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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99) 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삶의 희망
2007/04/11 00:00
입력 조회수 : 854
[세상엿보기] (99) 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삶의 희망
햇빛 따사로운 오후 여의도 공원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63세라는 나이가 어울리지 않게 금방이라도 훌쩍 배낭여행을 떠날 차림이었다.
그의 꿈은 단 두 가지. 자원봉사와 배낭여행이다. 자장면 배달과 공공근로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자원봉사는 멈춤이 없으며 배낭여행의 꿈은 8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97년 여름. 어느 날 갑자기 사이비종교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아내와 불화가 잦아지면서 모든 것이 싫어졌다.
세상과의 인연을 끊으려고 못 마시는 술을 입에 쏟아 붓고 다리 난간 위에서 뛰어내렸지만 약간의 찰과상만 입었을 뿐 멀쩡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 못해 친구가 여행을 제안했다.
‘그래! 기왕 죽더라도, 여행이나 한번 하고 죽자. 외국어도 모르니 오히려 잘됐다. 여행하다가 국제 미아라도 되어 버리자’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배낭을 메기로 작심했다.
그의 해외 배낭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죽고 싶은 마음으로 떠났던 절망의 여행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의 여행으로 바뀐 것이다.
자원봉사를 하고 배낭여행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고 싶어졌다. 유럽여행을 떠났다가 3개월 만에 돌아와서 성당에 등록을 하고 천주교인이 되었으며 양로원이나 지체장애자들이 거주하는 시설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55세부터 63세가 된 지금까지 그는 배낭을 메고 유럽, 아프리카, 일본, 중국, 티벳까지 종횡무진하면서 여행을 했다.
여행하면서 바라본 산하와 사람들은 고집 세고 이기적이고 다혈질인 그를 자원봉사자요 장기기증자로 변화시켰다.
그는 현재 사랑의 손길 자원봉사단과 재난복구 봉사단, 아우름 봉사단을 결성하여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여행은 살 희망이 없는 그를 180도 바꿔 놓았고, 배낭에 60조각 인생을 담아 때로는 공원에서 노숙을 하거나 싸구려 여관에서 쪽잠을 자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돌아갈 가정도 없고, 불러주는 직장도 없는 빈털터리 인생이지만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모아 배낭여행을 떠나고 가는 곳마다 자원봉사거리를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강도를 만나 실의에 빠져 있던 일본인 총각을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일년이면 일본에 두 세 번씩 왕래하면서 그의 가족, 이웃들과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는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면 배낭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고 또한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한 인연으로 삼을 수 있다.
여행을 통해서 돈보다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세상은 고통이 아니라 행복으로 변하는 것을 체험할 것이라고 말한다.
명예퇴직, 은퇴, 황혼 이혼으로 중년을 훌쩍 넘기고 파고다 공원에 앉아 애꿎은 담배나 쭉 쭉 빨아대거나 툇마루에 앉아 쓸쓸하다고 하소연하기 보다는 배낭을 챙겨 여행을 떠난다면 돌아온 청춘이 되지 않을까.
세계 여행과 자원봉사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는 그는 다리에 힘이 남아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배낭을 짊어지리라 다짐한다.
그를 만나 두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의 황혼을 그렇게 사는 것도 보람있는 삶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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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08일 09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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