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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41) 철근을 자르다
2007/04/12 00:00
입력 조회수 : 842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41) 철근을 자르다
2004년 03월 08일
새벽 출근이다. 날이 새기가 무섭게 서둘러 서울 집을 나섰다.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10분쯤 걸어 쌍문역에서 전철을 타고 충무로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 양재동에 내려서 좌석버스를 탔다.
차가 많이 밀려 짜증이 날 정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목적지인 용인 삼가동에서 내려 시간을 보니 8시가 넘었다. 8시 30분에 현장 사무실 도착. “앗 뜨거라” 늦어도 한참 늦었다.
친구 흥기가 트럭으로 마중을 나오려다 차가 막혀 꼼짝도 할수 없었단다. 와서 보니 친구는 야적장에서 손 리어카로 눈을 치우고 있다. 나 역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친구와 같이 눈을 치우는 일을 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에 올라왔다.
공사판에 쌓아놓은 철근다발을 보았는가. 어림잡아 어른 손가락 굵기에 1cm 간격으로 띠를 두른 듯한 돌출 마디가 있는 동그스름하고 길이 8M나 되는 기다란 철근 말이다.
철근 다발에서 한가닥 쭉 뽑아내어 들어보니 마음대로 잘 안된다. 직경 13mm 철근을 양쪽 끝에서 둘이 들으니 가운데가 축 늘어져서 땅에 닿는다.
조금 더 굵은 19mm 철근을 두가닥 들으니 무거워서 몸이 휘청 거린다. 균형 잡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다.
더 굵은 32mm 짜리 철근은 한가닥을 두사람이 들기도 어렵다. 32mm는 아니겠지만 그 무거운 철근을 두사람이 몇가닥씩 번쩍 번쩍 들어서 어깨 위에 올려 옮겨 놓는 것을 공사판에서 많이 보았다. 그때는 무심코 보고 넘겼다.
그러나 막상 내가 그 일을 하고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혼자 들기는 불가능하고 두사람이 들어도 철근 자체가 무거운데다가 엿가락처럼 늘어져 땅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양끝을 잡으면 가운데가 늘어지고 그렇다고 가운데 쪽으로 잡으면 양끝이 늘어져 땅에 닿아버린다. 이해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감을 잡겠지만 양끝에서 안쪽으로 적당한 위치에 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바로 그게 기술이다.
철근을 일정한 길이로 자르는 일이 오늘의 임무. 직경 13mm 철근을 15cm 길이(600개)로 잘라내는 작업이다. 또 16mm 철근을 77cm 길이(120개)로 잘라내야 한다.
쉽게 말해 길이 15cm짜리 굵기 13mm 철근 600개와 길이 77cm 짜리 굵기 16mm 철근 120개가 필요하다.
그 굵은 철근을 어떻게 자른다. 그것은 철근을 자르는 기계 카터기가 있다. 철근을 카터기에 대고 핸들을 작동시키면 무우 토막 잘리듯 순식간에 잘라진다.
하지만 철근을 자를수 있게 한사람이 철근을 잡아 주는 것이 문제였다. 위에서 말했듯이 길이가 8m나 되기 때문에 너무 무거워 들고 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한사람은 잡아 주고 한사람은 카터기를 작동시켜 잘라내고...
정확하게 카터기가 잘릴 부분에서 15cm가 되는 지점에 4각 나무목재를 못으로 박아 고정 시켜 놓고 철근 끝을 거기에 댄다. 한사람은 카터기를 작동시켜 잘라내고 또 한사람은 철근을 양손으로 들어서 한도막 한도막 잘려 나갈때마다 다시 안으로 집어 넣어 줘야 한다.
노가다 판에서 힘들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 철근 자르는 이 일 또한 힘이 많이 든다. 자르고 들어서 밀어 올려주는 단순 반복 작업이라 시간이 갈수록 힘이 든다. 목표량을 다 채우니 오늘 하루가 다 갔다.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다.
허기가 진다. 저녁을 먹으러 광주식당에 갔다. 김치찌개를 먹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시간이나 지났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사람 이야기가 나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늘 역시 사람 이야기에 빠져 식당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손님 중에 아파트 경비를 하는 70대 할아버지가 쉬는 날마다 오는데 오면 안주도 없이 소주 한병에 커피 한잔을 시켜서 먹고 간단다. 하루에 커피를 30잔이나 먹는 할아버지.
어떻게 이홉들이 소주 한병을 안주도 하나 안먹고 마실수가 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하루에 커피를 20잔씩 먹는 친구가 있는데 이 할아버지는 30잔을 마신다니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틀에 한번씩 식당에 찾아와서 안주없이 소주만 한병을 마시고 커피한잔 마시고 돈 3천원 딱 내놓고 간다니 그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도대체 어떤 할아버지인가 꼭 보고 말테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함바식당. 친구 흥기는 결국 밤 11시가 넘어서 도저히 배가 고파 못참겠다면서 통닭집에 통닭을 시켜 먹는다. 심야에 배달시켜 먹는 훈제 통닭 맛이 일품이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가는 구나.
새벽녘이 되어서야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잠은 오지 않지만 내일을 위해 눈을 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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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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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10월08일 10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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