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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돈이 만난 그 흔적을 찾아
2007/03/12 00:00
입력 조회수 : 812
▲책의 도시 리옹-미야시타 시로 지음|한길사
가을은 독서의 계절. 그러나 정작 가을에 책을 더 안 읽는다는 분석도 있다. 집에 차분히 앉아 독서에 빠져들기보다는 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고 싶다.
그런 계절이 막 시작하려는 즈음에 차리리 ‘책’ 자체를 읽어보면 어떨까. 일종의 ‘메타독서’인 셈이다. ‘책의 도시 리옹’에 붙어 있는 ‘잃어버린 책의 거리를 찾아서’란 부제는 왠지 가을에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16세기 후반 리옹은 ‘책의 도시’였다. 마르세유와 함께 프랑스 도시 가운데 파리 다음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도시다. 그때 리옹은 책과 금융이 발달했다. 도입부에 저자는 우연히 리옹에 들렀다가 ‘인쇄·은행박물관’을 찾은 경험을 소개했다. 책과 돈의 결합. 그 호기심이 책을 집필한 동기다.
당시 프랑스에서 출판도시라고 하면 파리와 리옹이었다. 파리는 대학가 중심으로 출판이 번성했다. 학술서와 전문서를 주로 펴냈다. 반면 리옹에서는 출판가가 상업지구 한가운데 형성됐다. 선보인 책은 ‘문제적인’ 도서였다. 프랑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 리옹에서 출간됐다. 외설스럽고 반종교적이란 이유로 저자 라블레는 신학자로부터 고발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도 이때 이곳에서 인쇄했다.
이러한 활력과 진보성은 리옹이 금융도시였다는 사실과 불가분 연결된다. 1463년 리옹은 제네바에 있던 일종의 국제 금융시장을 뺏어온다. 1년에 4차례 열리는 이 시장은 지금 개념으로 설명하면 정산소 또는 최종결제시장이다. 중세에 자본주의의 아주 여린 싹을 틔운 리옹에 ‘문제적인 정신’이 자리잡은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리옹의 ‘문제적인 정신’은 100년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의 도시’ 리옹은 역사에서만 존재한다. 가끔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게 의미없지는 않다. 15~16세기 리옹에서 유럽역사를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다. 역자는 ‘서양사를 펼쳐 보이는 버라이어티쇼’라고 설명했다. 오정환 옮김. 2만2천원.
〈출처 경향신문〉
2004년 09월 17일 17: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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