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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7) 춘삼월 폭설
2007/03/22 00:00
입력 조회수 : 855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7) 춘삼월 폭설
2004년 03월 04일
지독한 폭설이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무섭게 쏟아진 기습폭설이다. 갑자기 쏟아진 눈으로 전국이 발칵 뒤집혀 난리가 났다. 공사현장 사이로 지나가는 용인~신갈 간 차량들도 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차량 통행이 많은 이 도로는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이면 짜증이 날 정도로 교통 체증이 심했는데 오늘은 폭설까지 겹쳐 더욱 심하다. 지나가는 차량마다 지붕 가득 눈을 싣고 엉금 엉금 거북이 운행을 한다.
다행이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저녁 무렵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공사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하루 일과를 마감한 공사장에도 하얀포장을 덮어 놓은 듯 두툼한 눈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
오늘은 공사현장에 배수로를 파고 노깡(하수도 관으로 많이 쓰이는 속이 빈 원통형 시멘트 관)을 묻는 작업을 했다. 얼마 전에 150mm 짜리 PVC 파이프로 하수도관을 묻었는데 관이 너무 작아 퇴짜를 맞고 다시 묻은 것이다.
속된 말로 머리 굴릴 일 없이 몸뚱아리 하나로 때우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곳이 노가다 현장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곳 역시 힘보다는 머리로 일을 해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직접 뛰어들어 맛본 체험을 통해 알았다.
이번 노깡 작업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 제대로 했으면 한번으로 끝날 일을 두 번이나 하게 된 꼴이니 이거야말로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중장비로 땅을 파는 것도 하루를 더 해야 되고 인부도 더 필요하고 시간도 더 걸릴 것이고 그만큼 공사비용도 더 들어갈 것이다.
이런 일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반복해서 자주 일어난다면 공기도 길어지고 그러면 결국 공사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래 저래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오후 5시쯤 노깡을 묻는 작업을 하면서 하늘을 보니 온통 잿빛이다.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아닌게 아니라 가느다란 눈발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펑 펑 쏟아지는 함박 눈으로 변하여 순식간에 온천지가 하얗게 변해 버렸다.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온통 동화속의 나라같은 하얀 세상이 되었다.
2004년 3월4일. 3월에 내린 눈으로는 100년만에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한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하얀 눈이 쏟아져 내리는 공사현장에서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 하얀 눈사람이 되어 내가 서있다.
지독한 폭설이 내리는 춘삼월 용인의 공사현장에서 펑펑 내리는 흰눈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으며 하얀 눈사람이 되어 서 있는 오늘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따라 마누라 생각이 간절하다. 이런 날은 마누라와 둘이서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걷고 싶다. 결혼해서 호강한번 못하고 고생만 시킨 마누라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워 견딜수가 없다. 늘 잘 해줘야지 하면서도 언제나 마음뿐이다. 하지만 마음만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뜨겁게 마누라를 사랑하고 아낀다.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마음이 고운 천사같은 내 아내. 항상 궁핍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알뜰 살뜰 현모양처로 살아온 아내가 늘 고맙고 감사하다.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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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09월23일 12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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