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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30) 시한부 소년시인 김민식 (2)
2007/06/06 00:00
입력 조회수 : 1,061
2000년 04월12일 피플코리아(
www.pkorea.co.kr
)에 소개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시한부 소년시인 김민식군.
피플코리아 클릭이사람 4번 시한부소년시인 김민식 바로가기
당시 18살로 충청도 칠갑산 자락의 오지마을 방구석에 틀어박혀 불치병과 싸우며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좌절하지 않고 줄기차게 시를 써온 민식 군은 이제 23살 청년이 되었다.
2005년1월17일 오후 3시. 이제 겨우 점심나절이 조금 지난 이른 시간이건만 병풍을 켜켜이 둘러친 듯 사방이 온통 산으로 가려져 트인 곳이라곤 오직 손바닥만한 하늘만 빼꼼한 민식이네 동네는 벌써 해가 서산마루에 걸렸다.
민식이는 충남에서도 가장 산세가 험한 오지 마을로 소문난 청양군 장평면 도림리 칠갑산 자락의 허름한 집 방안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온 종일 누워 지내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산야를 바람처럼 냅다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가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민식이를 괴롭히는 병은 이름조차 생소한 ‘근디스트로피’로 그중에서도 가장 악성이다. 서너 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점점 근육이 소멸·마비되면서 보통 20세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는 무서운 병으로 아직까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치료법이 없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영혼으로 채워나가는 아름다운 삶을 노래한 첫 시집을 펴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냈던 18살 소년시인은 어느새 5년 세월이 흘러 23살 청년 시인으로 변했건만 정작 민식이의 몸은 더욱 야위어져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먹을 것이 없어 헐벗고 굶주린 아프리카 기아 난민처럼 앙상하게 뼈와 가죽만 남은 민식이.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민식이에게 시는 인생의 전부이다. 민식이는 몸이 아파 누워 지내면서 줄기차게 시를 써왔다. 그러나 갈수록 근육이 마비되어 이제는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정신은 팔팔하고 건장한 23살 열혈 청년이지만 몸은 더욱 쇠잔해져 갓난아이보다도 더 힘이 없다. 엄마 품에 안겨 젖 먹던 힘마저 스멀스멀 다 빠져 나가 이제는 눈앞에 놓인 전화벨이 울려대도 전화를 받을 수 없는 민식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키가 자라고 덩치가 불어나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해를 더해 갈수록 기운이 빠지고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세상을 거꾸로 사는 민식이에게 대문 밖은 이역만리 타향 땅과 다름없는 미지의 세상이다. 하지만 민식이는 그런 역경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민식이는 컴퓨터와 시를 통해서 끊임없이 세상 사람들과 교류하고 훨훨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만난다.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지만 그런 민식이가 누워 있는 집에는 그를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언제나 북적 거린다.
멸종위기에 처한 신비의 태삼(太蔘) 토종선인장을 대량재배하고 있는 활인촌 배대진 촌장(61)도 그 중의 한 명이다. 배 촌장은 천안 아산 예산의 5만여 평 농장에서 태삼을 대량 재배하는 건강연구가로 민식이 병을 고쳐보려고 헌신적 노력을 해온 분이다. 8년째 한 달에 몇 번씩 직접 차를 몰고 민식이를 찾아와 음식을 먹여 주고 품안의 자식처럼 애지중지 안고 다니면서 민식이를 챙겨주는 고마운 분이다.
또 한명 정산현대의원 임 재순 원장(45)도 5년째 민식이를 위해 헌신적 진료를 해오고 있다. 용하다는 소문이 퍼져 진찰을 받으려고 몰려드는 환자들로 항상 바쁜 틈에도 한 달에 어김없이 두 세 번씩 민식이를 찾아와 진찰하고 혈압을 재주고 간다.
인근마을 벌터가 고향으로 지금은 대전에서 회사에 다니는 김상겸(30) 형도 민식이를 끔찍하게 아껴주는 사람이다.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통학길에 오다가다 민식이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먼 길 걷기 힘들다면서 두 손으로 번쩍 안아 올려 오토바이로 태워다주기도 많이 한 형이다.
시간 날 때마다 먹을 것을 한 보따리 사가지고 찾아오던 상겸이 형은 군대 갔다 제대하자마자 피자를 사가지고 민식이를 찾아왔다.
