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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42) 산에 차광막을 씌우며
2007/04/18 00:00
입력 조회수 : 854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42) 산에 차광막을 씌우며
2004년 03월 09일
오늘 아침은 실내 포장마차 광주식당에서 먹었다. 지금까지 줄곧 함바식당 풍림에서 아침을 먹다가 광주식당으로 옮긴 첫날이다.
아침을 먹다보니 삼공개발 문소장이 들어온다. 풍림 식당 주인이 어제 술을 마셔 아침 식사를 안해 준다며 투덜 거린다.
세상에 참 이런 일이... 풍림에서 대놓고 아침을 먹는 인부들은 아침을 굶으란 말인가. 현장 인부들이 아침을 먹으러 갔다가 풍림 식당 문을 열지 않은 바람에 밥도 못 먹고 아줌씨가 오길 기다리며 밖에서 덜덜 떨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전날 밤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아침밥을 안 해주는 함바식당이라면 문제가 있다. 나 역시 오늘 풍림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더라면 그 꼴을 당했을텐데 광주식당으로 옮긴 것이 백번 잘했다
오늘은 산에 차광막을 씌우는 임무를 맡았다. 도로 공사장 경사로(날개) 부분에 차광막을 씌워 낙석이나 흙더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다.
우선 차광막을 펼치고 그 위를 고정시킬 핀으로 사용하기 위해 길이 40cm 이하 철근 기리빠시(짜투리)를 모아 기억(ㄱ)자로 구부려 차에 실었다. 어제 자른 철근은 모두 창고에 옮겨놓았다.
그보다 먼저 할일이 생겼다. 종점부(공사구간 끝점)폐기물을 치우라고 해서 가보니 폐드럼통이 여러개나 파손되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승용차 앞범퍼 조각도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교통사고가 난 모양이다. 누군가 술에 취해 차를 몰고 가다 폐드럼통을 받는 사고를 낸 것이다.
폐드럼통을 연결한 꼬마전구 전선도 끊어져 있었다. 도로에 설치한 폐드럼통과 꼬마전구 전선을 다시 연결하고 땅에 흩어진 폐드럼통은 모두 모아 트럭에 실었다.
그리고 공사현장에서 나온 폐기물 주름 PVC관과 폐타이어 역시 모두 모아 트럭에 싣고 택지 3백만평을 개발한다는 동백지구 공사장내 폐기물 하치장에 갔다 버렸다.
그리고 나서 오늘 들어온 차광막 3뭉치를 가지고 종점부 경사로 현장으로 갔다. 가서 보니 또 급한 일이 생겼다.
며칠 전에 설치한 하수도 파이프가 막혀 물이 안 빠지는 것이다. 이미 하수도관 위로 도로를 다지는 공사가 끝났으니 길이가 30미터나 되는 하수도관이 막혔으면 큰일이다. 하수도관 입구를 보니 물이 안 빠지고 저수지처럼 고여 있다.
다시 물이 빠지는 끝부분으로 가서 굵은 철사를 하수도관으로 집어넣어 보았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친구 흥기가 산으로 올라가 기다란 나무 막대기를 두개 만들어온다.
우선 작은 막대기로 하수도관에 집어넣었다 뺐다를 계속했다. 역시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았다. 친구는 길이가 기다란 막대기로 다시 시도를 해보았다.
넣다 뺐다를 반복하다 보니 물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더욱 힘을 가해 계속하니 막힌 물이 확 터져 쏟아져 나온다. 하수도가 뚫린 것이다.
하수도관이 뚫리면서 30미터나 되는 하수도관 안에 꽉차 있던 모래가 흐르는 물살에 휩쓸려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다.
흙탕물이 퀄퀄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완전 물난리가 난 것 같다. 친구 흥기와 둘이 삽으로 쏟아져 나오는 모래를 계속 퍼내도 계속 쌓인다. 잠시만 안 퍼내면 모래가 쌓여 하수도관 입구가 금방 막혀 버린다.
퍼내도 퍼내도 계속 쌓이는 모래. 처치 곤란이다. 물이 흐를 때 모래가 많이 섞여 나오는 이유는 배수로 바닥이 마사토(부서지는 돌)이기 때문이다.
삽으로 퍼내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다. 모래가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방법은 포크레인으로 하수도관 끝에서부터 물이 흐르는 배수로 밑부분을 더 파내는 방법밖에 없다.
하수도 관이 막혔으면 큰일인데 친구가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시원하게 뚫었으니 천만 다행이다.
이제는 오늘의 메인이벤트인 차광막 씌우기. 차광막을 씌우기 위해 차광막을 둘러메고 산에 올라갔다.
경사로가 너무 심해 차광막을 씌우려면 고생깨나 할 것 같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무는 완수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차광막을 펼치니 길이가 자그마치 50미터나 된다. 경사로에서 작업을 하는 친구 흥기의 안전 구명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우선 큰 나무에 밧줄을 걸어 아래로 길게 늘어뜨렸다.
구명줄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미끄러운 나일론 줄이라 불안하긴 해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행여 줄을 잡은 손이 미끄러져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지만 워낙 노가다 판에서 잔뼈가 굵어 이런 일을 해본 경험이 많은 친구라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우선 위에서 차광막을 펴놓고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채 일정한 간격으로 철근을 땅에 박아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밑부분을 다시 고정 시켰다.
차광막을 아래로 늘어뜨려 끝나는 부분에서 다른 차광막을 펼쳐 계속 경사로를 덮어 나갔다. 마치 추위에 떨고 있는 겨울산이 안쓰러워 따뜻한 이불을 덮어 주듯이....
급경사진 경사로에서 한손에 밧줄을 잡고 한손에 철근과 망치를 잡고 50미터를 오가면서 차광막을 덮어나가는 친구가 꼭 곡예사처럼 보인다. 줄을 잡았어도 워낙 경사가 심해 제대로 서있지를 못하고 자꾸만 발이 아래로 미끄러진다.
그렇게 곡예를 하듯 줄에 매달린 채 5시간에 걸쳐 두개의 차광막을 쳤다. 오늘의 위험한 작업은 끝이 났지만 차광막을 모두 치려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늘 친구의 실력을 보니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차광막을 치면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백번을 강조해도 그 중요성을 말로는 다 표현 못한다.
급경사로에서 일을 하다 자칫 실수하여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다면 대형사고다. 그토록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몸을 의지할 안전 구명줄 하나 없이 미끄러워 손으로 잡기조차 어려운 나일론 줄로 사용했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노가다 일을 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 허기가 지는지 모르겠다. 빵과 우유로 간식을 때우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모처럼 메뉴가 바뀌었다. 생태찌개. 그런대로 먹을 만 하다.
다음에 산에 차광막을 덮을 때는 안전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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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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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10월11일 11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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