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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59) 노가다판의 귀족들
2007/07/26 00:00
입력 조회수 : 1,078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59) 노가다판의 귀족들
2004년 03월26일
도로 공사판에서 일하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보고 만났다. 십중 팔구는 도로공사 관계자들이다. 그들 중에는 고분 고분 시키는 일만 하는 잡부가 있는가 하면 잡부를 관리하는 관리자도 있다. 그런가 하면 공사 원청 하청 재하청 업체 담당자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도로공사 구간을 지나가는 가스관을 옮겨 매설하는 작업을 맡은 가스공사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람은 북적 거리는데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땀냄새 흙냄새가 물씬 나는 진짜 작업복이 있는가 하면 삽자루를 들지 않고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깨끗한 작업복 차림이 있다.
조금만 일을 해도 흙먼지 땀 범벅으로 기름쟁이 꼴이 되는 도로공사판에서 깨끗한 작업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런 사람들을 빗대어 노가다 판의 귀족 또는 하이바라고 부른다. 관리자 아니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일 것이다.
허리가 아프도록 열심히 일하다가도 공사현장을 우루루 몰려 다니는 귀족들을 보면 일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누구는 뼈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누구는 뒷짐지고 폼만 잡고 있는 자체가 영 못 마땅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장면. 요즘 며칠 동안 흙먼지가 수북하게 찌들어 숨만 쉬면 코로 입으로 귀로 들어가는 폐쇄 도로 중앙 분리대 가드레일을 뜯어내면서 노가다판 막노동꾼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도로공사판에서 같은 막노동을 하지만 그가 돈을 버는 곳은 정작 다른 곳에 있다. 막노동을 하다가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오면 다음날은 막노동판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사람이다. 막노동판에서 일하다 걸려온 전화는 바로 부동산 매물 거래를 의뢰받는 전화다.
막노동으로 버는 하루 일당은 기껏 몇 만원이지만 부동산 매물을 처리해주고 받는 대금은 몇 백만원 아니 몇 천만원이다.
하루벌어 하루 사는 진짜 막노동꾼들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사람들이다.
좌 우회도로 입구에서 플라스틱 봉을 들고 교통 안내를 하는 사람도 있다.
먼지를 뒤집어 쓴채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면서 힘들게 가드레일을 뜯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주머니에 두손을 집어 넣고 현장을 어슬렁 거리는 할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노가다판 어디를 가더라도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노는 사람 따로 있다는 친구의 말에 이해가 간다.
일당도 천차만별이다. 특별한 기술없이 관리자가 시키는 일만 하는 노가다 판의 영원한 하수 잡부(보통 인부)는 고작 몇 만원인 반면에 대형 가스관 매설 작업을 맡은 사람은 30만원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작업복 속에 가려진 노가다 판의 다양한 얼굴들을 보면서 이 곳이야말로 땀 냄새 돈 냄새 나는 인생들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도저히 견딜수 없도록 허리가 아파 이러다가는 큰일 나지 싶어 약국에 달려가 근육이완제를 사와 복용하고 있다.
차에 받히기라도 하면 오히려 차가 부서질 정도로 단단하고 무거운 중앙 분리대 철판을 친구와 둘이서 이틀째 들어 옮기다 보니 아픈 허리가 단단하게 탈이 난 것이다.
더 이상 아프면 안되는데... 몸바쳐 일한 대가로 받는 일당보다 병원비가 더 나가면 안 되는데...
오늘은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단단하게 마음먹고 정육점에서 얼린 삼겹살을 사와 트럭 뒤 짐칸에서 휴대용 가스렌지에 구워 먹었다. 친구도 나도 오랜 만에 기름기가 뱃속에 들어가니 배가 놀라 꿈틀거린다.
해질 무렵 찬 바람 솔솔 부는 트럭 짐칸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상추도 파묻힘도 없이 마늘 하나 덜렁 놓고 흙묻은 손으로 삼겹살을 덥석덥석 집어서 불판에 구워 먹는 맛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지금 시간은 새벽 두시 반.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어서 그런지 밤을 꼬박 새워도 정신이 맑고 기운이 솟는 기분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삼겹살 든든하게 먹은 오늘만 같아라. 하하하.
내일 아니 오늘의 노가다를 위해서 한두시간이라도 잠을 자야겠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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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5년 07월03일 11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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