집에서 가까운 장터 정산에도 피자가 있지만 그곳 피자는 맛이 없다면서 멀리 공주까지 민식이를 데리고 가서 쫄깃쫄깃 갓 구워낸 피자를 사 먹이고 온 적도 있다.
또 한 분 민식이네 동네에서 2Km쯤 떨어진 칠갑산 중턱에 사는 할머니(83)도 하루에 너 댓 번 씩 내려와 민식이를 보고 간다.
객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장성한 자식들이 어머니 드시라고 맛있는 것을 가져오면 아들딸 8남매인 이 할머니는 그것을 당신 입에 넣지 않고 바리바리 도로 챙겨서 민식이 먹으라고 단 걸음에 가지고 온다.
서울 장 준(33) 형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민식이에게 잘해준다. 서울 답십리에서 ‘아이들 세상’이라는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는 준이 형은 5년째 1년에 몇 번씩 민식이를 찾아와 같이 놀아주고 간다. 마음이 착한 준이 형에게 하늘이 복을 듬뿍 내려 주신 걸까.
국내 경기가 극심한 불황이라 여기저기서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유독 준이 형이 운영하는 가게는 성황을 이룬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준이 형은 가게를 차리면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한 달에 100만원 십일조를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
착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준이형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준이 형이 가게를 오픈할 때만 해도 10개가 넘던 주변의 아동복 가게들은 장사가 안 되어 하나하나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면서 착실하고 심성이 곧은 준이 형이 운영하는 가게는 날이 갈수록 손님이 늘어 이제는 한 달에 100만원 십일조를 낼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다.
민식이가 유달리 좋아하는 준이 형은 대학생시절에 처음 민식이를 찾아왔다. 방송에 나오는 민식이를 보고 민식이를 찾아 나섰으나 중도에 몸이 아파 포기하고 집에 돌아갔다가 두 번째 시도 끝에 민식이를 만났다.
준이 형은 이후 직장잡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계속 서울에서 그 먼 시골 칠갑산 마을까지 민식이를 줄기차게 찾아온다.
결혼하고 한동안 오지 못했다면서 얼마 전에도 아내와 함께 갓난 아들까지 데리고 와서 민식이와 할머니에게 가족을 소개 시켜주기도 했다. 준이 형은 올 때마다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민식이를 번쩍 안고 나가서 목욕시키고 맛있는 것 사와서 연신 먹여주는 등 지극정성이다.
민식이는 그동안 방송도 많이 탔다. 민식이의 쾌유를 기원하는 아름다운 천사들의 성금도 봇물을 이뤘다. 10만원, 5만원, 2만원, 1만원. 비록 크지 않은 돈이지만 억만금보다 더 가치있는 돈이다.
몇 년째 무기명 입금을 해오다가 더 이상 어려워 앞으로는 송금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민식이에게 전화를 걸어와 미안하다고 눈물을 펑펑 쏟은 천사 아주머니도 있다.
똑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공주 최민홍(23)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 통화를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민식이가 한 살 많아 형이다.
청양 컴퓨터대리점 사장인 복권승 아저씨도 컴퓨터를 기증하고 직접 집에까지 가지고 와서 설치해주고 수리해주는 민식이의 든든한 후원자다. 스스로는 문밖으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민식이에게 컴퓨터는 단절된 세상 밖으로 통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복권승 아저씨는 컴퓨터와 비디오를 모두 무료로 대주고 고장 났다고 전화만 하면 한밤중이라도 금방 달려와서 요술방망이처럼 뚝딱 수리해준다.
배대진 촌장은 어느 날 우연히 방송 채널을 돌렸는데 그때 마침 공교롭게도 민식이가 소개된 내용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배 촌장은 TV 화면을 통해 민식이를 보는 순간 저 아이를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방송 끄트머리만 듣고 무작정 민식이를 찾아 나섰으나 날이 저물어 첫날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다시 백방으로 수소문 끝에 찾아와 극적으로 만났다. 배 촌장은 돈으로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귀하디귀한 백사, 산삼, 불로초를 민식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전해주고 태삼 선인장을 갈아 마시라고 믹서기까지 줬다.
