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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93)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
2007/03/23 00:00
입력 조회수 : 836
[세상엿보기] (93)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
며칠 전 만난 60대 심 모씨. 명문대 공대를 졸업하고 대그룹에 입사하여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잘나가던 간부직을 박차고 나와 역술인이 되기까지 사연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불변의 이치가 딱 한 가지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밤이 되면 낮이 오고 봄여름가을겨울이 번갈아 오는 것처럼 모든 것이 뒤바뀐다는 불변의 이치는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아니 변할 수가 없지요. 모든 것이 변한다는 불변의 이치가 어떻게 변할 수가 있단 말이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말입니다.”
4년 만에 만난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특유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송곳처럼 귀에 와서 박힌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나를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죠. 저 혼자 잘나서 저 혼자 힘으로 존재하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요.”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 이슬방울, 먼지 하나 조차도 그것이 존재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 무엇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백두산 천지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존재한다고요? 분명히 말하지만 없습니다. 그것이 먹고 살수 있는 먹이사슬이 백두산에 없기 때문이지요. 괴물을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되는데 그것이 없잖아요. 아무리 괴물이라도 먹지 않고 살수는 없으니까.”
귀신같은 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는다. 귀신이 있다면 귀신도 먹고 살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살수 있는 귀신이 존재한다면 이거야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다.
이쪽저쪽 튀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자충우돌식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인간은 자기들만 잘났다고 교만을 떠는 고약한 존재들이지요.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무리를 지어 살면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며 자기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려고 하는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집단입니다.”
인간의 머리를 닮은 개미가 있다면, 인간의 DNA를 지닌 메뚜기가 있다면,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똥파리가 있다면, 인간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기절초풍할 것이라는 그의 말을 듣고도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 것은 왜일까.
“사람이 산다는 건 고도로 고독하게 살다가 자신을 닮은 DNA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에 불과할 뿐입니다. 내 나이 지금 65살인데 이제야 그것을 깨달았지요.”
인간은 DNA를 연결해주는 단순한 매개체일 뿐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부모가 자신을 꼭 닮은 자식을 낳고 싶어 하는 것이 자식 사랑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제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도를 넘으면 집착이 되고 집착이 지나치면 욕심을 넘어 이기심으로 변하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본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태어날 아기의 사주팔자를 보고 출산시기를 조절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아이에게 좋다는 길일길시(吉日吉時)에 맞춰서 산모의 배를 갈라 아이를 낳는 것도 제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나쳐 빚어지는 인간의 이기심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의 이야기는 또 한번 훌쩍 뛰어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가 뺨칠 정도로 박학다식하고 막힘이 없다.
“이 세상에 모난 것은 존재할 수가 없어요. 백사장에 흩어진 모래알같이 우주에 떠도는 수많은 행성들도 모두 둥글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별을 그릴 때 하나같이 삐쭉삐쭉 5각형으로 그리지만 그런 모습은 존재할 수가 없지요.”
아무리 모가 나고 막대기 같은 일(一)자 모양의 행성이라도, 설령 삐쭉 빼쭉 5각형 별 모양의 행성이 있다 할지라도 수천, 수만, 수억 년 세월을 허공 속에서 돌고 돌다 보면 결국 동그란 원형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
“산에 자란 나무를 봐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면서 가지를 쭉쭉 뻗은 모습이 전체로 보면 하나같이 원형에 가깝지요. 어디 나무뿐입니까. 사람의 모습도 손가락, 발가락, 허리, 목, 얼굴 등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면 둥글지 않은 부분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물이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는 말에도 그는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한마디로 일축한다. 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역시 둥글다는 원칙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다를 먼 시선으로 바라보면 하늘과 맞닿는 끝부분이 둥그렇게 보이는 것도 그렇고, 위에서 아래로 흐른 물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머물다가 비가 되어 내려오는 것도 그렇지 않습니까.”
땅속에 박힌 나무뿌리에 스멀스멀 스며든 물이 줄기를 타고 꼭대기에 매달린 잎 새 하나까지 올라가고, 사람의 발끝에서 머리꼭대기 머리카락 한 올까지 물이 돌고 피가 도는데 어떻게 물이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찬다.
처음에는 딱 한잔만 마시고 30분만 앉아있다 가겠다고 한 그는 한잔 두잔 마신 술에 취하고 이야기 삼매경에 취해 3시간을 훌쩍 넘기고 자정이 지나서야 막차를 놓칠지 모르겠다면서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불변의 진리만큼은 변하지 않는 다는 그의 말이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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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9월24일 16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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