끼며 한참을 울었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어머니의 산소라도 자주 찾기 위해서 산소와 가까운 무심천에 나와 혼자 살고 있다는 할아버지의 효심에 가슴이 뭉클했다.




무심천 할아버지가 왼 손을 못 쓰는 중증 장애인이 된 것도 다름아닌 어머니 산소를 다녀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그 후유증이라고 한다. 




무심천 할아버지의 사연을 보면서 소외된 이웃들에 너무도 비정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사람의 정이 사무치게 그리운 할아버지에게 어른들의 무관심과는 달리 유일하게 종종 찾아와 친구가 되어주는 아이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희망의 싹을 보는 것 같아 다소나마 위안을 가져본다.




무심천 할아버지의 남은여생이라도 그동안 떨어졌던 가족들과 함께 오순도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6년 07월28일 12시38분. 




피플코리아 홈으로 바로가기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
 


 

 

 
[ 김명수기자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sshss2927@hanmail.net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 피플코리아(www.peoplekorea.co.kr) - copyright ⓒ 피플코리아.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 많이본기사
  • 화제의 뉴스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더보기
도봉산에 핀 산국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 피플코리아(peoplekorea.co.kr) | 서울시 정기간행물 등록: 서울특별시 아 01152호
    서울특별시 강서로 초원로 14길 1-6 나동 201호  | 대표전화 : 02-363-5521
    등록일: 2010년 2월 22일 Copyright ⓒ 2009 피플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대표 겸 발행인 : 이부영 | 편집국장: 장민
    피플코리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