어디 그뿐인가. 민식이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차에 태워 자기 집에 데리고 가 민식이를 안고 업고 다니며 구경시키고 일류호텔에서 재우고 먹이고 보살펴 줬다.
또한 청양군 장평면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씩 목욕차로 모든 장비를 싣고 와서 민식이를 목욕시켜 준다.
민식이는 94년 공주 소망의 집에서 만나 알게 된 권 선희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민식이가 소망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선희 누나는 대학교 1학년으로 자원봉사를 나왔었다.
하루는 권 선희 선생님이 민식이에게 온 편지와 민식이가 쓴 시 수십 장을 달라고 해서 가지고 갔다. 그리고는 훼손되지 않게 보관해 놓고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예쁘게 양면 코팅해서 가지고 왔다. 어린이날에는 아름다운 꽃을 한 다발 사가지고 와 민식이 품에 안겨줘 감수성 넘치는 민식이를 감격시켰다.
민식이가 15살 때쯤으로 기억된다. 민식이 아버지는 소망의 집 원장님으로부터 민식이가 집에서 혼자 누워 지내면서 외롭게 투병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병명은 다르지만 공주 소망의 집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민식이 아버지는 민식이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식이를 소망의 집에 데려다주기로 마음먹었다.
민식이 아빠는 민식이를 깨끗하게 목욕 시켜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집을 나섰다. 민식이 아빠는 집을 떠나 생활해 본적이 한 번도 없는 민식이가 소망의 집에서 과연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병상련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몸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한 가닥 위안을 삼으며 민식이를 소망의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는데 집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민식이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 형식이가 우리 ‘민식이 형아’ 당장 데려오라면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고불고 땅바닥에 벌렁 누워 데굴데굴 구르고 난리가 난 것이다.
안 그래도 마음이 착잡하여 일손이 안 잡히던 민식이 아버지는 13살짜리 동생이 밥도 안 먹고 울부짖으면서 형아를 찾는 바람에 날이 새자마자 다시 공주로 달려가 소망의 집에 맡겼던 민식이를 하루만에 데리고 왔다.
다리가 불편한 민식이가 밖에 나가고 싶어 하면 형을 업고 다니면서 형의 다리가 되어준 동생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두 살이나 더 먹은 형을 업고 다니는 고생을 감수하면서도 어린 마음에 혈육의 정이 듬뿍 들었던 모양이다.
5년 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어머니 대신 민식이를 챙겨주는 사람은 79세 할머니. 만성 관절염과 허리 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부엌살림을 떠맡게 된 할머니는 민식이의 얼굴을 세수 시켜 주고 식사는 물론 대소변도 일일이 받아준다. 79세 할머니 환자가 당신 몸 부서지는 줄 모르고 23세 손자 환자를 돌봐주는 셈이다.
좁은 방안에 누워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인터넷을 통해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민식이는 오늘도 좋아하는 시를 쓰고 있다.
민식이는 이제 병, 죽음에 신경 안 쓴다. 시간만 빼앗기는 그런 생각 대신에 시를 쓰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민식이는 시를 쓰는 차원을 넘어 또 하나의 안 해 본 일, 작곡에 도전을 했다.
서울사장님으로 불리는 서수택 아저씨는 민식이를 자주 찾아와 돈을 듬뿍 주고 간다. 또 배광수 서울 사장님도 일 년에 몇 번씩 민식이를 보러 와서 100만원, 50만원씩 돈을 준다.
배광수 아저씨는 몸이 생선가시처럼 마르고 팔다리가 제각각 뒤틀려 옷을 입고 벗기가 불편한 민식이를 위해 옷까지 특별히 맞춰가지고 오기도 했다. 한번은 민식이를 만나러 왔다가 민식이 아빠를 보더니 민식이 아빠 눈이 빨갛다면서 아무래도 이상 있지 싶으니 빨리 병원가서 진찰 한번 받으라면서 거금 50만원을 주고 가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돈돈 하면서 돈 없으면 죽는다고 아우성을 쳐대는 이 각박한 세상에 저들은 도대체 민식이와 아무런 인연도 없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큰돈을 척척 내놓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날리면서 갈까.
민홍이는 민식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동병상련의 친구이자 피를 나눈 형제이상으로 절친한 동생.
민홍이와는 97년 7월 처음 만나 아픈 몸으로 서로를 배려하면서 세상사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아 깍듯이 형 대접을 받고 있는 민식이는 같은 병을 앓고 이름도 비슷한 동생 민홍이를 위한 노래도 만들어줬다.
이제 그만 남들처럼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두발로 땅을 딛고 걸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민식이와 민홍이는 서로를 위해 또한 자신을 위해 서로 기도했고 지금도 기도하고 앞으로도 죽는 날 까지 기도할 것이다.
민식이가 좋아하는 이효심 누나. 효심이 누나가 오면 반가워 얼굴이 빨개지는 민식이. 웃음으로 수줍음을 감춰보려 하지만 쑥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죽을 날을 미리 예측해놓고 날짜를 거꾸로 세어나가는 시한부 인생. 아무리 밝게 웃는 민식이지만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민식이는 시를 쓰면서 살아온 지난 세월이 더없이 소중하다. 하루는 공주 소망의 집에서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자원봉사 형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좋아서 햇살처럼 얼굴이 활짝 핀 민식이와 민홍이는 그날 스티카 사진도 찍었다.
노랑, 파랑 머리 가발에 검은 선글라스 안경으로 한껏 멋을 낸 민식이와 민홍이는 진한 우정을 과시하며 사진을 찍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들의 익살스런 표정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잘나온 사진을 서로의 가슴에 달아주는 민식이와 민홍이는 이날의 추억을 영원히 가슴에 새기기로 했다.
일당 4만원. 민식이 아버지는 막노동 인부로 일하고 있다. 그나마도 일거리가 거의 없어 걱정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아들걱정보다 더 큰 걱정은 없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 심정이 가슴이 찢어지도록 괴롭기만 하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민식이는 눈에 보이는 것이면 뭐든지 가슴에 담아 놓는다. 민식이의 머리는 지난 세월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차곡차곡 앨범처럼 들어차 있다. 민식이의 마음은 어느새 세월을 거꾸로 돌려 몇 년전 시절로 돌아가 있다.
초콜릿을 주는 대학생 누나 이 효심. 민식이가 보는 효심이 누나는 천사다. 효심이 누나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이라면서 자기 한번 먹고 민식이 한번 먹여 주는 모습이 정겹고 다정스럽기만 하다. 머리맡에 앉아 귓속 파내주고 정성스레 손톱을 깎아주는 효심이 누나가 좋다.
효심이 누나는 민식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대문을 나섰다. 산속으로 꾸불꾸불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휠체어를 밀고 가는 효심이 누나. 민식이의 얼굴이 환해진다.
휠체어를 밀면서 누나는 많은 말을 했다. 그리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내 놓았다. 중국에 유학을 가면 당분간 못 볼 것 같다는 누나 말에 민식이는 빙그레 웃으면서도 힘이 빠진다. 누나가 밀어준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한 그날을 민식이는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래봤자 한 살 많은 누나다. 효심이 누나는 남동생이 없다. 그래서 누나라고 불러주는 민식이를 동생처럼 아껴주는지도 모른다.
민식이가 좋아하는 천사 효심이 누나가 떠났다. 민식이는 천사 누나가 이대로 아주 떠나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문뜩 걱정이 된다.
민식이의 불안한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효심이 누나가 편지를 보내왔다. 민식이도 기분이 좋아 누나에게 편지를 썼다. 추신에 좋아한다는 말도 적어 넣었다.
한번은 ‘메기병장’ 이상운 아저씨가 민식이를 찾아왔다. 98년 가을 방송 촬영을 나온 이상운 아저씨는 휠체어를 끌고 미당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민식이는 감회에 젖는다. 7년 만에 돌아온 운동장. 아이들이 가을 운동회 준비로 마침 태권도를 하고 있다.
또 한번은 김용만 아저씨가 ‘칭찬합시다’ 코너 MC로 촬영팀과 함께 민식이를 찾아왔다. 민식이의 글을 읽고 용기와 힘을 얻게 되어 민식이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동안 민식이가 쓴 시는 모두 1천여편. 그 중에서 100편을 골라 ‘삶은 사는 것 만큼 행복하고 아름답다’, ‘사는 날 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 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한때 민식이가 낸 시집은 교보문고와 종로서적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집을 내고 방송을 타면서 갑자기 편지가 밀려들었다. 한 해외교포는 민식이가 빨리 낫기를 기원한다면서 산삼을 보내오기도 했다.
가수 핑클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던 민식이는 핑클 누나들의 사인이 든 사진 선물도 받고 음성 메시지도 받았다. 민식이는 지금도 가끔씩 민식이의 쾌유를 비는 음성 메시지가 담긴 비디오와 핑클의 사진을 보면서 감상에 젖곤 한다.
누워서 꼼짝을 못하는 민식이는 그가 사랑하는 시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용기가 되어 준다.
철희(가명)형도 민식이와 수시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다. 철희 형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 민식이의 시집을 보았다. 읽어보니 뜻밖에 저자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김민식 시인이었다. 시집을 펼쳐들고 시를 읽는 순간 머리를 철퇴로 세게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죽어가는 몸으로도 저토록 세상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용기가 되어주는 민식이를 보면서 사지가 멀쩡한 몸으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철창안에 갇혀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철희 형은 민식이에게 편지를 썼다.
세상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민식이야말로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정신만은 진정 건강한 사람이라면서 자신의 인생의 교훈이 돼줘서 너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철희 형은 그날 이후로 민식이와 자주 편지를 나누었다. 그리고 민식이를 만나면서부터 세상을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다.
민식이가 가장 좋아하는 동생 민홍이가 집에 왔다. 민홍이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못 걷기 시작했다.
친구들 앞에서 넘어지는 것이 싫었고 어머니 앞에서 걷지 못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는 민홍이는 지금 민식이와 똑같이 걷지 못하고 방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민식이와 민홍이는 97년 7월 소망의 집에서 주선한 제주도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났다. 제주도 소망의 집 여름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비행기 옆자리에 앉게 되어 서로 얘기하다 친해졌다.
서울에 사는 박 종호(26)형도 민식이를 자주 찾아온다. 경민대 사진과를 졸업한 종호 형은 사진을 잘 찍는다. 민식이가 좋아하는 장 준 형의 같은 대학 같은 학과 후배다.
부산에 사는 장보석 누나를 민식이는 잊지 못한다. 보석 누나는 어느 날 불쑥 민식이를 찾아왔다. 민식이가 나오는 방송, 시집, 신문 등을 보고 연락처를 알았다면서 민식이 집에 전화를 걸어 어렵게 찾아온 것이다.
민식이를 찾아온 보석 누나는 부산에서 목회자로 계시는 목사님의 외동딸로 오빠가 세 명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만 낳다가 딸을 낳고 너무 기뻐서 이름을 아예 보석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얼마나 딸이 예쁘고 좋았으면 이름을 보석이라고 지었을까.
번쩍 번쩍 빛나는 다이아몬드 보석만큼이나 아름답고 예쁜 보석 누나는 목사님의 딸이라서 그런지 마음씨 또한 비단결같이 곱고 착하기 그지없다.
보석 누나는 할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용케도 찾아와 민식이 앞에 나타났다. 민식이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집까지 7km나 되는 먼 길을 혼자 걸어서 왔다는 보석 누나가 너무 너무 고마웠다.
보석 누나는 컴퓨터로 시를 쓴다는 민식이를 위해 요긴하게 쓰라면서 집을 나설 때 어머니께서 건네준 천금 같은 돈 7만원으로 디스켓 한통과 과자 등 선물을 듬뿍 사가지고 산타가 되어 나타났다.
보석 누나는 그날 민식이 방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밤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민식이와 보석 누나를 지켜보는 할머니의 얼굴에도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이튿날 보석 누나는 또다시 그 먼 길을 걸어서 갔다. 민식이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로 차부까지 태워다주겠다는 것도 할아버지를 고생시킬 수는 없다면서 한사코 마다하고 혼자 떠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민식이가 훨훨 자리에서 일어나 예쁜 보석 누나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가고 싶었지만 마음뿐....
민식이를 만난 지 몇 달 후 보석 누나는 민식이에게 멋진 부채를 택배로 보내왔다. 그냥 부채가 아니라 대나무로 만든 합죽선이라고 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예술가의 시와 그림이 새겨져 있는 그 자체로 한 폭의 예술작품이다. 500만원을 호가한다는 그 비싼 합죽선을 보석 누나는 사랑의 정이 듬뿍 담긴 편지와 함께 택배로 보내왔다.
민식이는 누나가 사랑하는 남자가 민식이에게 주라면서 특별히 사주었다는 내용을 접하고는 가슴이 찡했다. 보석 누나는 민식이가 보고 싶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못 가는 대신 합죽선을 선물로 보낸다고 했다. 이 합죽선은 더울 때 부치는 부채가 아니니 장식품으로 기념액자를 만들어서 보관하라면서 보내온 특별한 선물이다.
민식이와 헤어진 누나는 그 후 전화를 걸어왔다. 합죽선을 사준 바로 그 형과 결혼을 해서 딸을 낳고 살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민식이를 찾아갈 수가 없다면서 아쉬워하는 누나 목소리를 들으니 민식이는 누나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서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뭉클했다.
보석 누나. 누나는 민식이를 찾아와 위로 해주고, 목사인 아버지는 민식이를 위해 기도해주고, 목사 사모님인 엄마는 민식이가 요긴하게 쓸 수 있도록 큰 사랑이 담긴 현금 7만원을 건네주고, 누나가 사랑하는 남편은 민식이를 위한 특별한 선물로 500만원이나 되는 합죽선을 선뜻 사주고....
각박하고 메마르기 짝이 없는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훈훈한 사랑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 가족의 뜨거운 이웃 사랑의 하모니가 얼음장보다도 차가운 한겨울 맹추위를 훈훈하게 녹이고도 남는다. 민식이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먹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민식이는 류시화, 이해인, 윤동주의 시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이해인수녀의 친구, 윤동주의 서시를 특히 좋아한다. 노래는 다 좋아하지만 요즘에는 CCM 찬양노래를 좋아한다.
인터넷으로 만나 친해진 형이 있다. 아바타도 사주고 사운드카드, 그래픽 카드에 램까지 사준 안 희창 형으로 지금도 온라인상으로 교신하고 전화도 자주 주고받는다.
효심이 누나는 지금 중국 유학중이다. 딱 3년만 중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온다고 했으니 예정대로라면 올해 4월쯤 다시 누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나가 돌아온다는 4월이 되려면 아직도 두 달이나 남았다. 민식이는 벌써부터 누나가 기다려진다. 그만큼 마음속으로 누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민식이는 소망의 집에서 자원봉사로 일일 찻집을 벌이고 있는 효심이 누나를 처음 봤다. 그때 민식이는 19살이고 효심이 누나는 대학교 1학년으로 20살.
민식이는 지금 손에 힘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한다. 편지가 와도 답장을 할 수가 없다. 타이핑을 못 치니까 답장을 할 수 없어 마음만 안타까울 뿐이다.
민식이는 1999년 5월16일 청양군 대표로 참가한 제 12회 전국장애인 종합예술제에서 큰 상을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 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노동부, 교육부, 한국방송공사, 경제5단체가 공동 후원하는 전국장애인 종합예술제에서 글짓기부문에 입상한 덕분에 청양군 장애인 회장님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데리고 가 서울 구경도 했다.
MBC 칭찬합시다 특집 촬영을 나왔을 때 에피소드 하나. 마을 회관 앞에 놓인 다리 폭이 좁아 대형 촬영 버스가 더 이상 못 들어와서 장비, 선물 숨은 그림을 방송 촬영 스텝들이 손으로 들고 민식이네 집으로 왔다.
민식이는 요즘 나오는 최신 노래를 다 좋아한다. 신화, 동방신기, 슈가, 김종국, 김범수, 보아, 임재범, 박효신 노래 등 모두 좋아하지만 댄스가수보다 발라드 가수를 더 좋아한다.
요즘은 CCM 노래를 많이 듣는다면서 그중에서도 특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좋아한다.
20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다는 말을 11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살아온 민식이. 하지만 민식이는 지금 그 20살을 넘기고 23살이 되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 사랑이 민식이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불치병을 녹인 셈이다. 몸이 불편한 민식이는 죽어가면서 쓰는 시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세상 사람들은 그런 민식이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세상.
민식이는 사는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겠노라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저 밝은 미소. 햇살 같아라. 이 세상 그 어느 누가 민식이처럼 저토록 해맑고 건강한 미소를 날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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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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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13일 21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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